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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an 05. 2025

있을 때 잘하지

거리두기는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필요하네

언니, 갈 때
무슨 가방 가져가? 검정? 연보라?


그건 왜 묻냐고 되물으려다 설거지를 멈췄다.

어라? 살짝 목소리도 떨리는 건 뭔가;;


평소라면 오로지 개구진 표정만 갖추던 둘째아이가

턱 까지 슬쩍 치켜든 게 오늘따라..

어째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쟤 또 왜에?


연보라~  마카롱 가방


잠든 언니 깰까 긴장하며..

1년 365일 층간소음 유발자의 직함을 잃지 않던 둘째는 어쩐일로 까치발도 들  안다.

발레도 때려친 애가 모야모야~ 무슨 일?




30초 쯤 지났을까..


이번엔 곤히 자는 언니를 기필코 깨우겠다는 마음으로 돌변했는지..

돌연 괴성을 지르며 후다닥 거실로 뛰어 나온다.

다다다다다다..


으아악~~~!  어뜩해~!
엄마아~나  성공이얏 ~~~~~~!!


뭔 성공?


하얼빈 역에서 호흡을 멈춘 사람 마냥, 숨죽이던 안중근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까레아 우라인가 뭔가..) 러시앗말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듯 30초 전과 후이토록 대조적이란 말인가?




오늘 헤어지면

스무밤이나 꾹 참아야 다시 만날 언니를 위해 나름 노력한 걸로.



가장 아끼는 스티커를 숨겨두는 쿠로미 상자에서 제일 아끼는 하트 스티커를 망설임없이 꺼낸 걸 보면.


사랑을......

하긴 하나보다.


있을 때 잘하지! 라고 무안을 주고 싶을 만큼,

평소라면 제 언니를 못 잡아 먹어 안달 난 동생이지만..

좀 기특해지는 순간이다.


새해기념 착한 일, 예쁜 짓 고맙니다^^


그나저나 

언니 답장?은 뭐니?..

고거슨 ㅋㅋ 1월 말에야 받을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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