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는데 지난주 산에 갔다 철 모르고 핀 개나리를 보고는 왠지 마음이 철렁했다.
겨울이 되면 무를 굵직하게 썰어 무밥을 한다.
통깨와 참기름을 듬뿍 넣어 달래간장을 만든다.
달큰하게 뜸이 든 무밥에 달래향 가득한 간장을 넣어가며 조금씩 비벼 먹는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구운, 구멍이 숭숭 난 곱창김에 싸서도 먹는다.
겨울이 되면 동생이 경남 사천의 시댁에서 얻어온 시금치를 나눠주곤 했다.
노지에서 바닷바람을 얼마나 맞고 자랐는지 시금치 뿌리는 빨갛다 못해 갈색이었고, 굵기는 엄지 손가락 두 개만했다.
굵은 뿌리를 가르고 다듬어 데치면 물색깔이 얼마나 짙었는지.
찬물에 헹궈 꾹 짜서 무치면 아이들이 달려와 간을 봤는데 아~달다~소리가 절로 나왔다.
결혼한 여자는 시댁이 싫어 시금치의 시자도 싫어한다는데, 나는 동생 시댁에서 얻어온 흙이 가득 묻어있던 그것만큼 맛있는 시금치를 먹어보지 못했다.
겨울이 되면 굴미역국을 끓인다.
멸치, 새우, 황태로 육수를 내 커다란 솥에 미역국을 끓여놓는다.
그때그때 먹을만큼만 작은 냄비에 덜어 굴과 들깨가루만 넣고 다시 끓인다.
바닷내음을 품은 굴은 탱글하고 달큰하다.
들깻가루 넉넉한 국물은 구수하고 든든하다.
겨울이 되면 군고구마를 굽는다.
햇고구마가 저장되면서 당도가 올라가나 보다.
에어프라이에 넣고 은근하게 구우면 속에서 꿀이 흘러나온다.
껍질이 절로 벗겨지는 따끈한 군고구마를 우유와 같이 먹으면 아~~ 달다 .
봄 여름 가을의 햇빛을 모두 모았는지 겨울은 온통 단맛이다.
겨울이 되면 된장 풀어 배춧국을 끓이고, 두부 숭덩 넣어 청국장을 끓이고, 계란 솔솔 풀어 뽀얀 황태국을 끓이고, 칼칼하게 고추넣어 홍합탕을 끓이고, 맑게 쇠고기 뭇국을 끓이고, 돼지고기 넣어 김치찌개를 끓이고, 입맛 도는 어묵탕을 끓이고, ..
겨울의 음식들을 생각한다.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음식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