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rosi Dec 12. 2024

대물림하지 않기로

부모직함으로 새끼손가락 마주거는

엄마는 아버지의 머리를 손수 다듬어 주신다.


그녀는..

새벽수영 상급반의 에이스 자리를 수십 년째 독점하고 있다. 어디 뿐인가!

요가수업에서 젊은 사람들도 어렵다는

살람바 시르사아사나 (머리서기/소위 물구나무서기)를 거뜬히 해내는 보기 드물게 탄탄한 여성이다. 운동 중에는 도통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머리를 꼼꼼하게 다듬어 주는 모습을 가만 지켜보던 일곱 살 아이가 낮은 소리로 중얼댄다.


방앗간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 엄마 부모님이었다면  
울 엄마가 정말 행복했을 거예요


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오분 남짓 거리에서

50분, 다섯 시간 동안 회상할 분량의 장면 장면이

기억의 편린처럼 마구 흩어졌다. 

행복했던 시간, 행복할 수 없었던 시간.


5년 전, 10년 전에도

부재한 그 자리에.. 방법이 있다면!

비록 꿈이라도 괜찮으니  한 번쯤..


엄마와 아빠를 가만 앉혀두고

 아이를 소개하고 싶었다.

마음껏 자랑하고 싶었다.

아이가 그렇게 말하던 날, 나는 생각했다.


나의 엄마 품에 내 아이를 안겨주는 마음,

나의 아버지에게 어릴 적 내가 그랬듯

이 아이 손을 쥐어주는 기분이란


어떤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냥 걷던 길에

돌연 흙바람이 불어 감아도 아픈 눈을 겨우 뜨듯

이별한 것이 몹시 가슴 시린 날이 있다.


타인의 일상이 궁금해지고

그것을 나도 누리면 안 되었나, 억울한 날이

가끔은 꼭 있다.


이 아쉬움을 아이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일곱 살의 꼬마가 열 한 살이 되고 나서야

아이의 글을 훔쳐보고 알아서 미안했던 날.


건강을.

나는 다짐했다.


 힘으론 어쩌질 못하는 수명은 내버려 두고,

자력으로 바꿀 수 있는 영역의 것( 네 발 말고 내 발로 걷고,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는 삶)을

꾹꾹 결심했다.


내 마음에 그늘을 드리웠던
부모의 투병과 나의 간병을
대물림하지 않기로 했다. 그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