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광야를 함께 걷는 부모 - 기질과 발달로 이해하는 기독교 교육
1.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종종 마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아이가 쉬는 시간 이후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눈이 빨갛습니다.
2.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합니다. 친구가 던진 말 한마디. "너 오늘 옷이 좀 이상해."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들은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아이의 하루 전체를 무너뜨립니다.
3.
반복된 무너짐으로 인해 아이는 밤새 잠을 못 자고, 다음 날 학교에 오기 싫다고 합니다. 부모님들은 불안해합니다. '아이가 심각한 폭력을 당하고 있는 거 아닌가?' 또는 '이렇게 여린 마음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아이의 상심은 부모의 절망으로 다가옵니다.
4.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은 아이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사랑하는 아이의 성장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건강한 사인으로, 아이의 삶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단단한 인생을 향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인 것입니다.
5.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시기는 '사회적 자아'가 급격히 발달하는 때입니다. 부모가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들이 또래 집단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교육학자 비고츠키는 아이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친구의 말에 상처받는다는 것은 아이가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6.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관계의 경험 자체가 훈련입니다. 친구와 부딪히고, 상처받고, 오해하고, 화해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웁니다. 넘어져야 일어나는 법을 알고, 아파 봐야 회복하는 법을 압니다. 이 경험들이 쌓여 마음의 근육이 됩니다.
7.
그렇기에 부모는 먼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온전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아이는 금방 털어내고, 어떤 아이는 며칠을 앓습니다. 이것은 아이의 의지력이나 강인함의 차이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각 아이에게 다르게 주신 기질과 성향의 차이, 기질의 다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8.
발달 심리학자 토마스와 체스는 아이들의 기질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는 순한 기질(Easy Temperament), 변화에 강하게 반응하고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까다로운 기질(Difficult Temperament), 그리고 천천히 관찰한 후 서서히 적응하는 느린 기질(Slow-to-warm-up Temperament)입니다.
9.
어떤 부모님들은 '그래서 뭐가 좋은 기질이냐?' 묻습니다. 그러나 기질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각기 다르게 빚으신 고유한 설계입니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반응할 때 생깁니다.
10.
섬세한 기질의 아이에게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라고 말하는 것은, 그 아이의 하나님이 주신 설계를 부정하는 일이 됩니다. 반대로 활발한 기질의 아이에게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환경만 제공하는 것은 그 아이의 에너지를 가두는 일이 됩니다.
11.
성향과 기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 가르침을 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감정이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라면, 감정 자체를 문제 삼지 마십시오.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울지 마"가 아니라 "네 마음이 그만큼 아팠구나"라는 인정입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괜찮다는 것, 그러나 그 감정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감정을 글로 쓰게 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자기 안의 감정을 밖으로 꺼내는 연습이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
반응이 강하고 쉽게 격해지는 아이라면, 감정의 폭발 자체를 나무라기보다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화가 나는 건 당연해. 그런데 화가 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는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이 아이에게는 감정이 올라올 때 잠시 멈추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숨을 세 번 쉬고,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그다음에 말하는 것. 작은 훈련이지만 반복되면 자기 조절의 근육이 됩니다. 저 또한 아이를 양육하면서 아이가 분노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가르쳤던 것은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 하며 숨을 크게 호흡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분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
천천히 적응하는 아이라면, 재촉하지 마십시오. 이 아이는 느린 것이 아니라 깊이 관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환경이나 관계 앞에서 시간이 필요한 아이에게 "왜 빨리 어울리지 못하니"라고 다그치면 오히려 위축됩니다. 충분히 관찰할 시간을 주고, 작은 성공 경험을 쌓게 해 주십시오. 한 명의 친구와 깊이 사귀는 경험이 이 아이에게는 열 명과 어울리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14.
세 가지 기질 모두에 공통되는 원칙이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되 대신 해결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하신 것처럼(히 4:15), 공감은 해 주되 해결은 아이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 이것이 기질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의 마음 근육을 키우는 기본 원칙입니다.
15.
그러나 부모의 마음이 말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아이가 울면서 돌아오면 부모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당장 상황을 제거해 주고 싶습니다.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일방적인 개입과 판단은 오히려 아이의 연약함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매번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 주면 아이는 '나는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가르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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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광야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광야를 함께 걸으며 하나님을 가리켜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곧바로 가나안에 데려가지 않으신 이유가 있습니다. 흔들림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만이 반석이시라는 것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17.
그러므로 아이가 누군가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받고 돌아왔을 때, 이렇게 질문해 주십시오. "그 친구의 말이 100% 사실일까, 홧김에 한 말일까?" "만약 예수님이 옆에 계셨다면 너에게 뭐라고 해 주셨을까?" "하나님은 너를 어떻게 바라보실까?" 이 질문들은 부모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타인의 평가'라는 거짓 거울을 깨고 '하나님의 시선'이라는 진짜 거울을 보게 돕는 과정입니다. 이 진리가 아이의 마음에 뿌리내릴 때, 그것이 어떤 비난도 뚫지 못하는 방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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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모님, 가정은 아이가 평생 살아가며 사용할 마음 근육을 키우는 훈련장입니다. 가정은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격리하는 벙커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부딪히고 돌아온 아이가 자기 경험을 안전하게 소화하고,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갈 힘을 얻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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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기질을 이해하십시오. 그 기질에 맞게 반응하십시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십시오. 부모인 우리가 먼저 하나님 안에서 평안을 누릴 때, 우리 아이들도 그 평안의 그늘 아래서 단단하게 자라날 것입니다.
20.
한 줄 기도,
"하나님, 세상의 소리보다 하나님의 음성을 더 크게 듣는 아이가 되게 하소서. 사람의 인정보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아이가 되게 하소서."
유찬호 목사 | 등대교육공동체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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