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럼 많은 내 아이가 부끄럽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가르치시겠어요?

by orosi


이분법적인 성격유형 검사에는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세상 사람을 마치 가난한 사람과 부자로 분류하듯 양극으로 유형화하는 것 같아서요. (어디까지나 개취입니다^^) 직업병인지도 모르죠. 이 점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 바로 교실이기도 하고요.

저 아이는 내향형인가 외향형인가. 이와 무관한 성장을 아이들이 해 냅니다. 다양한 성격유형 이론들의 가치를 폄하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들에 자기도 모르는사이 기어코 덧 씌우고야 마는 편견들을 외면할 뿐이죠.


오늘은 학부모님들의 관심사.

"발표, 성격" 뭐 이런 얘길 좀 해보려고요.


씩씩하고 전달력 좋은 크기의 목소리로 발표하는 아이가 내 애라면 좋으시겠죠? 누가 싫겠어요^^ 나쁠 것 없죠.

헌데 교실 내에서 우리 아이들의 존재감이란 발표력하나로 귀결되진 않아요. 수 백 가지 방법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 맺습니다. 이왕이면 친구가 잘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로 발표할 수 있도록? 네~그 지도, 의미 있지요.

그런데 어디에 나와 있나요? 내 아이가 그렇지 못하면 실패라거나, 유능하지 못하다고 어떤 부모가 규정할 수 있나요?


우스개소리 하나 할까요. 엄마의 염려가 고스란히 전해진 아이더러, 대한민국에서 터 잡고 살려거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가르치시겠어요?


색깔입니다.

성격도 기질도 뜯어고칠 대상만은 아니예요.

아이들이 빛과 만나 드러내는 색이 다를 뿐이에요. 내향적이던 아이가 외향인의 그것(?)을 가졌을 때. 우리는 이것만을 성장이라고 보진 않잖아요. 아닌가요? 외향적인 아이가 소위 내향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강점(분명, 있습니다. 많아요) 이나 표현 방법을 활용해 숨겨진 매력을 보여주었을 때에도! 성장 맞습니다.


전자, 후자 중 무엇을 발전이라 부를건지 후퇴라 부를지 설명 좀 해주세요. 좋고 나쁘고는 어디에 나와 있나요.



발표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요.

쉬는 시간이나 점심 나들이 시간에 1:1로 이야기 나누어 보면요. 어찌나 자기 생각을 맛있게 표현하는지 모릅니다.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데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니 나날이 수다스러워지는 걸 보고 있자면 오히려 배로 사랑스럽고 궁금해 지는 대상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에요. '어른들이 규정해 놓은 소위. <답답한 아이, 소심한 아이, 내향적인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공부는 경험과 연결되어 있어요. 그러니 친척들을 만나는 자리, 옆집애 엄마 앞에서, 또는 엘리베이터에서.. '목소리가 작거나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해서' 부끄러워 마땅할 경험은 굳이 안 시켜 보내셔도 좋습니다.

사실 부모라 잘 안될 때가.. 많으시죠? 저라고 실수할 때 없겠습니까;; 그래서 교실에서 만이라도 만회하려 노력해요.




한 목소리 발표#


저학년일수록 자주 합니다. 내 의견을 친구가 매번 들어줘야 할 필요는 없어요. 말하기 연습이 듣기와 함께 이루어지면 일석이조! 맞죠.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소외되는 아이들이 꼭 생겨요.

그래서 교과 내용 파악이나 반드시 상대가 들어줘야 하는 주제가 아니고서는

질문을 상기시켜주고 나면, 동시에 한 목소리로 답하도록 연습합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지 않아도 돼서 좋고, 내 답이 조금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부담 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거든요.

평가는 자기 몫이에요. 누가 듣고 잘했다 못했다 할까 두려울 것 없습니다. 이날 하루만큼은 한 번도 존재감을 표현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없는.. 그런 교실이 됩니다.

발표 연습에도 한 몫 톡톡히 하고요.


학기 초에는요. 초대 발표#도 해요.

웬 초대? 싶으시죠? 꼭 발표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거나, 릴레이로 모두 참여 하는데 목소리가 떨리고 작아 고민인 아이는 주먹을 쥐여 보이며 "선생님 곁으로 와 주세요~" 하고 도움요청 하는 거예요.(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의 속내에도 의외로 나도발표는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더라고요)

심지어 곁으로 와 달라는 저 한 문장도 사실 개미만 해 잘 들리지 않지만~ 주먹은 잘 쥐거든요^^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으니 교사가 모를 리 없죠. 더욱이 너무 작아 안 들린다고 나머지 친구들이 민망을 주거나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3월 학급 세우기 때 초대발표라고 이름 짓기도 하고 어떤 해엔 아이들 아이디어를 빌려 "귓속말 발표"라는 명칭을 갖기도 합니다.


도란발표#는요.

짝꿍이랑만 생각이나 의견을 교환하는 거예요. 전체를 대상으로 손을 드는 용기가 도저히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아이가 외롭게 앉아만 있다가 하교할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묵언수행하던 아이들도 짝꿍이랑은 상호작용~ 잘하니까요.


종국에는 작건 크건

어제보다는 한 뼘 자란 용기를 아이들은 내고야 맙니다. 어른들에겐 흔한 장면인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들 앞에서 또박또박 내 의견을" 발표해 내는 건요. 당연히! 누구나! 배우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낼 이유는 없습니다.

어려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가 대견해보인답니다. 마땅한 일이라고 여기는 순간 속 터지는 노릇이고요.




너 그렇게 하면 선생님한테 혼나.

내년이면 여덟 살인데.

그럼 친구들이 흉보는 거야.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하거나, 제 나이의 것을 익히지 못하는 아이에게조차 하지 말아야 할 말입니다.


이것을.

"성격"을 두고는 더더욱 하지 말아 주세요!

이런 류의 충.조.평.판은요. 어쩌면 충고나 조언은커녕 아이에겐 협박에 가까울 수 있어요.

소극적이라고, 목소리가 작다고.

선생님이? 혼! 안 냅니다. 친구들은 그 아이를 두고 부모님들이 하시는 그런 염려를 안 해서인지, 흉? 안 봐요.

여덟 살이라고 누구나 다 목소리가 커야 옳은 것도? 당연히 아니고요.



우리 애가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라고 매번 이해를 구하지 않으셔도 돼요.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를 교사가 미워하나요? 그렇지 않아요.

//혹시 우리 아이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부끄러우세요?//

잊고 계신 듯해서 알려 드릴게요.

그건 '부모 체면'이에요. 뜯어고쳐야 할 약점 만은 아닌 거죠. 아이의 성격이 매번 아이를 곤란하게 하리라고 생각하면 부모만 괴롭습니다. 그걸 연습하러 가는 곳이 학교고요.


윤우상 선생님의 <엄마심리 수업>에 보면 아이에게서는 엄마냄새가 난데요. 그래서 우리, 부모들의 어깨가 무겁기도 하죠. 그럼 우린 뭘 더 해 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말이나 행동만 삼가도 더 좋은 부모 되는 겁니다.


이미 여러분은 아이들에겐 좋은 부모, 맞고요.

이전 04화아이 OO한 꼴을 못 보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