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바란다 얼떨결에 행복하기를
아무것도 간절함이 없는 밤이다
후드득. 두둑..
비가 어딘가에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봄밤이다
아무려면 어떤가
비가 나리든
바람이 불든 아무려면 어떠할 밤이다
간절한 게 없어서 다행이다
얼마나 홀가분한가
"간절함"은 아린다 살이 아리고 간이 절여지는 것이리라
나는 알아버렸다
간절하면 통한다
나는 알아버렸다 또한
너ㆍ무 ㆍ간절하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십수 년 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아들의 소식과 얼굴을 끝내
못 보고 가신 할아버지
위장약 겔포스를 달고 사시던 나의 할아버지
죽기전에 한 번만이라도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던 할아버지
며칠 남지 않은 생을 붙잡고 대문만을 바라보던 할아버지의 간절함이란...
'제발 좀 나타나라 인간아 아버지란 인간아
나는 아버지가 와도 좋고 안 오면 어쩔 수 없다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5일째 되는 날 나타났다.
할아버지는 아들을 못 보셨고
나는 아버지를 봤다
아 내 얼굴은 이 사람을 닮았구나 중학생때인 그때 처음 알았다.
너무 갖고 싶은 것은 가질 수가 없다
너무 갖고 싶으면 차라리 눈을 돌리리라
놓아버리리라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하지만 너무 간절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대충 산다
그래서
얼떨결에 산다
나는 바란다 간절하게...
하지만 또한 바라지는 않는다. 너무 간절하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