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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봉 May 04. 2024

오늘도 혼밥 어떤가요

프롤로그

혼자 고요하게 밥 먹는 시간을 즐긴다.


사람들과 어울려 밥 먹는 것도 좋아하고 시끌시끌한 술자리도 애정한다.

하루에 한 번씩 충전을 해줘야 하는 핸드폰처럼 혼밥으로 내 시간을 가져야 사람들과 어울릴 힘이 생긴다.

아예 못 먹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무엇을 먹어도 괜찮아한다. 호불호가 강하지 않다. 그래서 여럿이 있을 땐 주도적으로 메뉴를 정하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땐 다르다. 오늘은 반드시 무엇을 먹어야지 하는 굳건한 마음은 없지만, 혼자 먹기 때문에 메뉴를 정해야 하는 건 오롯이 나 자신뿐이다. 자주 가는 아울렛 푸드 코트를 한 바퀴 돌거나 직장 근처 식당가를 배회하다 보면 뿌옇게 가려졌던 욕구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볼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원하는 걸 안다고 해도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은 게 보통의 삶이다.


식사 메뉴를 고른다는 이 단순한 행동은 좋아하는 것을 알아보게 되고, 삶의 티끌 같은 부분이나마 주도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예리한 분석가처럼 근거를 파헤쳐가며 혼밥을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혼밥을 오랫동안 즐겨했던 이유를 들여다보니 그랬구나 싶다.


보통 회사 동료들과 약속을 잡거나 병원 진료를 다니며 점심시간을 보내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혼밥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다.

누군가의 재촉 없이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며 내 마음을 묻고 식당과 메뉴를 정한다. 조용히 책을 꺼내 진동벨이 울리길 기다린다.

반가운 울림이 오면 오늘의 양식을 카메라 한번  담고  눈에 두 번 담아낸 후 조심스레 첫 숟가락을 뜬다.

먹다 보니 함께 나온 단무지는 좋아하지만 마카로니 샐러드는 안 먹는 나를 발견한다. 난 단무지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내 욕망을 가득 담아 단무지를 리필한다.


오늘도 나는 혼밥을 하며 나와 친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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