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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이와 함께 즐기는 순간들

by 서수정

아이와 책과 함께 노니는 시간을 회상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결혼 생활 28년 차가 되어 뒤늦게 내 자녀와 책을 통해 즐기는 시간들을 쓰고자 한 것은 나와 내 자녀들이 즐기는 순간을 공유하고 싶어서이다.

아이들과 함께 책과 여행을 다녔던 순간은 전쟁의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성장해 버렸다.


지금은 학업으로 곁을 떠나서 각자의 삶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때를 생각하며 아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결혼 후 아이를 출산하기 전 나는 선행학습을 하는 환경이었다. 여동생이 먼저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함께 조카를 돌보아 주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조카의 양육, 교육 등을 통해 내 자녀를 양육하면서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었다.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조카는 6살이었고 양질의 책과 교육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여동생을 보면서 내 아이를 키우기 적합한 환경을 만드는데 전념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아이와 시작한 책 읽기는 오감을 활용한 책을 통해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온 집안이 놀이터였고 온 동네가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자 모든 자연이 선생님이었다.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이가 말을 하고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였다.

아들은 유난히 읽고 쓰기가 빨랐고, 소근육이 발달하여 가위질을 무척 잘했다. 그래서인지 그리고 오리고 만드는 일은 뇌의 감각을 깨우는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그 당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아이의 두뇌를 골고루 자극을 주어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히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아이들과 연습을 했다.


독서를 하는 것도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성인들도 습관을 위해 루틴을 정하고 숙달될 때까지 갈고닦는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필요하지 않을 리 없다.

아이들의 독서력 향상을 위해 아이들과 했던 일은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다니며 다양한 종류의 책을 집으로 데려왔고 책장에 조용히 꽂아두면 아이는 책에 눈길을 주며 꺼내 읽는다.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원칙을 세웠다.

첫째, 아이에게 부모가 원하는 책을 읽히기 위해 강요하지 않기

둘째, 독서력 향상을 위해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책에 눈길을 주기를 기다려라.

셋째, 부모도 함께 읽고 싶은 책에 눈길을 주고 읽으며 습관화하라.


무라카미 하루키 <일류의 조건>에서 지도자는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코멘트식 조언만 한다고 했다.

나도 아이의 독서력 향상을 위해 수없이 많은 책을 구입하고 빌려서 집을 아예 도서관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책 읽어……”의 강요가 아닌 “이 책 읽으면 어때?” “이건 어떨까?”라는 식의 조그만 코멘트식 조언을 했다.

그리고 관심이 생기길 기다리며 아이가 눈길을 주기를 기다렸다.

책을 손에 잡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기 시작하고 눈이 반짝거릴 때 부모와 아이는 교감하고 소통한다. 그때가 행복의 최상인 때이다.

부모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뒤떨어질까 걱정하고 고민한다.

그래서 이곳저곳 학원에 보내고 선행학습으로 아이들이 지쳐가게 만든다.

나도 내 자녀가 뒤쳐질까 걱정했다. 하지만 원칙과 소신을 지키고 아이들이 필요해서 학원에 보내달라고 하기 전까지 기다리며 책 읽기에 몰두했다.

아이에게 독서를 몸에 체화시키고 스며들게 하기 위해 아이와 부모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류의 조건>에서도 구체적인 양육의 원칙을 세운 것을 볼 수 있는데, 나 또한 그랬다.

첫째,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 것.

둘째, 다른 부모가 아이들에게 좋고 많은 것을 시킨다고 내 아이를 그곳으로 밀어 넣지 말 것.

셋째, 다른 부모나 잘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지 말 것,

넷째, 예의 바르고 인성 바른 아이로 자라도록 정서적 안정감 있는 가정을 만들어 갈 것.

돌아보니 참 힘들었지만 아이들에게 나의 고민을 내색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며 지금까지 왔기에 아이들을 많은 학원에 보내지 않았어도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아이들을 일류를 만들기 위해 살아온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기를 바라서였다.

많은 경험들-직접경험과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이 삶에 녹아져 스며들 때 막연함이나 두려움이 아닌 자신감의 근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

나는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바로 독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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