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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가객 May 16. 2023

 참을 수 없는 티 푸드      
-다식 & 디저트

 몇 년째 카페 투어가 유행하고 있다.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감성카페를 만나 정서적 감응을 받으면 마음을 나누고 싶은 친구들과 즐겨 찾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감성이 통하는 지인들에게 카페 정보를 추천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그런 곳은 바리스타의 고집스러움으로 유지되는 질 좋은 커피나 기억에 남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SNS를 타고 알려진다. 어느 곳에 있던지 카페라면 기본 메뉴로 커피와 차와 디저트가 준비되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팔당댐과 남한강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갤러리카페가 많다. 규모도 상당하고 인테리어를 보는 즐거움도 한몫을 하는 고급스러운 카페다. 그 중에는 계절마다 작품을 교체하여 전시하는 부지런한 기획력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미술관 입장료만으로 맛있는 차도 마시고 예술품도 관람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 할만하다. 갤러리카페는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용하기 좋다.          

 

 그런가 하면 여행 중에도 카페를 찾게 된다. 계곡이나 강 바다 등의 경치를 부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카페를 방문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예쁜 카페, 유명한 카페를 찾아가 기념 샷을 찍고, 여행지의 풍경과 특징을 감상하는 시간이 여행의 디테일을 풍성하게 해준다. 종종 다녀온 여행지를 떠올리면 그 지역의 상징처럼 카페가 인상 깊게 떠오를 때도 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무성영화 슬라이드 필름처럼 카페의 이미지가 지나간다. 아마도 카페란 곳이 마음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나의 뇌가 중요하고도 즐거운 기억으로 분류해 오래도록 간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요즘은 베이커리 카페가 많이 눈에 띈다. 시럽과 소스를 듬뿍 올린 디저트들이 가득한 베이커리 진열대는 보고만 있어도 달달한 향기에 침샘이 터진다. 규모가 큰 곳은 아름다운 정원과 그룹 모임이 가능한 공간들을 갖추고 있어 스몰웨딩이나 크고 작은 특별한 기념회나 잔치를 겸할 수 있어서 왁자한 잔치집의 분위기가 난다.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베이커리 카페의 분위기는 없는 활력도 솟게 만들만큼 역동적이다. 커다란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노래가 넓은 카페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고, 이용객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만큼 소란스럽다. 갓 구운 빵과 쿠키들을 진열대에 채워 넣는 제빵사나, 바 안에서 부지런히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나,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는 직원들까지 모두 분주하면서도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것도 마케팅인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흥겨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도 좋다.          


베이커리 카페의 유행은 고객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다. 커피나 차는 디저트와 함께 먹기에 안성맞춤의 쓴 맛과 쌉쌀한 맛이 특징이다. 카페라는 장소의 이용 목적이 개인마다 상이한 것처럼, 빵도 더 이상 간식이 아니다. 아침과 점심을 아우르는 브런치 카페에서는 간편한 반제품 조리만으로 식사까지 가능하다. 다양한 특성을 자랑하는 카페들 덕분에 우리는 일상에서 차를 마시고 디저트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쯤 되면 카페가 대중문화와 풍속을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김홍도가 이 시대를 여행하며 풍속도를 그린다면 분명 베이커리 카페의 모습도 한 장 정도 남기지 않을까 혼자 재밌는 상상을 한다.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에프터눈 티, 홍차 문화는 필연적으로 디저트를 발전시켰다. 차가 왕실과 귀족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차와 함께 디저트가 발전할 수 있었다. 상인들과 시민 층에게 차가 전해지면서 에프터눈 티는 더욱 여러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저녁을 먹기 전 아직은 업무 중인 시장한 시간에 간식과 차를 마시므로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했던 것이 여러 나라를 거쳐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어 오늘날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카페의 주 메뉴는 커피다. 대부분의 카페가 구색 맞추듯 차 메뉴를 준비하고 있지만 어떤 카페는 차 메뉴가 빈약하거나 없는 곳도 있다. 간혹 전통찻집이 있지만 대용차류, 허브차류가 주를 이룬다. 녹차나 한국산 홍차인 잭살차 발효차를 마시기 좋은 곳은 그래서 차 생산지다. 그러나 너무 멀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접어놓았다가 핑계를 잡고 달려가는 것이다. 한국의 차 생산지가 최남단인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 몰려 있으니 서울 경기지역을 벗어난 적이 없는 나로서는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격에 맞는 다식과 함께 차를 즐길 수 있는 찻집이 그립다.        

   

티 푸드는 다식이나 디저트 등의 의미를 포괄한다. 차를 마시는 시간을 더욱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티 푸드의 용도다. 차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나라마다 지역마다 독특한 티 푸드가 있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베이커리 카페들이 많아서 티 푸드는 다양하게 접하고 있다. 그러나 한식으로 직접 만드는 다식 메뉴를 만나기는 매우 드물고, 그 종류 또한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차도원의 한식다과 - 정과, 육포, 다식

         

 다식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특별한 카페가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된 친구와 들밥 집에서 만나 나물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자영업자인 친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스트레스가 심했던 터라 여행길이 열리자마자 미뤄두었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며 근황을 전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친구가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다며 갈만한 카페를 물었다. 운전대를 잡은 나는 명상을 즐기는 친구가 좋아할 만한 곳을 생각했다. 친구의 남편이 바리스타라 아침마다 싱글 오리진 모닝커피를 대접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커피맛집은 제외했다. 마침 적절한 곳이 떠올랐다.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수제 한과로 유명한 <차도원>. 도예명장 박부원 선생님의 전시장과 요즘은 보기 드문 불가마를 볼 수 있는 <도원요> 안에 있는 전통찻집이다.



곶감치즈 &호두강정


 친구를 대접할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면서 우리가 찾아갈 곳을 소개했다. 친구가 즉시 SNS로 검색해서 피드를 보여주었다. 음식에 진심인 친구는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도예가의 후손인 차도원의 팽주님이 직접 만든 한국식 다식들이었다.      

    

모나카,아이스홍시


차도원의 메뉴들은 사진보고 놀라고 맛보면 더 놀라는 특별한 전통 다식이라 세시 풍속과 민속음식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 급격한 경제발전과 사회변화로 한국적 특색이 희석되어버린 이 즈음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나 오랜만에 모국을 방문한 교포 분들을 대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나는 그 중에서도 흑임자다식과 견과강정을 좋아한다. 향기로운 귤정과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키위건과, 귤정과, 즉석군밤


            

흑임자 다식

                                                





 나라마다 특색 있는 티 푸드가 발전되어 왔지만 글로벌화의 혜택으로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나라의 티 푸드를 맛볼 수 있는 놀라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카페투어가 유행이니 마음이 끌리는 후기 좋은 카페를 찾아가는 것도 대중화된 일상힐링을 누리기에 좋은 기회가 아닌가. 통영의 오미사꿀빵이나 강릉의 커피콩빵 같은 디저트도 카페문화의 전성기를 맞아 이름을 얻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차를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티 푸드 이야기를 오늘의 주제로 삼았다.           


서양의 홍차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쿠키와 케이크와 빵 같은 디저트다. 홍차의 떫은맛이 이런 것들과 매우 잘 어우러지기 때문에 티 푸드 시장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유통을 확장시켜 오늘에 이른 것이다. 홍차에 곁들이는 디저트로는 대표적으로 스콘을 들 수 있다. 야채와 견과를 넣어 만든 고소한 풍미의 스콘은 달지도 않고 위를 든든하게 채워주므로 식사대용으로 좋다. 그 밖에 단 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마들렌, 머핀, 치즈케이크, 타르트도 좋다. 피칸이나 호두에 시나몬가루를 첨가한 파이와 샌드위치도 애용된다.      

     

이웃나라 중국의 다식들은 매우 친근하다. 단호박, 해바라기, 수박 등의 씨앗들이나 피스타치오, 호두, 말린 대추 등 간편한 견과를 곁들이기도 하고, 곡류에 꿀이나 시럽을 넣어 만든 다양한 정과도 이용된다. 탕후루(산사나무 열매꼬치)나 건포도와 같은 건과류와 과자 안에 여러 가지 소를 넣어 만든 월병도 이용된다. 중국의 다양한 차들을 즐기는데 두루 어울리는 다식들이다. 차에 간단하게 곁들이는 비스킷 종류도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차 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은 말차와 센차 로열밀크티를 발전시켰다. 말차에도 티 푸드를 곁들이지만 홍차의 티 파티에서 즐기는 일본의 티 푸드는 간단한 쿠키부터 간편 식사까지 가능할 만큼 매우 다양하다. 미트로프, 샌드위치, 푸딩, 멜로, 셔벗, 아이스크림, 파이, 치킨 롤, 포테이토, 치즈토스트, 스콘, 케이크 비스킷, 타르트, 만주 등 우리가 간식으로 먹을 만한 거의 모든 종류의 디저트를 티 푸드로 즐긴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의 인생길에 잠시라도 마주 앉아 안부를 듣고 담화를 나눌 존재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의무적으로 만나야만 하는 관계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에게 자발적이고 의도적인 만남이란 참으로 드물고도 특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내향성이거나 품성이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인 나는 관계가 늘 어려우면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으로 인한 상처도 깊지만, 아직도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함께하는 사람이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만나 무언가를 함께하는 이가 나에겐 귀인이다. 시간과 마음을 내어 만난 사람에게 성의를 다해 대접하고 싶은 건 그러므로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까운 지인이나 영적소통으로 서로를 중보하며 섬기는 교회 자매들,  또 가장 긴밀한 관계인 가족과 함께 할 때도 최고의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준비한다. 살아가는 동안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그리 흔치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혼자 차를 마실 때도 역시 특별하게 즐긴다. 내가 나를 마주하는 시간, 스스로를 대접하는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실은 그 시간이 있어서 수많은 역할을 감당하며 바쁘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일상 속에서도 내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거니까.           


 누구를 위해서든 차를 준비하는 시간에 나는 차를 고르고 차와 더불어 즐길만한 다식을 준비하는 일에 공을 들인다.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 차의 성분으로 인해 장의 활동이 촉진되어 소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차 모임을 하다보면 금방 출출해진다. 차를 대접하는 입장에서 할 이야기는 남아있는데 찻잔이 식은 채 방치되도록 할 수는 없다. 가벼운 허브 차나 향이 좋은 꽃차를 내면서 허기를 재워줄 다식을 내는 것이다.         

  

 녹차의 경우 빈속에 마시면 위를 자극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식을 곁들여 먹도록 한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들을 손수 만들거나 할 재주는 없어서 사다가 차려내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래도 초대된 손님이 즐겁게 차를 나누고, 차 자리가 끝나고 돌아가서도 몸과 마음이 즐겁고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평소에 차 모임을 위해 나는 과일을 말린 건과나 열매를 말린 견과, 다식으로 좋은 한과나 약과와 같은 정과를 준비해두었다가 낸다. 냉동보관 했다가 한 시간 전에 상온에 꺼내두면 말랑하게 바로 먹을 수 있는 오메기 떡, 인절미, 찹쌀모치 같은 것도 차회 중간에 내기 좋고, 모시 떡이나 송편도 1~2분 데우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다식이다. 신선한 제철 과일도 애용한다.    





      

 오랜 시간 다양한 이들과 차 모임을 가지다보니 티 푸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다. 외국인의 경우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과의 바삭함 뒤에 이빨에 남는 찐득한 느낌이나 떡의 찰진 식감은 분명 낯선 맛일게다. 한국학 박사과정을 진행하던 베트남 유학생 R의 한국어 튜더를 맡고 있을 때였다. 비교문학을 연구하는 그녀의 리포트나 논문의 번역을 위해 명절과 연휴가 되면 며칠씩 우리 집에 와서 머물곤 했다. 그 때마다 차와 함께 여러 가지 다식을 대접했다.     

      

 R에게 견과로 만든 수제 강정을 대접했을 때였다. 맛을 보더니 당장 만드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차 자리가 끝난 뒤에 재료를 사다가 함께 만들었다. 그녀는 한국학 전공자인 만큼 한국 문화와 풍속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기꺼이 찾아다녔다. 그녀의 가족이 한국여행을 왔을 때도 3일간 우리 집에 초대했다. 그녀의 세 아이와 이천의 도자예술 마을에 가서 물레 체험을 하고 도자기 기념품을 제작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도자기 체험을 안내하는데, 대부분 좋아하고 구운 도자기를 보내주면 기쁘게 기념품으로 간직한다. 내가 다낭에 갔을 땐 R의 오토바이 뒤에 실려 베트남산 녹차와 침향차를 구하러 전통시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녀 덕분에 맛본 베트남 차들과 열대과일을 말린 디저트와 쌀국수 맛을 잊을 수 없다. 지금 그녀는 다낭대학교의 한국학 교수가 되어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국인만큼이나 한국의 티 푸드를 즐거워하는 이는 재외교포다. 한국을 오랜만에 방문한 경우 그 분들은 한국에서 체험할 음식목록을 가지고 온다. 밤이 늦도록 차를 마시며 곁들인 다식에 감탄하던 이들도 티 푸드로 야식은 어떠냐고 물으면 미션리스트를 꺼내놓는다. 배달 받은 치킨과 한국산 치즈로 만든 피자, 탕수육이나 칠리 새우 같은 요리들이다. 한국의 티 푸드가 무한대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차가 중심이 아니라 관계가 중심이 되면 이런 무리한 야식도 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차와 함께 즐긴 음식은 배출도 시원하여 후환을 남기지 않는다. 게다가 다시 올 수 없는 따끈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티 푸드로 주제를 잡고 보니 장황해졌다. 차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티 푸드이고, 또 차에 곁들이는 다양한 디저트 메뉴들이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도원요 불가마와 전시장 앞의 토야 - 도원요 도예명장 박부원 선생님이 제작한 광주왕실도자공원의 마스코트






* 사진 출처 chadowon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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