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는 비가 자주 내렸다. 비가 오면 기름에 지글지글 튀겨낸 부침개나 칼국수를 떠올리곤 한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높아진 습도와 저기압으로 혈당이 낮아지기 때문에 혈당을 올려주는 전분이 들어간 밀가루 요리를 찾는다는 설을 들은 적이 있다. 비가 내리는 소리와 기름 끓는 소리가 비슷해 자연스레 떠올린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날도 비가 하루종일 내렸다. 점심시간이 되어 사무실을 나서는데 어디선가 기름 냄새가 나는 듯했다. 식당가에 도착해 메뉴를 정하는 편이지만 그날만큼은 기름 줄줄 흐르는 튀긴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충동이 파도처럼 일었다. 사무실 근처 아울렛에 자리한 텐동 식당으로 돌진했다. 우중충한 날씨와는 달리 발걸음이 어느 때보다 경쾌했다. 식당 앞에 놓인 메뉴판을 보며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고 있는 인파를 지나 계산대에 가서 당당하게 외쳤다.
"텐동 하나 주세요!
주문과 함께 조리를 시작하는 것이 이 식당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골집에서 볼 수 있는 솥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튀김솥에 각종 튀김 재료가 치이이이칙 소리를 내며 온몸을 불살랐다. 침 한 번 크게 삼키고 1인석으로 가 책을 꺼내 들었다. 평소보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유난히 짙게 느껴지는 기름 냄새에 코가 경거망동하게 벌름거렸다.
기쁜 소식을 알리는 까치처럼 까만 진동벨이 울렸다. 세상 다소곳하게 쟁반에 담긴 텐동을 자리로 가지고 왔다. 종업원은 뚜껑에 튀김을 덜어놓고 먹으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뚜껑에 튀김을 차례차례 놓았다. 가지튀김, 꽈리고추 튀김, 새우튀김, 느타리버섯 튀김. 온센타마고라고 불리는 온천계란튀김과 김튀김은 그대로 두었다. 달짝지근한 소스가 베어든 꼬들꼬들한 밥과 함께 설렁설렁 비벼주기 위해서다. 꾸덕하게 비벼진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가장 좋아하는 새우튀김부터 한 입 베어 물었다. 튀김계의 실크 같은 튀김옷은 이가 닿기도 전에 바스락거리며 터져 버렸다. 살짝 느끼해진 속을 유차맛 단무지로 달래주면 다음 타자를 먹을 준비가 된다. 가지튀김 차례다. 어떻게 이렇게 맛없게 생겨서는 맛있을 수 있는 건지. 바삭한 튀김옷을 뚫고 들어가자 부드럽게 녹은 치즈 같은 가지 속살이 느껴졌다. 단무지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텐동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비해 얇은 외투가 원망스러웠는데, 식사 후에는 겉옷을 한 겹 더 입은 듯 온기가 차올랐다.
혼자 먹을 때 재료 하나하나를 느끼는 시간이 좋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기처럼 떠다니는 가벼운 생각들이 좋다. 가지를 먹으면 가지요리를 자주 하던 엄마가 생각나고, 꽈리고추를 먹으면 꽈리고추멸치볶음을 기가 막히게 잘하던 단골 식당이 떠오른다.
빗물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경쾌하게 사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