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발가락 끝이 교차하며 닿는다는 느낌으로, 무릎이 아닌 허벅지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음- 다섯 번 하고 거북이 같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파하고 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헙! 하고 빠르게 숨을 들이쉰다. 몸은 물속에서 일직선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시선이 완전히 아래를 향하도록 고개를 숙인다.
수영장 레일 옆에 있는 세 개의 기둥을 기준으로 잡고 스스로 호흡을 균일하게 하는 연습에 집중하며 목표 거리를 늘려갔다.
수영 첫 주,나는 기본을 잘 지킨 수강생이었다. 킥판이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었다. 킥판을 잡으면 몸이 가라앉지 않으니까 왼판 돌릴 때 음, 오른팔 돌릴 때 오른쪽으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파, 헙! 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쭉쭉 나갔다.
"어릴 때 두 달 배운 게 지금 엄청 도움이 되더라고. 나 첫날 팔 돌리기까지 했다니까?!"
한 주 강습받았을 뿐인데, 발차기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은 나는 어깨뽕이 차올라 수영 무용담을늘어놓았다. 어릴 때 뭐든 하는 게 좋다는 게 뭔지 알겠다는 둥, 아이들 지금 배워놓은 거 헛되지 않다며, 애들 수영 배운 거 안 까먹으니까 걱정 말라며. 몸은 기억하더라며.
장착된 어깨뽕이 물먹은 솜처럼 축 쳐지게 된 건, 강습 둘째 주, 몸이 삼십 년 쉬는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면서였다.
둘째 주 첫날, 킥판과 한 몸이 되어 왼팔, 오른팔, 돌려가며 호흡도 유지하며 앞으로 쭉쭉 나가고 있을 때 강사님은 나에게 킥판을 빼고 해 보라고 하셨다. 호기롭게 킥판을 빼고 배운 대로 열심히 왼팔부터 돌리고 두 손이 수면에서 맞닿을 때 얼른 오른팔을 돌려 숨을 쉬어야 하는데? 왼팔이 물아래로 힘없이 떨어지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숨을 쉬는 타이밍에 얼굴이 물속에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꼬르륵 숨을 쉬는 건지 물을 먹는 건지, 내 입은 숨 쉬는 동시에 물속에 있으니 이건 입이 아니고 아가미인가. 수영 강습 이주차 만에 인간물고기, 아니 물고기 인척 하는 붕어빵 돼버린 사람 여기 있어요. 결국 팔을 저으며 숨을 내뱉는데 들이쉬지 못하고 그냥 참아버린다. 내가 숨 쉬는지, 숨 참고 가고 있는지 강사님은 모르는 눈치다. 수영, 아니 고행을 네 박자하고 난간을 잡고 어푸어푸. 아이고 더는 못하겠다. 레일 한 중간에서 헉헉대며 서서 뒷사람에게 먼저 가라 신호한다. 이걸 계속 가, 말아? 수린이에게 킥판 없는 수영은 생존수영 그 자체였다.
"팔이 자꾸 아래로 떨어져요. 숨 쉴 때 얼굴이 물속으로 들어가요."
강사님을 고개를 더 집어넣으라고 하셨다. 아니, 고개를 더 넣으면 물이 입에 들어오는데요. 물이랑 숨이랑 같이 들이마시라는 겁니까. 자신 없는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강사님은 땅콩 또는 베개라 불리는 작은 킥판을 주셨다. 아 살았다. 땅콩이면 어떻고 베개면 어떠랴. 땅콩베개를 손에 쥔 수린이는 다시 마음에 평정을 찾고 열심히 발차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킥판 없이 앞으로 나가는 다른 회원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날, 남편은 킥판을 누르지 말고 앞으로 나가는 느낌으로 밀듯이 잡고 해 보라고 했다. 강사님은 왼팔이 떨어질 때 발차기로 몸을 유지하라고 했다. 남편의 말처럼 땅콩을 앞으로 추진하는 느낌으로 살짝 잡고 강사님 말대로 오른팔을 돌릴 때 발차기를 더 세게 해서 왼팔이 물아래로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했다. 고개를 많이 들지 말고 살짝 숨만 쉬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되 오른팔을 천천히 돌리면서 짧고 깊게 숨을 쉬어야 했다. 땅콩베개를 잡고 있지만 의지하지 않는다. 누르지 말고 손만 얹는다. 호흡하면서 발차기에 집중해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게 관건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게 땅콩이 있을 때 해볼 만했다. 다시 출발할 때마다 다짐하고 참방참방. 땅콩아 고마워.겸손해진 붕어빵은 손끝에 의지할 땅콩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생각했다.
수영 잘하는 방법이요? 물속에 오래 있으면 돼요
수영 잘하는 방법을 검색하자 한 현인이 답했다. 물속에오래 있으면 된다는 말,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된다는 말에 금세 마음이 독려되었다. 물을 먹더라도, 내 몸이 내 맘 같지 않더라도. 양팔, 양다리가 허우적대며 자꾸만 레일을 이탈하려 해도 그냥 월, 수, 금 오전 아홉 시. 그 자리에 있는 거. 자리를 지키는 건 언제나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숙제다.
자꾸만 솟아오르는 승모근이 고민이던 차, 어깨뽕까지 더해져 우주최강 파워숄더 될 뻔했던 수린이는 배부르게 물먹고 나서야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낮은 자세로 다음 배움을 준비한다.
수영 끝나고 계단을 오르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걸 보니 운동이 확실히 된 거 같은데, 그렇게 숨 가쁘게 운동을 한 건 확실한데 전혀 갈증이 나지 않는 거 보니 물을 많이 먹긴 먹었나 보다. 열심히 수영하고 목이 말라 생수를 들이켤 그날까지. 승모근은 낮아지고 매끈한 직각어깨가 되는 날을 상상하며 긍정회로를 돌린다. 햇볕은 따뜻했고 기분 좋은 근육통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