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치다, 길이 되다 3화

길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길이 나를 삼켰다

by 공인멘토

1절. 처음으로, 진짜 '길'을 알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기, 무술, 초감각 훈련, 자의식의 수련까지—

스스로를 단련시킨다고 믿었던 모든 과정이

결국 허상 위의 성처럼 무너져 내린 후였다.


내가 만든 갑옷은 너무 쉽게 부서졌고,

그 안엔 여전히 어린 내가 웅크리고 있었다.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고, 나도 여전히 나였다.

그 절망 속에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이제는 누군가 나를 진짜로 안내해줘야 한다고.


책을 찾아 헤맸다.

서점의 영성 코너에서, 도에 관한 고전들 사이를 떠돌았다.

유튜브, 블로그, 강연, 명상 모임, 종교 단체…

어디에선가 진짜 길을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 믿었다.

누군가 “이게 길이다”라고 말해주기만 한다면

나는 다시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허상에 속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바람조차 허상이었다.”


길을 찾는 건 지적인 과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믿고 기대고 싶은 감정의 허기였다.

나는 진리를 원한 게 아니라, 구원자를 찾고 있었던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를 거라는 믿음 아래서.


2절.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말은 조용했지만 단단했고, 눈빛은 흔들림 없이 깊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미 선택받은 존재입니다.”

그 말에, 나는 울컥할 만큼 가슴이 뛰었다.


그 단체는 ‘삶의 진실’을 알려준다고 했다.

삶이란 무엇인가, 고통의 근원은 어디서 오는가,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그들이 말하는 언어는 모두 정제되어 있었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답’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았고,

질문보다 ‘이해’를 먼저 내세웠으며,

실패한 나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듯 보였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진리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확신을 믿고 싶었던 것이다.


그 단단한 어조, 끊기지 않는 흐름,

마치 세상의 이치를 이미 꿰뚫고 있는 듯한 태도.

그 모든 것이 나의 흔들림을 감싸주었다.

나는 위로받고 있었고, 그 위로는 곧 충성으로 변해갔다.


고백의 언어

“그들은 내 삶을 이해해 주는 게 아니라,

내 공허를 덮어주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길을 찾고 있다 믿었지만,

사실은 확신을 가진 사람 곁에 있고 싶었던 것이다.


3절. 비판적 사고의 멈춤: 스스로 사고를 멈춘 채 살아가는 법

처음엔 질문이 많았다.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왜 이렇게까지 단정적으로 말하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따라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하지만 곧, 나는 그 질문들을 안으로 삼켜버렸다.

왜냐하면, 그 물음들이 무서웠다.

그 질문이 지금의 나를 무너뜨릴까 봐.

지금이라도 이 믿음이 거짓이면,

나는 또다시 버려진 사람이 될 것 같았으니까.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멈췄다.

대신 그들이 말하는 ‘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무엇이 옳은지 따지기보다,

그들이 옳다고 말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생각’을 멈춘 것이 아니라,

나를 포기하고 있었다.”


질문하지 않는 삶은 편안했다.

누군가가 대신 생각해 주는 삶은 안정적이었다.

생각은 고통을 동반하니까.

결정은 책임을 요구하니까.


나는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버렸다.

생각하지 않고, 따르는 법.

느끼지 않고, 외우는 법.

내가 나로 존재하지 않고, ‘그들 안의 나’로 기능하는 법.


그건 길이 아니었다.

그건 정지였다.

마치 살아 있는 채로 동결된 감정처럼,

내 안의 무엇도 움직이지 않았다.

4절. 거룩함이라는 이름의 무력감

그곳에서 나는 ‘수행자’로 불렸다.

길을 걷는 자, 깨어 있는 존재, 선택받은 사람.

그 말들은 달콤했고, 내 자존감을 높여주는 마법 같았다.

나는 마치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마다 명상을 하고, 침묵의 시간을 지키며,

수련 노트를 정성껏 적어나갔다.

가끔은 강의를 대신 맡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나는 이제 누군가에게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돈은 여전히 부족했고,

관계는 점점 단절됐고,

가족과는 대화가 끊겼고,

내 안의 외로움은 더 깊어져만 갔다.


‘거룩함’이라는 이름 아래,

나는 점점 현실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무언가를 초월했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도피였다.


내면 갈등 묘사

“나는 스스로 구원받았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더 깊은 절망 속에서 기도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말은 점점 공허해졌고,

눈빛은 점점 메말라갔다.

나는 ‘깨어 있음’이라는 외피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5절. 나는 길을 걷고 있었던 게 아니라, 끌려가고 있었다

“길을 걷는다.”

그 말은 늘 멋져 보였다.

남들이 걷지 않는 길, 깨달음을 향한 길,

무언가를 초월한 사람만이 밟는 고요한 여정.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단 한 번도 그 길을 ‘선택’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누군가가 정해준 방식대로,

누군가의 말투를 흉내 내며,

누군가의 철학을 암기한 채 따라갔을 뿐이다.


그 길은 처음부터 ‘나의 길’이 아니었다.


나는 질문하지 않았고, 의심하지 않았고,

의례와 교리를 벗어난 생각은 ‘오만’이라 여겼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걷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조용히 끌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를 버림으로써 길을 따르고 있었다.”


길은 나를 깊게 하지 않았고,

그저 더 얇게, 더 얇게 나를 깎아내렸다.

생각은 침묵으로, 감정은 자기 검열로,

내 이름은 어느새 그들의 말속에서만 존재했다.


어느 날 문득, 강의 노트를 덮으며 생각했다.

‘지금 내가 하는 말, 이건 내 말인가?’


그 순간,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나는 지금까지, 나의 언어로 살아온 적이 없었다는 사실.

나는 길 위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굴레 안에 있었던 것이다.


6절. 거기서 벗어나, 나를 다시 찾기까지

탈출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아주 조용한 이탈이었다.

어느 날 아침,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내 발이 문턱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냥 그날따라 돌아섰다.

그 누구도 붙잡지 않았고,

그 어떤 음성도 내 마음을 다시 데려가지 않았다.


몸은 빠져나온 지 오래였지만,

정작 마음은 한참 뒤에야 따라 나왔다.

내 안에서 그들의 말이 사라지고,

내 생각이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엔 혼란이었고, 그다음엔 공허였고,

그 후에야 비로소 질문이 돌아왔다.


“이게 정말 나의 길이었나?”

“나는 지금 어디쯤 서 있는가?”

“다시 나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도는 누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걸어보며 체험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길을 아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대신, 길 위에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멈추고, 스스로 돌아보는 중이다.

그것이 어쩌면,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진짜 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길을 걷고 싶었지만,

결국 나 자신을 찾는 게 먼저였다.”


“스승을 따르는 게 죄는 아니다.

다만, 나를 잃고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오늘의 질문

“당신이 믿는 ‘길’은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그 목소리는, 당신 안에서 나온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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