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생활 속에서 묻고 답하는 와중에 자연스레 한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쁠 건 없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알고자 하면요. 당연히 가르쳐줘야지요. 말해뭐 합니까.
다만 ‘작심하기’만 안 하시면 돼요.
아이는 힘들어하는데 엄마의 노파심에.
이번 겨울이야말로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마지막 기회라는 듯! 작심을 하면요?
기어이 내 아이가 미워져요.
입학 후 교육과정은요. 한글을 모르고도 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전부예요. 그게 실제 여덟 살 3-4월의 공부 맞고요. 공연히 팔 걷어붙였다가 장기적으로 보면 득 보다 실이 더한 결과에 여럿 웁니다.
엄마의 작심 탓에 아이가 책 읽기, 글쓰기를 비롯. 수학공부까지 괴로워하기 시작하면요. 그때부턴 ‘학교 공부’ 잘 해내기를 기대하기란 어렵잖아요.
제 아이 아니라 말이 쉽지~ ~ 싶으시다고요?^^
제 아이도 그렇게 보냈습니다. 영어는 더하고요;
발등에 불 떨어진 기분이시죠?
당장 12월, 1월, 2월 동안 그러느라 아이와의 관계를 해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학교에 전임하고 ‘단단한 관계’로 아이 보내시는 게 낫습니다.
궁금해 죽겠고, 알고 싶어 자꾸 묻는 아이를 외면하라는 거 아니구요. 아이가 주체일 때만큼은 다정하게 알려주시고, 곁에 앉혀두고 에 헴~ 목 가다듬으세요. 한 권, 두 권 책 더 읽어주시면 됩니다. 갈증 내는 애, 외면할 이유가? 없죠.
근데 말이죠.
아이가요. 제 이름 정도만 알고 간다고 큰 일 날 거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거든요. 카더라통신원들 장단에 고개춤 추시느라, 아이보단 내 체면 챙기느라 손해보지 마시란 거예요.
한글 완벽히 안 떼고 간다고 큰일나면, 제가 여기에 오늘 당장 시작하시라고 쓰지요. 그 아이들 남겨 특별보충 수업, 제가 시켜야하지 않겠어요?
다 떼고 가면 1학년때 뭐 할까요? 초반에 몇 번은 기 안 죽고, 저 편할 수야 있겠죠. 다만 그 아이가 놓치는 부분도 분명히 생기고요.
무엇보다 학교가 재미없어 집니다.
의도적으로 새롭게 배울 기회를! 여지를!
남겨두는 센스가 종종 필요한 위치, 부모 맞습니다.
받아쓰기도 마찬가지인데요.
학교에서 보는 받아쓰기 문장은 대부분 현재 배우고 있는 국어 단원 제재글에 등장하는 단어나 문장이거든요. (겹받침은 2학년 교육과정에 나오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좋고요.) 오히려 1학년 아이들은 소리 내어 낭독하는 활동이 낱개의 글자를 익히는 데에 매우 유익해요.
낭독의 쓸모를 잊지 말아 주세요. 이 점은 영어도 같습니다.효과적인 학습 방법 선택이나 접근법에 힌트 얻으시라고 교실 속 실례를 들자면요,
대개 1.2월의 부모작심은 이와 닮아 있지는 않아 결과가 다른 겁니다. 부모의 의지인지 그게 아이의 것인지 구분하는 용기가 반드시 필요해요.
어설프게 단어 몇 개 알고 입학한다고 해서, 유창한 읽기가 안 된 채 간다고 해서 어쩌나 ~ 걱정되시죠?
생각보다 학교에 와서 아이들이 더 잘 배우는 건요. 언어학습과 추상적 사고 가능여부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래요.
유독 내 아이가 한글학습에 부족한 것 같아 애가 타시면요. 아이가 생활 전반에서 절차적 사고가 어디까지 되고 있는지, 추상적 대상에 대한 이해처리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찬찬히 눈여겨보세요. 꼭 한 번 관찰해 보세요.
그건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 개별적기"라는 측면에 닿아있냐 마냐의 차이니까요.
종종 아이들은 제 생각을 써 보고 싶어한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지요. (유치원 아이들이 친구에게 편지 쓰고 싶은 욕구가 클 때 내 이름과 친구의 이름 또는 사랑해, 키즈카페, 이런 단어들을 써보고 싶어 하듯)
순수하고 진지한 학습동기 맞습니다. 효과도 보장되지요. 한글학습에 있어서 훌륭한 접근을 제 스스로 해 내는경우에 해당돼요.
단어가 먼저고 글쓰기가 나중이 아니고요. 글쓰기 욕구가 먼저고 글씨 쓰기가 나중이 될 때 아이들은 더 잘 익혀요.이런 순간이 1,2월 중 온다면 그건 잡으세요. 죽자고 안 되던 일이 뚝딱 해결되기도 하니까요.
전 영어 관련 강의가 가장 많은데요. 영어교육 관련 조언을 드릴 때 부모님들 의견이 꽤 다양해요. 우선 듣습니다. "굳이" 문자노출 일찌감치 하고 싶으시면 파닉스 아니고 사이트워드 정도로 들이밀고(이는 굳이! 에 해당합니다만), 다만
읽고 쓰기를 기대하는 건 아~주 나중 문제라, 무조건 소리 노출에 집중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그 이유도 결국은 모국어 학습 절차 때문이거든요.
예비 1학년 아이들은 학교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기역 니은... 이런 것을 먼저 해요.
어떤 학부모님들께서는 상담 오셔서 계속해서 통문자를 강조하세요. 국어수업에 대한 민원인 셈이죠. 사실 그것도 언어학습에 있어서 하나의 유행에 불과하거든요. 모국어는 낱개부터 하셔도 되는 이유가 있어요. 4월 이후, 교실에서 기역, 니은부터 말이에요.국정 교과서가 구식이라서가 아니고요. 마땅한 순서 맞아요. 1학년이면 소리노출이 부족한 한국 아이들이 있나요?
글은 몰라도 입은 살았다잖아요?ㅋ 충분히 듣고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상태 맞잖아요. 이 점에서 영어랑은 조금 다른 절차라는 거예요.
이 정도면 , 연관성과 차별성을 캐치하셨으리라 봅니다.
다만 최재천의 공부에서 강조하듯 어찌 됐건 잘 쓰기를 기대한다면 읽는 일이 먼저라는 거...
차고 넘치도록 쓰여진 글을 읽는 일이 선행되어야 글로 쓰는 공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공부에도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 단단히 지지받고 있는 느낌. 한글 떼는 일이 이것들 보다 더 시급하고 중할 순 없습니다.
3월 되기 전에 안 하면 큰일 날일을 아이에게 굳이 만들어 주진 마세요.
겁먹고 갔으면 하는 맘 아니잖아요.
여덟 살에 할 과제를 일곱 살에 해결하고 가느라
괴롭고 원망스러워도 기 안죽으면 그걸로 족한가요?
기 안 죽었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그런 거 말고 마땅히 배워가야 할 것들 먼저
챙겨 보내주세요.
나! 소중하다는 거.
타인도 저는 나!라서 귀하긴 다름없다는 거.
배운다는 건 귀 담아듣고 소리 내서 말하고
용기 내어 한 번 해보는 거란 거.
행동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는 게 꽤 괜찮은 일이라는 거...
한글보다 배우는 데에 더 오래 걸리고 갖추기가 더 어려운 아이들의 과제가 이렇게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