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여동생이 두 명이 있어 두 명의 제부가 있다.
편의상 제부 1, 제부 2라고 부르겠다.
제부 2는 막내 여동생 남편인데 나랑 나이가 같다.
도시에서 학원 다니고 9시까지 자율학습 하며, 시험 끝나면 시내 놀러 가는 학창 시절을 보낸 나와는 달리 고등학교 때 시골에서 오토바이 세대쯤 박살 내며 컸다는 나름 ‘뼈대있는 집안이자 부농의 귀한 막내아들' 이었던 제부는 나와는 좀 다른 궤적을 가진 사람 같았다.
그런데도 가수 토이를 좋아하던 동생에겐 이상하게 <은근~~~ 한 시대의 괴리> 가 느껴졌는데, 변진섭을 좋아하는 제부에겐 의외로 <동시대인의 동질감>을 느꼈다.
가끔 제부가 몰던 카니발에 얘들 다 태워 놀러 갈 때 제부의 플레이리스트가 내 감성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 역시 동시대인의 감성이라 그런가보다 했다.
부부가 다 그렇듯 잘 지내면서도 밉상의 면모가 있다기에 특별히 제부를 두둔하긴 뭣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참 점잖고 잘 베푼다.
어쩌다 처가 식구들이나 조카들이 집에 놀러라도 가면 기둥뿌리 4개 중 4개를 다 뽑아 버린다.
사람 좋은 제부는 술을 좋아했는데, 중년이 되면서 술을 줄이기 시작하더니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안 그래도 건강이 걱정이었는데 참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자전거에 빠져 주말마다 물통 들고 자전거 타러 나가니 내 동생은 집 어지럽히는 사람 없고 자유시간이 생겨서 너무 좋아했다.
제부는 운동에 꽤나 진심이었던지 자전거, 헬멧, 신발, 공기압 체크기계, 속도계 등등의 용품을 사들이며 주말마다 신나게 라이딩을 갔다고 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계속 잡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갔고 결국 손목신경에 손상이 와서 자전거를 못 타게 되었단다. 하마터면 젓가락질도 어려워 뿡뿡이 젓가락을 살뻔했다고 했다.
그래도 의외로 좌절감을 빨리 이겨내고 러닝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역시나 운동에 진심이었던 제부는 옷 사고, 신발 사고, 고글사고, 워치사고는 러닝 찬양쏭을 불러대며 동생에게도 러닝을 권했단다.
나도 러닝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힘들면서도 재미가 있어 제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나이가 동갑이다 보니 생애주기별 관심사가 비슷해지는 것도 같고, 나이 들어가는 몸을 운동으로 극복하고픈 심리도 비슷한가 보다 했다.
어제는 동생이 내 무릎의 안부를 물었다.
무릎이며 발목에 아주 조금씩은 무리가 올 때도 있어 조심하고 있고, 속도든 거리든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늘려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니까 그렇게 천천히 늘려 가야지, 숫자에 그렇게 목을 매서 5킬로를 몇 분에 뛰었니 마니... 결국 무릎에 탈 나서 오늘 병원 갔다 왔다. 운동하고 오면 기분 좋아서 자랑하느라 시끄러운데 오늘은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다.” 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뛰었길래...” 물으니
“소금쟁이가 뛰는 것처럼...”
“소금쟁이가 어떻게 뛰는데?”
“음... 방정맞게????
팔을 크게 흔들면서 어깨는 또 들썩거리고...
음... 길 가다가 갑자기 웅덩이를 만나서 깜짝 놀라 풀쩍 뛰는듯한 다리...
그런 팔다리 동작이 합쳐지니 딱 방정맞은 소금쟁이 같다.”
고 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소금쟁이가 고글쓰고 와치 차고 긴 다리를 풀썩거리며 뛰는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터졌다. 그렇지만 조용히 절망스럽게 누워있을 동갑의 제부를 생각하니 아주 조금 마음이 짠해졌다.
수영하다 디스크가 터졌고, 허리가 아파 골프는 못하고, 자전거 타다 손목신경이 다치고 , 러닝 하다 무릎이 탈 났다니 이쯤 되면 운동 안 하는 게 건강을 지키는 거 아닐까.
그래도 술 마시다 병나는 것보단 운동하다 아픈 게 낫겠지.
다음엔 어떤 운동 소식이 전해질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빨리 무릎이 낫기를 바라며 잘 고은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큰처형이 너무 속속들이 알아도 민망할것 같으니 마음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