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워킹맘의 일상이 반복된다.
시간은 정신없이 훅훅 잘도 지나간다.
나의 마음은 어떠한지, 나는 무얼 느끼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떨 때의 나의 모습은 차분해보이고, 어떨 때의 나의 모습은 짜증스럽고,
어떨 때의 나의 모습은 아이들과 노는 것이 즐거워보이고,
어떨 때의 나의 모습은 별 거 아닌 거에 아이들에게 피씩 화를 내고 있고,
어떨 때의 나의 모습은 멍한것 같아 보이고 그렇다.
반면에 몸은 늘 바쁘다.
아침부터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정해진 루틴의 시작이다.
여유는 요만큼도 없는 칼각에 맞춘 시간에 일어나서
처벌처벌 화장하고,
아이들 먹을 거랑 가방, 마스크, 겉옷 챙기기.
머리 정리해주기. 약먹으면 약 챙기기.
아이들이 뒤집어놓은 내복 세탁기에 넣기.
첫째 땡땡이데리고 거침없이 차몰아서 학교에 내려다주기.
그러고 나서는 더 과감하게 운전하여 다급하게 가는 출근길.
지지고 볶는 일.
제 때 밥은 먹여주는 일.
한꺼 번에 몰아치기도 하다가 잠깐의 여유를 주기도 하는 일.
쏼라쏼라 열심히 말하고 지적질하며 감정을 붙들어 매야하는 일.
잠깐의 산책도 없이 나는 뭐이 그린 바쁜지 소화 안되게 의자에는 잘 앉아 있을까.
눈치챙겨 후다다닥 아이들 집에 돌아오는 버스 시간에 맞춰 간당간당하게 집 앞에서 대기 타기.
힘을 짜내 큰소리로 이름 부르며 땡땡이들 맞이하기.
집에 들어서자마자 또 시작된 일거리 스텝 바이 스텝하기.
굳이 나열하기도 귀찮고, 너도나도 다 아는 아줌마 일거리 클리어.
보통 어느날은 에너지가 고갈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질 때는 아이들 잘 때 함께 잠든다.
그 잠도 땡땡이들 가운데서 온갖 날라차기를 받으며 꿋꿋이 선잠을 자는 것이다.
아이들 잠자리 독립 시도가 몇 번 실패하여 또 한번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늘 절실히 깨닫는 것은 꿀잠의 중요성이다.
엄마가 잠만 잘자도 화는 마이마이 줄어들 것이다. 논문도 쓸 수 있다. 레알.
다른 보통의 어느날은 그나마 에너지가 남아있는지 좋아하는 예능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데
물론 맥주나 다른 안주거리가 있다면 흥이 배가 된다.
그 언젠가는 멀뚱히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내가 프로그램이 재밌어서 보고 있는건지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냥 그 혼자만의 시간이 아까워 자는 것 보다는 멍하게 있는 것을 택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땡땡이들 잘 때 좀 나가서 산책을 해볼까 싶은데 옷갈아입는 그 과정부터가 귀찮다.
기력이 쇠한건지 무기력해진 건지 생기있는 무언가의 활동이 땡기지 않는다.
이때는 자야 내일 하루를 잘 버틸 수 있다 생각되는 시간에 땡땡이들 사이에 낑겨 누워 그 좁은
틈에 팔을 뻗어 인터넷을 한다.
딱히 온라인상에서 커뮤니티를 한다거나 다른 활동을 하지 않기에 시덥잖은 뉴스나 유머를
쓰윽 쓰윽 보며 눈꺼풀이 내려오는 듯 싶으면 잠을 청한다.
바로 레드썬하면 얼마나 좋을까.
누우면 이쪽 어깨가 아퍼서 저쪽으로 돌아눕고,
그러면 또 팔이 눌려서 불편하고, 다리는 왜이렇게 저리는지.
고개는 이렇게 해도 불편, 저렇게 해도 불편하고 영 잠 잘 자세가 안나온다.
최근에는 감기철이라 아이가 아파 밤새 함께 뒤척이다 보니
하루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나에게 준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를 향한 안쓰러운 마음은 제하고, 일상 중에 너무 많은 일을 하여 며칠이 지난 느낌이
든다는 뜻이다.
이래서 아줌마들 얼굴이 퍽퍽한가 보다.
뭘하려해도 얽어 매인 핑계가 한 다스이며
뭘하려해도 움직이지 않는 내 팔다리와 동하지 않은 나의 메마른 정서때문일까.
사람이 행복하려면, 즐거우려면
그 감정을 한방에 크게 느끼는 것보다 크기가 작더라도 자주 느끼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아이들과 마주하여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 쿵짝이 잘맞아 즐거울 때도 있다.
빈도수가 미비한 것이 문제인데
땡땡이들이 놀자고 해도 '엄마 힘들어'가 절로 나오고 웃음이 꽥하고 나오지 않는다.
힘을 짜내어 함께 놀아도 더 놀자고 하는 성화를 감당하기 어렵고,
잘 놀아놓고 꼭 뒤에는 에너지가 바닥이 나서 잠자기 전에 빽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참으로 고집쟁이.
종합비타민이나 에너지 드링크나 뭐든 챙겨먹지도 않고,
재미있는 소소한 활력거리도 찾지 않고,
뭐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럼 나는 가을 타나?
이 최소한의 워킹맘 하루도 나는 간당간당 할당량을 채우고 있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