어쩌면 오늘, 품에서 한 발짝

by 주호재

아이와 처음으로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또래들이 이미 익숙해진 그 공간을

우리는 한참이나 미뤄두었다.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원색의 화려함과 아이들의 고함,

기구들이 내는 일정한 소음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섰다.


키즈 카페에 아이를 조금 더 늦게 데려간 이유가 있었다.

아이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플라스틱보다 흙과 파도였다.

미끄럼틀보다 파도가 머물다 간 비탈,

알록달록한 볼풀보다 나무 그늘 아래의 온도.

손에 묻어도 되는 흙,

젖어도 괜찮은 파도,

계절마다 다른 냄새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하늘.

하늘에 놓인 해와 달과 별.


실내의 쾌적함보다

바깥의 불편함을 먼저 알고,

정해진 놀이보다

예측할 수 없는 풍경 앞에 서 보기를 바랐다.


아이에게 세상은

안전하게 포장된 곳이기 전에

천천히 익숙해져야 할 공간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또 하나 처음을 건넌다.

키즈 카페에 가기 전,

대중교통이라는 또 하나의 첫 장면.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아이는 작은 새처럼 몸을 웅크렸다.

사람들의 발소리,

갑작스레 울리는 안내 방송,

문이 열릴 때마다 밀려드는

낯선 공기와 낯선 얼굴들.


아이에게 그 공간은

처음 발을 들인 미지의 숲이었을 것이다.

어디까지가 안전이고

어디부터가 모험인지

아직 구분되지 않는 세계.


나는 그 긴장을 말없이 품에 넣어

조용히 안아주었다.


괜찮다는 말 대신

아이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처럼.


버스 창가에 앉아

아이는 흘러가는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처음 보는 길,

처음 보는 신호등,

처음 보는 사람들의 하루.


놀이터보다 더 큰 놀이처럼

그 풍경들은 아이의 눈 안으로 들어왔다.


어쩌면 세상은 이렇게

천천히 넓어지는 것일 테다.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규칙을 알기 전에,

먼저 안전한 품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방식으로.


아이가 내 품에서 조금씩 몸을 풀어갈 때마다

나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난다.


언젠가는 손을 놓게 되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함께 걷는 속도를

지켜주고 싶다.


키즈카페의 화려한 불빛 속에서도,

버스와 지하철의 소음 속에서도

아이에게 세상은

조금 늦게 들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곳이었으면 한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