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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끝없는 꿈을 쫒으며 feat. 나이트런

by 나쥬

모두가 어떤 장르에 들어갈 때 처음 본 작품을 입문작이라고 한다.

나의 웹툰 입문작은 네이버 초장수 웹툰 나이트런이다.

아직도 아래의 앤과 프레이가 영식과 격돌하는 장면은 내 머릿속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아있다.

IMG_0155.JPG 네이버 웹툰 나이트런 1부 - 크로스아이 알파, 베타와 격돌 장면


우리는 모두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꿈을 대가로 무언가를 바치곤 한다. 그 대가를 누구보다 현실적이고 가혹하게 치르는 걸 보여주는 작품, 바로 오늘의 주제인 나이트런이다.


나무위키에는 이런 나이트런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이트런의 실체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생존률 0.0001%의 죽음의 세계관 + 강대한 괴수에게 대항해 인류가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세계다.


사실 이와 같은 설명도 조금 다르다.


강대한 괴수가 나오긴 하지만 후반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록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치적 다툼으로 벌어지는 전쟁, 어쩌다 다시 통합해서 괴수의 본진으로 들어갔다가 또 분열되는 말 그대로 군상극의 형태를 띄는 작품이다. 이걸 떠올린 작가는 대체 얼마나 똑똑해야하는지 가늠이 안갈 정도로 다양한 파벌, 등장인물, 능력이 등장한다.


무엇을 위해 꿈을 쫒아 가는가?



IMG_0156.jpg


나이트런의 주인공 앤 마이어는 굉장히 비극적인 인물이다. 사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행복한 인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끔찍한 만화이기도 하다.


앤 마이어와 관련된 인물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비극적인 결과, 혹은 나락으로 치닫게 된다. 그런데 단순히 앤이 남성 캐릭터들을 꼬셔서 나락으로 보내는게 아니라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 같은 존재다. 그 나방의 꿈에 동경하여 옆에 따라 붙은 이들은 태양을 버티지 못하고 다 타버리고 만다. 하지만 앤은 불타지 않고 끝까지 날아간다. 수많은 이들의 죽음을 딛고 올라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


멈추지 않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IMG_0157.jpg 나이트런 1부 - 25화의 한 장면

사실 앤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에 얽혀있는 이야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그부분은 너무 강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이 인물을 이해하고 싶다면 나이트런 1부만이라도 정주행하길 바란다. 솔직히 뒤로갈 수록 힘이 많이 빠진거지 나이트런 1부는 진짜 전설이다.


간략히 말하자면 앤 마이어는 그녀가 사랑한 혹은 그녀를 사랑한 모든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죽인다.

'인간을 위해서'라는 대의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사사로운 감정따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살아가면서 다음과 같은 분기점을 맞이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 것인가, 내가 꿈꾸는 삶(혹은 이상)을 위해 살 것인가.


나이트런에서는 그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한 세계도 보여준다.


뒤틀린 순애. 그럼에도 행복하다면..


나이트런 Another Episode 2 '네가 있는 마을'에서는 그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한 인물이 등장한다. 앞서 말한 본편과는 전혀관계 없어보이지만 끝나고 보면 2부 남자주인공(?) '반'이 선택한 사랑으로 인해 토발이라는 행성이 멸망수준에 치닫고 세계관의 큰 흐름에 일조한다.


2부의 주인공은 시온(ZION)이라는 인물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상향이 ZION으로 등장하는데 작중에서도 그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서술한다.

IMG_0158.jpg 나이트런 어나더 에피소드 - 86화 중 한 장면 ㅣ 반과 시온

해당 에피소드를 봤다면 솔직히 이 장면이 낭만치사량이라는 것은 다들 알 것이다. 나도 이 장면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스크롤을 내렸다.


이 에피소드를 본 중학교 2학년의 나는 결심한다.

이 멋진 이름을 언젠가 꼭 쓰고 말겠다고. 그리고 나는 대학교 창업동아리 ZIONSTUDIO를 만들게 된다.


사랑을 택한 그들은 재앙을 막아내고 사라지는 열린 결말을 맞이한다.

여자 하나를 구하겠다고 전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이 시대의 사랑꾼 '반'은 작중 형이나 아버지에게도 욕을 먹지만 꿋꿋이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가족을 베어넘기고(?) 사랑을 쟁취하고 만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해당 에피소드를 보며 계속 생각이 났다. 서로의 이상을 위해 죽고 죽이며 몸이 찢겨나가는 이 웹툰을 보고 있자면 나는 어른이 되면 다 저런 전쟁터에 나가는 걸까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정말 그런거 같아서 놀랍기도 하다.


이런 시온과 반 커플처럼 나의 이상향을 향해 달려가다 어떤 시련이 와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 바로 내가 구상하는 ZIONSTDIO의 시작이었다.


나라는 사람을 만든 웹툰


내가 만든 모든 활동의 시작에는 나이트런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후 전독시, 나혼렙, SCP 물, 영대급영지설계사 등 여러가지 인생 스토리를 만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 근간에는 나이트런 프레이편과어나더에피소드 - 네가 있는 마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롤로그에서는 내가 왜 웹툰과 사랑에 빠졌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트런을 기점으로 이후 읽은 수많은 작품들 중 가장 나의 생각을 바꿔놓았던, 더나아가 나의 세상을 뒤짚어버렸던 작품들을 이번 브런치 북에 담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든 가장 큰 영향은 어디에서 왔다고 생각하는가?

IMG_0159.jpg Episode 'Pray' - 프레이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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