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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양 있는 아줌마 Nov 23. 2022

육아는 일이 아니다.

맘카페에는 육아가 언제 편해지는지 물어보는 글들이 많다.

아마 현재 육아가 힘들고 버겁기에 선배맘들에게 희망을 얻고 싶은 듯하다.

언젠가 유머게시판에서 이 질문에 현자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애 낳고 편해지는 시기는 애가 무럭무럭 커서 결혼하고 내자식이 드디어 자녀를 낳고 

그 자녀가 중고등학교 들어가는 것을 볼 때쯤, 중환자실에서 편해짐. 

이 댓글에 누군가 대댓글을 달았다. "우리는 그것을 임종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육아는 긴 호흡이 필요한 과정이다.

어느 한 순간에 드라마틱하게 심신이 편해지지 않는다.

아가였을 때는 잠을 제대로 못자고 우는 이유를 당최 모르겠기에 힘들었다.

아장아장 걸을 때는 혹시나 걷다가 다칠까봐 노심초사였고 언어발달이나 신체발달이 느리면 걱정됐다.

3살부터는 자기주장이 뚜렷해져서 고집을 피우니 컨트롤이 잘 안되어 피곤했다.

기저귀를 떼고 똥, 오줌을 가려야하니 그 과정이 수고스럽다. 

유치원에 들어가면 어린이 티가 나지만 저 나름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스트레스가 생기는지 성깔은

여전했다.

대화는 얼추되지만 지멋대로 사고해서 소통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학교에 들어가면 좀 나을까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빨리 오는지 영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을

내고 그리 엄마탓을 한다.

아직 겪진 않았지만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했다.

갈 길이 뻔히 보이는데 엄마가 맘대로 끌고 갈 수는 없고, 자기만의 아우라로 무장한 청소년들은 대화를 

길게 하려고 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는단다.

그래서 이맘 때 엄마들이  마음을 달랠려고 드라이브를 그리 자주 나간다고 한다.


아이의 모든 발달과업에서 엄마의 역할이 있으며 그 역할을 현명하게 하고 싶어한다.

나는 지금까지 그 역할에만 몰두하여 아이의 감정에는 포커스를 두지 않았다.

늘 내 임무 완수만이 오늘 하루 육아를 잘한 기준이 되었다.

오늘하루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했고, 짜증과 화를 내지 않았고, 필요한 준비물을 잘챙겼고 등등 말이다. 


육아는 정말 쉽지 않다. 내 것을 끊임없이 내어주어야하고, 내 밑바닥을 보고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열심히 육아를 하는 만큼 고되었고, 버거웠다. 

나는 어떠한 아줌마가 "나는 얘들이 너무 예뻐요~."라는 말을 하면 가식처럼 보여서 그 뒤로 거리를 

두었다.

나는 육아가 이렇게 힘든데 저 아줌마는 혼자 고상한 척이야. 흥. 이런 마음이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가 예쁠 수도 있겠다...

저 아줌마는 자신의 기준이 아니라 아이에게 기준을 맞춰 육아를 하는 거였구나...

훗날 저 아줌마와 길게 대화를 해봤다.

" 땡땡이가 요즘 말을 안들어요. 대화하기가 어렵고, 나도 피곤해서 대화하기도 싫은데 

그 때 아이를 보니 눈을 세모처럼 뜨고 콧구멍을 벌렁벌렁거리는게 너무 웃겨서 갑자기 웃었잖아요~

 내가 웃으니까 땡땡이도 같이 웃더라구요~땡땡이가 귀여운 구석이 있어요."


나도 육아를 하며 이런 순간순간이 있었다. 아니 많았을 것이다.

육아가 힘들때는 저런 순간들이 자주 느껴지지 않는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아이들 표정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도 잘 안들린다. 내 할일만 보이기 때문이다.

일하고 집에오면 나를 반가워하는 아이들의 표정보다 널브러진 가방과 물건들이 더 눈에 들어오고,

빨리 아이들 밥을 먹여야하고, 아이들 숙제를 봐줘야하고, 아이들이 너튜브 동영상을 많이 보면

안되니까 감시도 해야하고, 씻겨야 하고 ,,,일련의 과정들을 하다가 어느 순간 시계를 보면 더 다급해진다.

내가 정한 잠자리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 그러면 쉬고 싶은 아이를 붙잡고 잔소리를 하며 빨리 숙제하자,

빨리 씻자, 빨리 빨리... 그러다..... 목소리가 커. 진. 다. 


다 내기준이다.

아이는 쉬고 싶고, 조금 있다가 숙제를 하고 싶고 심지어 아직 밥을 먹고 싶지도 않은데

내 할일의 순서에 따라 지금 숙제를 시키고, 밥을 먹으라하고, 동영상은 몇분만 보고, 

이를 닦고 딱 그시간에 자러가야한다고 한다.

그러고나서 잠자리에 누워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아이들에게 빨리 자라고

또 재촉한다. "빨리 빨리" 우리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이러한 시기의 절정에 나는 늘 힘들다. 엄마 힘들어를 달고 살았다.

정해져있는 할일이 산더미처럼 많아서 빨리빨리 끝내고 내가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마음에 육아를 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시간강박이 세지고 마음은 지쳐갔다.

엄마도 힘들지만 이런 엄마와 함께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변해야 한다. 

내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을 택해야한다.

열심히 안해도 된다.

더러운 집안꼴 한 두번 스킵해도 된다. 내가 정말 힘든 날은 아이들에게 성질내는 것보다

너튜브 좀 더 보라하고 내가 쉬면 된다. 밥은 시켜먹고 씻는 거 솔직히 5분도 안걸린다.


다 마음의 문제다. 마음을 고쳐먹어도 육아는 쉽지 않다. 

그런데 내가 이런 엄마 역할에 대한 강박으로 계속 육아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여유를 갖고 아이의 마음과 얼굴을 더 들여다 보는 데 내 마음과 부족한 에너지를 써야겠다.


그런데....엄마가 이렇게 마음을 쓰고 변하고자 하는데, 우리 땡땡이들은 한번씩 너무 선을 넘는 것 같다.

자꾸 치킨, 파스타 사먹자고하고, 엄마가 신나하니까 친구로 보이는지 어린이가 엄마 어깨에 타질 않나,

숙제는 오늘 안하고 싶다고 하고, 뭐 사달라라는 말이 늘고, 또 너튜브 보는 시간이 는거 같기도 하다.

육아의 길은 참 알쏭달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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