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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소리 Jul 07. 2023

달콤하고, 때로는 이국적인 맛

[시칠리아 여행 10] 팔레르모의 주전부리

 

시칠리아는 일찍부터 온갖 식자재가 풍부했다. 그리스와 아랍, 유럽의 세력이 교차하는 지점이라 그랬다. 유럽 본토에서는 심지어 설탕조차 족층이나 누리는 호사품 대우를 받았지만, 여기서는 갖가지 재료를 활용한 달콤한 디저트가 두루 발달했다. 시칠리아에 오면 다이어트는 잠시 신경 끄고 단맛의 유혹에 몸을 맡겨볼 만하다.   

  

시칠리아는 내가 갔던 10월에도 한낮이면 아직 한국의 무더운 여름 날씨였다. 이런 날엔 오후가 되면 시원한 팥빙수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그라니테가 딱이다. 그라니테는 시칠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으로 얼음을 갈아 만든 과일 슬러시와 비슷한 맛이다. 천연 과일을 사용해 단맛은 적고 과일 향이 강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현지인들은 브리오슈라는 빵과 함께 그라니타를 아침 식사로 먹는단다. 시칠리아에 체류하는 동안 아마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그라니테를 찾았던 것 같다.    

 

시칠리아의 국민 간식 카놀리와 그라니테

저녁을 들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라 도심을 어슬렁거리는데, 시칠리아 대표 간식인 아란치네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눈에 띈다. 숙소에서도 안내문에 소개한 '원조' 가게 비슷한 가게다. 아란치네는 마치 주먹밥처럼 생겼는데, 반죽 속을 채우고 튀겨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겉바속촉’ 간식이다. 주먹밥 만한 아란치네를 맥주랑 곁들여 먹고 나니 벌써 배가 부르다.      


근데 야외 좌석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집에서 카놀리를 판다. 수도관처럼 생긴 바삭바삭한 큰 과자에 부드러운 크림으로 속을 채운 시칠리아 대표 과자다. 시칠리아 마피아가 등장하는 어느 영화에서 출전 직전 두목이 부하에게 카놀리를 챙기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시칠리아인의 삶에서 깊이 자리 잡았다. 처음엔 그리 달지 않고 감칠맛이 있었는데, 멕시코 음식 또띠야 랩 만한 큼직한 걸 다 먹고 나니 포만감이 올라온다. 저녁 식사 전 간단한 간식으로 시작했는데, 주전부리 두 개에 저녁 한 끼는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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