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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an 25. 2024

새벽1시, 레깅스를 챙기는 이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삶에 대한 기대

특별한 고민없이 산다. 하필 욕심마저 그렇다.

여전히 시차적응 실패라기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지 벌써 나흘이 지났는데.

새벽 4시. 어김없이 떠나가는 잠을 놓쳐 버렸다. 겨우 잡아 두어도, 기껏해야 2시간.

 놈에 약빨이 기필코 바닥을 내보이니 난감하다. 신생아 시절 그저 아이 몫인 줄로만 알았던 백색소음까지 동원해봐야 달리 방도를 못 찾고 있어, 오늘은 급기야 엄마OO 이라는 곳에서 숙면에 좋다는 대추청도 주문해 보았다.

증정품도 눈에 얹고 자야지!



주문하셔도 바로 받아 보실  는 점을 사과하는 업체라.. 이 점이 흡족하기도, 아니기도 했다. 요똥이었던 울 엄마였어도 못 해줄 솜씨로 정성을 다한다니(나를 위해!) 이미 매우감동, 달리 말하면 만드는 72시간에 배송까지의 기다림을 생각하자니 벌써부터 피로하다. 잠좀 잡시다!


띠링~

나에게도 꼬박꼬박 문자를 주는 남자가 있다.

"나 지금 가~"  /  "나 왔다 가~"  세심한 당신!누구보다 내게 살뜰한 택배 아즈씨를 영접할 때 까지 ASMR. 당분간 잠은 새하얀 네가 책임져야 겠구나. 신생아가 아닌 탓인지 도통 효과를 모르겠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쩌겠나.



잠은 못 자도 운동은 간다.

새벽 4시,  그제야 몰려오는 졸음에 9시 타임 예약을 살며시 걱정한다. 그래도 인원 초과로 예약실패, 여전히 '대기중'인 10시 운동에 대해서는 아쉬운 ""만 해 보고 잠이 들었다.



8:40분.

워밍업을 위해 15분 전에는 출발하는 편이 좋은데 놀라 기립한 이 시각, 이 지경이다.

아이들의 식사는 남편에게 넘기고 뛰자! 막말부터 던지고 달린다. 저 눈흘김? 에라 모르겠다.

"다녀와서는 내가 다 정리하고 케어할게!" 끄덕.



점심은 정성만 다해 청국장을 끓여주고는 목빠져라

2시만 기다린다. 필라테스가 워밍업이었다면,

나의 메인은 웨이트니까!

오늘은 수업이라 더더욱 늦으면 곤란한데 어째 방학이 더 바쁜 건 나만 느끼는 걸까? 폼롤러 예열 시간이 부족한 나머지 본의 아니게 독창적으로 주차를  두고 3층으로 냅다 뛰었다.

가장 자신없는 타겟, 어깨 운동이라고 하니 살며시 위축되다가도 ...[인클라인 프론트레이즈],  이 새롭고 이름도 간지나는 출발활짝 핀 어깨와 함께 표정도 핀다. 

내가 있을 곳은 여기로구나. 오늘따라 음악까지 몹시 좋으니 운동 내내 머리 속 가득 아름다운 미래 설계쯤이야♡ 뜯어 말려도 이미 하고 있는 게 나다.



이렇게  운동하는 시간이 좋다.

<이토록 운동이 좋아지는 순간> 이라고 투고를 해볼까? 운동 실행력만 좋은 게 내 한계인가 싶지만 말이다.


오후 내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첫째 아이와 나의 쌍둥이 책도 구입하고는

대출대기 못기다리고, 기분좋은 날 유독 책소비가 잦다.



동 덕을 좀 본지라 가뿐한 리듬으로 저녁을 차렸다. PT가 빡세서일까? 아이들도 어머~!우리엄마 한결 친절해졌다 느낀 눈치고. (너도나도 흐뭇) 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는 남편을 굳이 밀어 내 다른 도시로 마실 보내며.

제법 너그럽게 문자까지 넣었다.


쏘~~~~스윗♡

어머!

 오늘 왜 이래. 


평소 같으면 먹지도 않았을 음식. 칼국슈 완성!

의 솜씨 빌린 덕에 점심청국장(내손내요리)과는 사뭇 다른 결과물, 그 맛에 놀라 덩달아 흡입한다.


아이들을 번갈아 살피며, 내 그릇 비워지는 줄 모르고 이게 도랐나.  번을 더 담아 먹고는..


불러오는 배에 슬슬 불쾌지수가 높아져서 흠칫 놀란다. 배를 불릴 것이면 이왕이면 불족이나 뭐 매운 떡볶이, 이런거나 주문해 먹을 걸.. ㅠㅅㅜ 기분에 보탬도 안 될 칼국수라니... 심지어 과식이라 부르기도 어렵게 폭식을 했으니. 뭐.

어쩌겠나.


바디코디 어플에 오늘만 벌써 3가지 기록이 남아버렸다.


어플은 오로지 예약 수업을 놓치지 말라는 데도 불구하고.

저녁 7시, 예약도 안 된 수업을 하기 위해 한 번 더

달린다. "매니저님, 저 지금 가도 되죠?" 이미 가면서 묻는  겉치레 정도란걸 상대도 이제 안다.

수업 임박한 시간엔 잔여석은 알수있어도 어플예약이 불가능



무슨 일있으면 아빠한테 전화하지 말고~ 알지?


50분 자유 시간을 주고 소화시키러 간 걸 알면

 여자가 센터에 꿀단지를 숨겨두고 왔나 궁시렁 그런 사람이니까. 아이들에게 "마이리틀포니 놀이"를 미소로 제안해두고 잰걸음에 이어 전속력으로 달린다.

뭐.. 애들 식후에 자기들끼리 놀게 한다고 큰 일?

 난다. 좀 부족한 엄마처럼 보인데도 그 또한 남들 몫이니까. 운동과 너그러움은 매번 맞닿아 있기에 이런 순간 크게 망설임이란 없다. 하는 편이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좋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안다.



필라테스까지.

오늘만 세 번의 운동을 했다.


유일하게 유지 및 참여를 거르지 않는 톡방에서는 글쓰기와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 이또한 내겐 잔잔한 자극이 되고 에너지임에 분명하다.


1시10분, 지금  시각. 깨어 앉아 가만 생각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저렇게 서로 격려로 "쓰는 일"을 거르지 않고, "출간"을 기대하는데...


 하지는 않지만 운동에 진심인 나는 과연 무얼하면 좋을까?나도 달리 목표랄 게 있어야 하나 싶어 곰곰히 머리도 갸우뚱 해 보았다.


늘 그렇듯 계획도 없이 그저 문.득..득 산다.


내가 어째서 이렇게 운동을 하는지 물어봐주는 이가 있다면 그땐.. 거기에 대한 답을 글로 적어 보고 싶다. 어디까지나 몸을 단련하는 일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한 일인데. 신기하게도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 내 학급 아이들에게  따뜻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건 내가 지닌 메타인지 덕에 알아차렸. 공부엔 발휘  되어도 가끔 이렇게 삶에 적용해 내고야 마는 나의 두뇌♡

 정신과 몸이 그저 나가 떨어져 있던 시절을 다시 거슬러 올라 갈 이유가  이상 없어진 것이다.

이거 말고 무슨 이유가.. 어떤 의미가 필요할까?

 


내게 운동은 생존이다.

그냥 생존이라하면 많이 부족할 만큼 나는  덕에 죽지않고 살아있다. 주로 그냥 말고 절절히 감사하다. 죽어보려 하지 않은 삶이 아니었는데.. 중딩시절 죽으려던 나를 살려 놓은 그녀와 크게 다름이 없는 게 내겐 운동이라 고맙지 않을 이유란 없다.


단단한 운동철학이 이제야 정립되었다면, 내곁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나아진 몸으로  살아가게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나의 그 다음 목표다.

잔소리가 되지 않도록 내 몸을 한 번 더 움직이며 기다려본다. 그들이 하지 않으면 까짓 거 서로 좋은 일 한다치고, 내가 한 번 더 하자. 상대의 마음이 동하도록 증명해 보이고도 싶다. 아님말고.

난 포기도 빠르니까! 라고 위안 하려던 찰나.


몇 주 전은 A가 필라테스, B는 요가를, C는 틈틈히 걷기를, 오늘은 헬스장 등록을 마쳤다는 D의 카톡에 감격에 젖고 기어이 눈물샘이 자극됐다면 거짓말일까?

이 새벽 나는 그녀에게 가져다 줄 레깅스와 운동복을 잔뜩 챙겼다. 건강하게 살고자 한다면 그게 누구라도 기쁜게 나니까.

웨이트를 해보겠다는 그녀에게 뭘 못줄까♡♡♡



내가 운동을 거르지 않는 이유가 그렇다.

이 새벽 레깅스를 챙기고 있는 이유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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