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 이과생의 '멘탈' 관리법
멘탈을 부디 관리하세요
수포자예요.
올해 야심차게 2024학년도 학년희망서를 제출하며 마지막까지 수전증을 겪었던 이유예요.
나로 인해 우리 반 애들까지 대한민국 차세대 수포자로 살아가면.. 그땐, 그땐 교사로서 직무유기 쿨하게 인정하며 지옥행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맞나.
티처슨가요? 서울대생에게 과외받지 말아야 할 이유로, 수학 못하는 아이들의 뇌를 꿈에도 헤아리기 어렵다는?
오~
그렇다면 나야말로 적격자일세!
내 너희를 위해 밤낮으로 수학알레르기를 극복하는 혜안을 연구하겠노라. 마음으로 외치며 제출완료.
임용 치르던 마인드로 올해 한 번 피똥 싸보렵니다.
런던 현지, 새벽 1시 41분.
졸려서 클렌징도 패스하고 쳐 누워 놓고..
돌연 기립해서, 그것도 연재일도 아닌데 화면 위
양엄지를 놀리는 이유가 뭐냐고요?
그것도 웬 수학타령을 영국까지 와서 하냐 물으신다면.
뭐 자다가도 ssi.bul.ssi.bul 댈 일이 오늘 좀 있었그등요~
오전 일정, 오로시네는 오로지 자연사박물관.
(문과포인트 1)
남도 좋고 나도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발적 눈팅, 마음팅을 즐기다 보니...
저도 애미마음 흡족한 나머지 좀...
업됐지 뭐예요 :)
다른 여자들마냥 제발 입꼬리만 살며시 치켜올리고
우아하게 한 발짝 뒤에서 고개나 끄덕이고 있을걸 그랬어요. 소리 내지 않으면 저도 나름 고요한 외모인걸요;; 허허.
Green zone, orange zone을 둘러보고
이름도 핫한 red zone에서 하필 빡. 쳐. 서.
제가 이래 봬도 이과 출신이라.
수포자라더니 먼 소리냐고요? 과학사랑이 지대했으므로, 물리 빼고는 그럭저럭 잘하기도 했고요.
'물리'는 좀 물리더라고요~
캬~~(나... 문과 맞네. 지극히 문과세포였어ㅠ)
암튼... 지구 단면이 하필 제 눈에 띄는 바람에.
늙고 병든 몸, 여행에 고단한데 이런 곳에서나 좀 쉴 일이지..
후닥닥 다가가 하필 낭랑하게 잘난 체를 합니다.
" 그래그래. 맞아.
지구 내부구조는 저~안쪽 내핵, 외핵, 멘탈, 지각
이렇게 구성되어 있어. 외핵 바깥쪽 멘탈은 대류 구간이 있어서 뭐.. 움직인다고 보면 되지"
(매우 흐뭇)
" 그렇지. 엄마의 멘탈은 늘 움직이지!
근데 얘들아, 저건 맨틀이야. 멘탈이아니고."
(아이 씨!) 침.묵.일.관
아이들이요?
나한번 아빠 한번 멘탈, 아니 맨틀 한번 봅니다.
다 컸네요. 눈치 빠른 첫째가 둘째 손을 이끌고 지진체험 공간으로 더 빠르게 이동하는 걸 보니.
흠. 기특하달까요?
내가 그걸 몰라서 그런 게 절'때' 아니다.
이래 봬도 나 과학 우수생이었다. 마그네틱 손상을 마그네슘 손상이라고 한 김남주도 원래는 안 그랬을 거다.
너도 애 둘 낳아봐라.
그때 그 시절 운운 안 할 수 있나. 남자들이 뭘 아냐. 이게 애미와 애비의 차이다. 고생스럽게 애 낳아 키워도... 머리만 굳지 누가 알아주... 블라블라.
수도꼭지 틀어 봇물 터진 거 아니고요,
아차 하면 거의 동파 수준 가능한데, 그냥 뒤통수에 눈 한번 간단하게 흘기고 가던 길 갔습니다.
저 절~~ 대 쪽팔린 거 아녜요. 아시죠?
아시잖아요ㅠㅅㅜ;
우리 딸 소원인데 애프터눈 티는 맥여야져.
한 방 먹었으니 전 안 먹으려고요.
발밑 멘틀은 유유히 움직이는데..
발위 멘탈은 탈탈 털린 채
그 자리에 고이 두고 왔습니다.
수포자 엄마의 멘탈은요?
챙길래야 챙길 수 없더라구요.
그냥 웃어넘기고 극복했다 퉁칩니다♡
한번 웃으시고 부디 멘탈 챙기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