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말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 회의실이라는 작은 연극
문이 닫힌다.
그리고 마음도 닫힌다.
회의실이라는 공간은 이상하다.
들어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어떤 이는 눈을 피하고,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히 반응하고,
어떤 이는 침묵 속에 리허설을 되뇌인다.
그런 가운데
슬라이드는 넘겨지고, 목소리는 이어진다.
“이건 개선이 필요하겠네요.”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이 방향이면 무난하죠.”
익숙한 말들.
하지만 그 안에, 마음은 없다.
공감도 질문도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다.
회의는 흘러가지만
정작 감정은 멈춰 있다.
나는 가끔 그런 회의실에서,
조용히 벽시계를 바라보곤 한다.
시간은 흐르는데,
사람들은 굳어간다.
말은 많아지는데,
대화는 사라진다.
서로의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다음 차례를 준비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잘 보이고 싶어서
누군가는 지적당할까봐
누군가는 그냥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괜찮아요.'
'좋은 것 같아요.'
'다시 이야기해보죠.'
그 말들은 공기처럼 가볍다.
의견인 듯하지만, 감정은 실려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런 말들이 오간 뒤엔
허무함이 남는다.
지침이 남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무력감이 남는다.
회의는,
원래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자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무대가 되었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기하는 연습장이 되어버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
말을 마친 신입은 고개를 숙이고,
중간관리자는 무난한 피드백만을 반복하며,
리더는 공감은 하되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누구도
자기 자신으로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누군가의 진심을 들었는가?”
“나는 내 말 속에서, 내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아니요, 우리는 말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어요.
우리는 언젠가부터
‘듣는 법’을 잊어버렸다.
듣는 척을 잘하게 되었고,
형식을 예의로 착각하게 되었으며,
침묵을 이해가 아닌 무기력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렇게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은 일어선다.
마치 ‘무언가를 했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 말, 정말 너의 말이었니?”
“그 대답, 네 마음에서 온 것이었니?”
회의실이라는 거울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잠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나는 오늘, 사람의 마음을 들었는가?
아니면,
그저 말들의 소음을 지나쳤는가?
이 글은 단순히 회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통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시대에
정작 진심을 담아 듣고 말하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조용한 경고입니다.
말의 양이 아니라
감정의 진심도가 소통의 기준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당신의 말은, 누구를 향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말, 당신 자신도 듣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