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아이 OO 내버려 두세요

엄마 '탓'하는 아이'탓'? 아이도 억울해..

by orosi

엄마가 안 챙겨줬어요



준비물도 숙제도

잘 챙기고 잘해오면 아이들은 기꺼이 주체가 된다.

못 챙기고 못 해오면 100이면 100 모두 엄마 탓.

엄마들은 억울하다. 연중무휴, 닥달모드, 휴일 없이 채근해 보거나. 아이도 모르는 사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가방 안에 모셔줘야 그나마 본전치기다. 최선을 다해 고객님을 모셔보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매우 감사'받고 계신지...


3월 한 달은 '함께 해 보는 시기' 맞다. 한글해득의 수순을 찬찬히 밟고 있는 경우라면, 아이들에게 주간학습안내란,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 그 이상이 못 되니까.

연습할 경험이 전무한 아이더러

"네 일은 네가 스스로"라고 외친 들/ 기적처럼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미래인재로... 절로 성장해주진 않는다.

여러 번 연습해 보고도 나몰라라면 욕 좀 먹어도 싸지만, 한 두 번 귀로만 듣고 입으로만 강조한 걸 잘 해내기를 기대하는 어른들? 야속하다.

경우, 아이들이 억울해도 좋다.


식탁 위에 주안(주간학습안내 줄임말)을 펼쳐두고 '오늘 공부, 다음날 공부 내용'에 대해 찬찬히 읽어주기도 하고, 묻기도 하며 의식을 치러 보는 거다. 그런 내 아이가 학교에 가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은? 게시판의 주안이나 칠판 앞 시간표를 확인하고 교과서를 준비해 두는 일이다. (이게 뭐 어렵다고 연습까지 하냐 묻는다면 이미 완벽한 부모다.) 현실의 교실 풍경을 고백하자면; 심히 심플한 이 일을 마땅한 과업으로 여기는 아이들을 찾아보기란 특히 어렵다.


<수업 전 수업 준비> 라...

초중고 할 것 없다. 중고등학생이라고 다를 것이 없는 이유? 말해 뭐 할 것인가. 당연한 듯 그러나 화중지병.

몸에 익으면 참 쉬운 것임에도, 여러 날 여러 해 익히지 않고서는 여든까지 묘연할... 그것.

'준비'라는 덕목!




주간학습 안내가 뭐길래, 공부내용까지 함께 보라는 걸까? 놀던 아이를 착석시키는 과제만으로도 '난이도 상'에 해당하는데ㅠㅜ 배움을 논하라? 정작 아이가 엄마와 나누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하고 도무지 신날 것 없는 일을. 당분간은 함께 해보라고 권한다. 별 거 아닌 게 별 거가 되어 빛나는 순간이 기필코 온다. 연산교재 한 두 장 풀고, 의미 없는 받아쓰기 연습부터 냅다 시키는 것보다 가성비 높다고 확언한다. 교실에서 나만 보기 아까운 기특한 장면들을 매일 같이 볼 수 있기도 하다. 습관이 정착되고 생활정서가 자리 잡고 나면 그다음이 공부, 맞다.


물론 상당히 대조적인 장면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말이다 :)

대조적이라... 우리 아이들 교실에서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

엄마라 참 궁금하다. 나도 그렇다.

흔한 예 하나 들어보자면.


가위나 색연필을 준비해 오기로 한 시간에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준비물을 가방에서 꺼내어 미리 준비해 두는 일? 아니다.


-1단계: 가방 확인 (적어도 나는 챙긴 적이 없으나, 누군가 해뒀겠지라는 작은 믿음에서 기인한 자신감)

-2단계: 기대한 '누군가'로 인해 배신감 느끼기 또는 당황하기

-3단계: (주로) 엄마 탓하기

( 이 이후에도 단계는 있다고 들었다. 4단계는 집으로 돌아가 성을 내거나 다시 한번 엄마 탓을 하거나/ 어떤 가정에서는 5단계: 엄마가 사과까지 하는 참사가 벌어진다. 엄마란 주로 억울하거나 미안해야 하는 신종 서비스직인가 싶다.)



한 술 더 떠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어 통화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봐야 한다. 혹시 모르니 일단 지켜보자. 아니다 싶으면 곁으로 간다.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묻기를


OO야, 뭐 해? 지금 수업 중인데...



- 엄마가 안 챙겨줬어요. 갖다 달라고 하려고요. (당당함은 마음에 든다만)


- 지금? 수업 중에?



아이가 엄마를 기어이 호출한다. 너무도 당찬 행동에 나만 놀란다. 더욱 놀라운 일은 수업 중 걸려오는 부모님들의 전화다. 주로 무음이나 진동으로 해 두는 불편함을 드려서인지, 교무실을 통해 교실로 전화를 주시기도 여러 차례.

한술 더 떠 준비물을 챙겨 전력질주를 이미 하셨다. 수업 중에도 뒷문을 빼꼼 여는 용기를 보여주신다. 교사를 부르는 것이 아니오. 양해를 구하는 것도 아닌. 아이 이름을 부르기까지.. OO야~~!!


매우 특별한 경우일 것 같지만, 아주 흔한 모습이라는 점이 이 정상회담에 동기를 부여해 준 셈이다.


이런 모습이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에겐 준비물을 챙기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 날 이유나 책임을 느낄 여지가 없다. 무엇 때문에 선생님의 당부나 알림장 내용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다음 날 배울 공부나 활동에 귀 기울이거나 지적 호기심? 기대감 따위를 가질 필요가 있기나 할까?


물론 입학자녀의 적응을 위해 부모의 조력은 어느 정도 수반되는 게 맞다. 여기서 제 스스로 준비물을 챙긴다는 게, 아이혼자 직접 마트에 가서 학용품을 사 온다거나 자기 스스로 다O소에 가서 파일철을 챙겨 오란 말이 물론 아니다.


최소한 가방은 본인이 열고! (매우 중요) 알림장을 확인한 후 "엄마 내일 우리 화분 만들기 해요. 플라스틱 컵이 필요한데 혹시 집에 가져갈 만한 게 있을까요?"라고 '(부디) 본인이' 확인하고 묻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럴 줄 아는 아이로 키우자는 거다.


꽤 다수의 아이들이 자신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너무도 완벽하게 "다음날 준비"가 "엄마에 의해"되어 있다.

심지어 엄마가 챙겨 준지도 모르고 친구의 것을 빌려 쓰고는 다음날 배시시 웃으며 내게 고백한다.


선생님~ 어제 저 ~
준비물 가져왔더라고요? (갸웃)
집에 가보니 가방에 사인펜 있었어요.


왜 몰랐을까?

또르르. 모를 수...... 밖에.




닫혀있는 가방은 고이 내버려 두시면 되고요, 열려있는 가방도 최선을 다해 ! 외면하세요.






어머니!
학교 다녀온 아이가방.

절대 아이보다 먼저 열어보지 마세요!


학기초면 매번 당부드린다. 가방을 내버려 두시라.

관심을 놓치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대개 가방을 내버려두시는 부모일수록 더 세심히 관찰하고 더 오래 기다려주며 양육하느라 에너지가 배로 드니까요)


연습해 볼 기회가 전무했던 아이들을 향해 혀를 차면 안 된다.

"네 일은 네가 해야지, 수업 전에 수업준비를 해야지. 준비물은 전 날 네가 챙겨뒀어야지."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 만이 어른들의 역할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연습만 시키면 일곱 살 아이들도 다섯 살 동생에게 교육이랍시고 할 수 있는 게 해야지 타령! 아닐까?


시뮬레이션을 돌리듯 생각하도록 돕고, 함께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을 최소 한 달에서 2~3개월은 지속적으로 해 보는 게 맞다. 그러고도 행동이 정착되지 않을 때 잔소리나 타령을 불러도 나쁘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책임도 느껴보면 안 될 이유란 없다. 성장할 경험이 전무하도록 엄마마음과 몸만 바빴으면서!


엄마 탓만 하는 아이 탓을.... 과연
부모가 해도 될는지.


부모로서 '부모인 나''여러분'께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