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OO한 꼴을 못 보는 엄마
이 영광을 검정네임펜에게 돌립니다
검정네임펜의 쓸모
" 어머!! 너무 좋겠다~ 아이 입학하는데,
엄마가 1학년 담임이니 얼마나 도움 되겠어? 안 봐도 비디오지~"
맞습니다. 3월은 말할 것도 없고, 갈수록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만 자꾸 맞닥뜨리게 되더군요.
담임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알림장을 이틀이 지나서야 느지막이 확인하고는 이제라도 애정 담아 학부모모드.
'아~! 내 새끼도 입학생이지' 제 알아차림이란 매번 한발 늦습니다. 그럼에도 세상 세심한 엄마음성을 장착하고 물었죠?
애미:
"선생님께서 사진 보내주셨던데~? (표정: 매우 온화함) 삐약이 엄마 어떤 점이 그렇게 감명 깊었어? "
아이:
"아... 감명 깊었다기보다는... 그것밖에 그릴 수가 없었거든요."
엄마 갸우뚱~
"아~ 월요일 준비물이 여러 가지 색 네임펜이었는데, 그날 깜박하고 못 챙겨 간 거 있죠. 그런데 필통에 보니 딱! 검정네임펜은 있는 거야(활짝) 엄마도 알죠? 백희나작가님 삐약이 엄마는 검정색만 있으면 되거든요. 마침 잘 됐지 뭐야~"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간만에 세상 따뜻한 학부모님들을 만나 교육아군의 힘을 든든히 등에 업었지 뭐예요. 아이들은 또 얼마나 생기롭고 예쁘던지요. 1학년 학부모될 줄은 몰랐고, 1학년 담임노릇에 심취. 이게 화근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표현을 달리해요. 그때 그 결핍이 내 아이를 성장시킨 게 분명 맞다!)
<1학년이 쓴 1학년 가이드북>이라는 책을 쓰신 최순나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요즘 엄마들은 막말로 내 아이가 불편한 꼴을 못 봐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매우 공감하면서도, 난 너무 아이를 불편하게만 하고 있진 않았나.. 역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결핍이 가엾거나 측은함으로 대변된다면 씁쓸할 일이죠.
헌데 교실에서 살림하다 보면 결핍이 묘연한 삶에서 잃어가는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납니다.
산업화사회의 공장굴뚝 연기가 풍요를 보장해주진 않듯, 그런가 봐요.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의 결과로써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삶에 필요한 공부예요. 실제 교실에서 그래요. 아이가 준비물을 못 챙겨 오면 큰일 날 것 같죠? 그래서 막 뒤늦게 확인하고 준비물 들고 학교로 뛰어 오시는 부모님들 계세요. 그러지 않는다고 큰 일 안 납니다. 교사가 그 아이, 절대 소외시키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어느 정도 마음의 불편함을 겪겠죠. 필요한 불편이요.
그러는 와중에 책임을 경험하고, 친구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도 있고, 신기하게도 그러면 다음에 친구가 놓쳤을 때 자신이 예전에 받았던 도움을 되돌려주기도 해요.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결과에 대한 경험
저는 이것을 단기고통, 장기이득으로 봐요.
부적절한 행동이 여러 번 강화되면 나쁜 습관으로 굳어지는 건 금방이고요. 자신이 처한 곤경이란 게 '나의 책임을 늘 떠맡아 주던 사람' 즉 엄마 탓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언젠가, 엄마가 느닷없이 그 책임을 대신 감수해주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상심도 아이들 몫입니다. 그렇게 체화되도록 돕고 나서, 도무지 이 녀석은, 제 할 일이라곤 스스로 할 줄 모른다고! 푸념하시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도 이 점, 열 번에 일곱 번은 애써서 깨어있겠습니다. 뜬금없이 약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