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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빵과 효도 DNA

by 유명

중학교 때 부터 지금까지 긴 인연을 이어오는 나의 소중한 친구.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나면 친구들과 시내에 놀러 나갔다.

엄마한테 용돈을 받았지만 실컷 먹고 쓰지도 못했는데도 돈은 항상 부족했다.

아쉬운 돈이었지만 영화도 보고, 우동이나 떡볶이를 사 먹었다.

리어카에 파는 손수건이나 빨간 털장갑을 사기도 하며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최대의 것들을 했다.

어디서든 들리는 최신 유행가, 거리마다 넘쳐나는 사람들, 브랜드 옷가게들, 명동의류, 아트박스. 그 공기와 소리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우리는 가게마다 들어가서 구경을 했고, 하염없이 걷고 놀다 다리가 아프고 하늘이 어둑해지면 집으로 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 맞은편엔 빵집이 하나 있었는데, 친구는 마지막으로 꼭 거길 들렀다.

그리고는 엄마가 이 집 모카빵을 좋아한다며 모카빵 한 덩이를 샀다.

내가 먹고 쓸 것을 사기도 부족해 차비만 남기고 거의 다 써버린 나와는 달리 , 친구는 엄마에게 빵을 사다 줄 만큼의 돈은 꼭 남겨서 빵을 사가곤 했다.


한 번이 아니라 매년 매번.

친구는 나와 시내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빵집을 들러 모카빵을 샀다.

친구의 형편이 유독 여유로운 것도 아니었고, 고만고만 비슷한 사정이었는데도 항상 자기 용돈을 아껴 엄마에게 빵을 사다 주는 마음이 기특하고 예뻤다.

옆에서 보는 나도 한 번쯤은 모카빵을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나는 빵을 산 기억이 없다.

내가 쓰기만으로도 넉넉하지 않은것 같았고, 핑계 같지만 사다 줘도 엄마가 크게 기뻐하지 않을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얼마 전 친구와 통화하다가 옛날 생각이 나서 그 빵집 이름이 뭐였나고 물으니 저도 나도 기억이 가물거려 둘 다 기억하지 못했다.

요즘도 맛있는 것 있으면 엄마 사다 준다는 내 친구는 효도 DNA가 있음에 틀림없다.


시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다섯 시누이 중에서도 유독 엄마 한데 잘하는 시누이가 있었다. 매주마다 추어탕이나 녹두죽을 쑤어오던 손윗 시누가 있었고, 매주마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외식을 하던 손아래 시누이도 있었다. 그건 누가 시킨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할 수 있는 것이 틀림없다.


딸은 친구들과 종종 여행을 간다.

용돈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돌아올 땐 꼭 무언가를 사 온다.

그 지역의 맛있는 빵이나 피자등을 사 오기도 하고, 용돈이 적을 때는 한 장에 천 원이나 이천 원 하는 마스크팩을 사 오기도 한다.

심지어 대한민국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인데도 그 지역에서 샀다는 의미를 붙여서.


주변에 가만히 보면 효도 DNA 가 장착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신기한건 다~ 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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