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날씨를 체크하는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지난 주말, 비 예보를 보고 조금 실망했다. 계획이 많은 연휴라 성가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3일간 비가 내렸다. 모처럼 가족 여행을 나선 길에 강바닥이 보이는 걸 목격하고서야 가뭄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내리는 고마운 비를 성가셔 하다니! 게다가 나는 일평생 하늘을 살피며 농자천하지대본을 실천한 농부의 딸이 아니던가! 혀를 차면서 반성했다.
비가 잦으면 부추전이 생각난다. 엄마는 전유화 중에서도 부침개 달인이었다. 나는 엄마의 반죽 레시피에 마른 새우를 다져 넣고 우린 녹차와 엽저를 넣는다. 간편하게 가루녹차 1 티스푼을 추가할 때도 있다. 차를 넣어서 부침개를 만들면 느끼하지 않다. 또 패스트푸드와는 비교도 안 되게 맛있는 부침개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많은 추억들 가운데서도 부침개와 연결된 기억은 유독 선명하다. 미각과 청각과 시각이 두루 즐거워서였을까.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엄마는 텃밭에 화초처럼 가지런히 가꾼 부추를 베어 애호박과 약 오른 풋고추를 넣고 부추 전을 부쳤다. 농촌에서 들일에 바쁘신 부모님이 갑자기 한가해지는 날은 비 오는 날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풍경을 매우 따스하고 즐겁게 기억한다.
열 살 전후부터 성년이 되어가던 그 시절의 기억 속에선 날씨가 정말 중요했다. 요즘 도시에서는 비가 온다는 것이 그리 큰 사건이 아니지만 시골에서는 비설거지를 하고 논밭의 물을 관리하는 것이 너무도 중요한 일이었다. 더구나 소나기를 동반한 궂은 날씨는 우리에게 비상훈련을 시키는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비 온다 얘들아!
서두르는 목소리에 달려 나가면 커다란 항아리며 곡물을 널어놓은 멍석을 번쩍 들어 처마 안으로 옮기는 초인적인 엄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 자매들도 비를 맞추면 안 되는 것들을 각자 눈에 띄는 대로 옮겼다. 엄마가 읊어주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손발을 착착 맞춰 협업을 하는 거였다. 집의 별채에 기르던 닭장과 토끼우리에 비가 들지 않도록 비닐을 씌우고, 바지런한 엄마가 장독에 썰어 널은 버섯이며 나물, 가지, 호박 채반들을 마루로 옮겼다. 빨래며 신발을 미쳐 옮겨놓지 못하면 일머리가 없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다.
비설거지가 끝나면 빗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기다렸다. 빗줄기가 굵어지면 엄마의 걱정스러운 혼잣말을 들으며 두 손을 꼭 잡고 쏟아지는 비를 뚫고 무사히 아버지가 돌아오시길 빌었다. 급하게 우비를 두르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 나간 아버지는 젖은 삽을 싣고 쫄딱 젖어 돌아오기 일쑤였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주무시는 모습을 뵐 수 없었던 아버지가 멀쩡한 대낮에 퇴침을 베고 마루에 누워 라디오를 듣는 모습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함께 비설거지를 하고나면 가족 공동체의 연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 날 부침개로 고소한 잔치를 벌이는 엄마는 경이로운 존재였다. 베어온 부추며 야채를 함께 다듬고 씻으면서 우리 자매들은 마냥 즐거워 재잘거렸다. 부추 전에는 윗도랑 상류에 수북하게 자란 돌미나리도 들어가고 두 쪽 세 쪽이 하나의 뿌리에 달라붙은 당파도 들어갔다. 엄마가 달궈진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면 콩기름에 분량의 비율로 섞은 들기름 냄새가 고소하게 풍겼다. 국자로 반죽을 떠 넣자마자 치이익, 지글지글 하면서 경쾌하게 반죽이 익는 소리가 났다.
막 부쳐낸 첫 번째 부침개는 먼저 엄마가 한 젓가락 찢어서 맛을 보셨다. 군침을 삼키는 우리에게 장난스럽게 말씀하시면서.
“첫 소당은 부침댁 차지란다.”
부침개의 간이 맞는다 싶으면 둘러앉은 우리 자매의 입에 한 조각씩 넣어주시곤, 맛있냐고 물으셨다. 우리가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면 그 때부터 엄마가 본격적으로 전을 부쳤다. 하지만 우리에게 먼저 주지는 않았다. 두세 소당씩 쟁반에 담아 이웃에 돌리고 도랑 건너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 집에 배달을 시키고 나서야 우리차지가 되었다. 나중에 내가 종갓집 장손 며느리가 되어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엄마의 반죽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는지! 그 시절 엄마의 마음의 깊이를 이해하고 더욱 존경심을 품게 된 것이다.
갖은 양념에 매실효소를 넣어 만든 엄마표 간장 양념장은 부침개를 먹을 때에도 일품이었다. 우리가 먹는 속도가 느려지면 엄마는 여유 있게 두어 소당 더 부쳐놓고 나서, 남은 반죽에 약 오른 풋고추를 잔뜩 다져넣었다. 우리 먹는 모습을 바라보시며 먹기 좋게 찢어주시던 아버지를 위한 레시피였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깻잎과 미나리 당귀 잎 등 향채소를 추가한 매운 부침개를 한 젓갈씩 도전한 우리는 얼굴이 빨개져서 물을 찾기에 바빴다.
아빠는 매운 부침개에 더 매운 풋고추 양념장을 얹어서 드셨다. 이제 9순을 기다리는 아빠는 엄마의 식탁 덕분에 지금까지 잔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오셨다. 우리 자매들은 아빠가 그동안 건강하게 지내오신 이유를 “엄마표 신선식탁”덕분이라고 믿고 있다. 실제로 아빠의 식생활은 인공감미료나 가공식품이 영향력을 펼칠 수 없는 자연의 산야초로 그득했다.
나도 산야초를 좋아한다. 강원도 인제에서 장뇌삼과 산야초를 기르는 언니가 매년 보내주는 명이나물과 취 오갈피를 쌈으로도 먹고 엄마의 레시피로 효소김치를 담아 먹는다. 그러고 보면 내가 차에 푹 빠진 것도 산야초를 좋아하는 집안 내력에서 비롯된 것인가 싶다.
- 녹차를 이용한 다이어트 음식들
나는 건녹찻잎을 불리고 데쳐 차나물과 차 밥을 지어먹는 걸 좋아한다. 햇 차를 구했는데 묵은 차가 남아 있으면 최고급 차밥을 지어먹는 사치를 부린다. 뽕잎나물밥이나 곤드레나물밥과 같은 방법으로 짓는다. 건녹찻잎은 차의 산지마다 500~600g에 1~2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올해는 찻잎 장아찌를 담아볼까? 생각만 해도 입안에 향기가 느껴진다. 야생 반달곰이 나온다는 지리산 의신마을에 갔을 때 오랜 단골집 “선유산방”에서 찻잎 장아찌를 처음 맛보았다. 짭조름하고 고들고들한 그것은 낯선 맛이면서도 개운했다. 차의 산지인 하동엔 수제 녹차 체험장을 운영하는 다원들이 있기 때문에 녹차를 따서 덖어올 수도 있고, 생잎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차의 산지까지 가기엔 번거롭기 때문에 어디서나 구입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한다.
혹시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화개의 맛집 “찻잎마술”에서 좋은 차는 물론이고 차 오일과 차 효소를 이용한 특색 있는 차요리를 맛보라고 권하고 싶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입구에 있는 “팔모정 식당”이나 “청운”에서는 지리산 지역에서 채취한 산야채 요리는 물론이고 가루녹차와 말린 찻잎도 구할 수 있다.
유명한 한정식집의 메뉴엔 보리굴비가 있다. 손질한 보리굴비를 우린 녹차에 적셔 먹으면 비리지 않게 고급스러운 흰살 생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보리굴비 뿐 아니라 구운 생선 요리에는 우린 녹차를 곁들여 먹으면 깔끔하다.
구워먹을 스테이크나 삼겹살도 소금 후추 로즈마리와 함께 녹차 잎을 잘게 부숴 시즈닝 해두었다 구우면 향과 맛이 좋다. 요즘 랭돈, 냉동삼겹 얼음삼겹 등이 유행인데, 녹차를 우린 물을 준비했다가 냉동 삼겹살을 담갔다가 구우면 향기롭다. 구워낸 제육이나 불고기에도 우려놓은 녹차와 엽저를 곁들여 먹는다. 요즘은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식탁을 점령한 기름진 음식 때문에 고민이라면 녹차를 이용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차를 다이어트에 이용하는 방법은 이미 많이 알려져 공유되고 있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 차를 활용하면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녹차 잎을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샐러드 소스에 가루녹차를 넣어도 좋다. 차를 마시면서 여러 음식에 활용해보자. 중국에서는 볶은 자스민차에 탕수육이나 튀긴 고기를 섞어먹기도 하고, 생선 튀김에 녹차잎을 섞어먹는다. 조리한 음식의 열량이 많아서 걱정이라면, 쌉싸름한 녹차를 곁들여 고민을 덜어내고 먹어보자!
- 녹차를 이용한 피부미용
많은 여성들이 다이어트 만큼이나 관심을 쏟는 것이 피부의 미백관리이다. 차를 복용하면 다량의 항산화성분을 섭취하므로 미백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차로 섭취하는 것도 좋지만 꿀 팩을 할 때도 가루녹차를 넣으면 진정효과와 함께 모공 수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티백으로 차를 마신 후에 작은 통에 따스한 물과 함께 넣어 냉장 보관하면 저녁 세안 후에 피부 진정제로 사용할 수 있다. 티백을 나무젓가락에 감아서 얼려놓으면 눈두덩이 부었을 때나 모공이 신경 쓰이는 곳에 살살 두드려 붓기를 빼고 모공을 축소시킬 수 있다.
차나무는 허브식물이기 때문에 차씨에서 얻은 오일도 피부미용을 위해 활용하면 좋다. 차씨 오일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처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오 푸드"에서 만든 차씨 오일은 화장품과 함께 사용하기도 하고 식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샐러드에 곁들여 먹을 수도 있다. 약리 작용이 뛰어난 차씨 오일 뿐만 아니라 차콩을 이용한 블랙티와 차효소, 차꽃효소, 차식초, 차와인 등을 특허 제조하고 있다. 다오 푸드가 앞으로 한국의 차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하며 공유한다.
더위로 밥맛을 잃은 날이나 너무 많은 기름진 음식들에 물린 명절 이후에, 나는 녹차를 우린 물에 밥을 말아 오이지나 무장아찌, 명이나물 장아찌와 함께 먹는다. 입은 물론이고 속도 개운해진다. 차 밥은 치아의 건강에도 좋고 입냄새를 제거하는데 효과적이다. 기왕이면 입안이 개운한 것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에도 좋기 때문에 즐겨 이용한다. 좋은 차향을 머금을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다. 오늘은 간단하게 녹차를 우려 차 밥으로 몸과 마음을 해독시켜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