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고치다, 길이 되다 1화

나도 언젠가는, 신비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by 공인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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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릴 때 난 도인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 나는 도인이 되고 싶었다.
TV 속 무협 고수, 영화 속 하늘을 나는 도사, 책 속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신비로운 인물들. 그들은 언제나 조용했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누군가를 쉽게 제압하거나, 말 한마디 없이 상황을 바꾸곤 했다.
나에게 도인이란,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아니, 세상과는 다른 결을 가진, 인간을 넘어선 존재 같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거울 앞에서 옷깃을 정리하며 혼자서도 연습했다.
눈빛 하나로 사람을 제압하는 법, 한 손으로 기를 모으는 흉내, 바람 한 점 없이도 옷자락이 날릴 듯한 상상.
누군가 내게 물었다면, 나는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간 저런 사람이 될 거야.”

그 시절, 도인은 강한 사람이었고, 나를 구원해줄 존재이자, 내가 되고 싶은 '또 다른 나'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 '도인'이 되겠다는 말 속에 무엇을 담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고요하며, 아무 말 없이 모든 걸 꿰뚫어보는 존재.
어쩌면, 말 없이도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랐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인은 천리안을 갖고, 상대의 기를 읽고, 바람 없이도 옷자락을 날리는 존재 같았다.”
그것은 내가 되고 싶었던 이상이었고, 동시에 내가 감추고 싶었던 현실이었다.


2. 능력에 대한 환상, 그 안에 숨겨진 두려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나는 반에서 가장 말이 없었고, 가장 조용했다. 아니, 존재감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이름을 기억해주는 아이는 거의 없었고, 선생님조차 가끔 나를 다른 아이의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언젠가 교실 뒤편에서 지우개 싸움을 하다가 손이 닿았다는 이유로 맞은 적이 있다. 억울하다고 말했지만,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날 집에 돌아와 조용히 다짐했다.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도인이 되고 싶었던 건, 어쩌면 시작부터 잘못된 질문이었다.
나는 ‘도’가 뭔지도 모른 채, 그저 강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아무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게, 누가 봐도 신비롭고 감히 다가설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약함,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존재감 없는 나.
그래서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란 사실을, 세상이 모르게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도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도인의 능력이 아니라, 나의 무력함을 덮어줄 가면이 필요했던 것이다.


3. 무술을 배우고, 눈빛을 단련하던 소년

중학생이 되자, 나는 진짜로 무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태권도, 합기도, 검도. 이름만 들으면 위엄 있어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다녔다.
도장이 끝나면 거울 앞에 서서 눈빛을 연습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턱을 살짝 당기고, 말없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듯한 시선.
내게 그것은 전투 기술이 아니라, 생존 기술이었다.

도복을 입고, 허리를 곧게 펴고, 기합을 지를 때면 어쩐지 내가 강해진 것 같았다.
물론 실전에서는 한 번도 싸운 적 없고, 싸움은 늘 피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마음속 어딘가에 ‘이제 나를 건드릴 수 없을 거야’라는 방패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무술은 내겐 현실의 무기라기보다, 환상의 갑옷이었다.
나는 여전히 나약했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 단단한 척, 아무것도 두렵지 않은 척.
그 척들이 모여, 나라는 허상을 만들어주었다.


‘힘을 갖는다는 건, 나를 감출 수 있다는 거였다.’
세상은 여전히 무서웠지만, 적어도 도복을 입은 나는 지켜져 있는 느낌이었다.


4. 초능력, 종교, 영성에 빠져들던 시간들

무술로는 부족했다.
몸은 단단해졌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고, 세상은 여전히 나를 위협했다.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 향했다.
기 수련, 초감각 훈련, 명상과 단전호흡.
때로는 종교 단체의 수련회에 따라가기도 하고, ‘영적 각성’을 말하는 책들을 밤새 뒤적이기도 했다.

“기가 느껴졌어요.”
“지금, 누군가의 마음이 읽힌 것 같았어요.”
그런 순간들이 분명 몇 번 있었다.
눈앞이 환해지거나, 심장이 이상하게 울렁이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감정이 들어오는 느낌.
그 기묘한 체험은 마치 내 안에 신비한 능력이 있다는 증거 같았다.
나는 그 조각들을 더 쥐기 위해, 점점 깊은 세계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학교에서 무시당하는 건 여전했고,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는 존재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았다.
몸은 점점 피곤했고, 마음은 더 텅 비어갔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게 아니라, 세상 없이도 살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었던 거다.”

현실은 버겁고, 사람들은 차갑고,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신비는 결코 내 고통을 구원해주지 않았다.
그 모든 수련과 체험 뒤에는, 오히려 더 깊은 외로움만이 남았다.


5. 왜 그렇게까지 특별해지고 싶었는가?

돌아보면, 나는 처음부터 특별해지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를 감추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이름 대신 손가락질로 불리고, 집에서도 조용히 살아야 눈치 보지 않는 존재로 살아온 시간들.
나는 존재 자체로 받아들여졌던 적이 없었다.
아무 일도 안 해도 괜찮다고, 그냥 네가 너라서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 능력이라는 옷을 껴입었다.
무술, 기, 영성, 초감각…
그 옷들이 나를 특별하게 보이게만 해준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날 알아봐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나는 나였다는 것이다.

특별해질수록 나는 더 외로워졌다.
사람들이 내 능력에는 관심을 가졌지만, 나란 사람에는 다가오지 않았다.
그게 더 고통스러웠다.
존재를 감춘 채 인정받는 삶은 결국 나를 더 미워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를 감추기 위해 신비해지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받기 위해, 나는 나를 없애려 했고, 결국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진짜 나를 본 적이 없었으니까.


6. 그 시절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 한마디

지금,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종종 떠올린다.
거울 앞에서 눈빛을 연습하던 소년,
기묘한 꿈과 기 수련에 몰입하던 청소년,
어른들 앞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이젠 괜찮다”고 말하던 아이.

그 아이를 떠올리면 마음이 아리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진다.

“너는 신비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의 눈에 특별하지 않아도, 너는 이미 너라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존재였어.”
“네가 그렇게 되고 싶었던 건, 누군가가 너를 알아봐주길 바랐기 때문이야.”

그때의 나는 몰랐다.
길이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견디며 자라는 용기라는 걸.
진짜 강함은 남보다 앞서가는 힘이 아니라, 남들과 함께 흔들릴 수 있는 여유라는 걸.

지금의 나는 그 아이를 꾸짖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곁에 서서 말해줄 뿐이다.


“그 시절 내가 갈망한 건 도인이 아니라, 그냥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나라도, 그 아이의 편이 되어주기로 했다.
도인이 되지 않아도, 길은 내 안에 있었음을 믿기로 했다.



오늘의 문장 요약
“도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냥, 살아남고 싶었던 거다.”


오늘의 질문
“당신은 언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나요?
그건 혹시, 사랑받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