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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러는 다 이유가 있다

by 그리다 살랑 Jan 10. 2025

작심삼일계의 대모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작심삼일러의 단톡방을 만들자 브런치 작가 나들님이 그렇게 불러줬다. 에헴, 어쩐지 위신이 서고 품위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도 글쓰기 좀 열심히 해야지 생각하고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실행으로 옮겼다. 왜 이렇게 뭔가 꽂히면 바로 시작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안 그러나. 꽂혔는데 어떻게 기다릴 수 있는가? 비결을 알려달라. 3일 쓰고 하루 쉬기로 했건만, 꼭 지키지는 못했어도 그럭저럭 일주일 동안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아주 좋았다. 이대로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그럼 그렇지. 작심삼일계의 대모정도 되려면 이쯤에서 뭔 일이 나줘야 한다.


뭔 일이 별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생전 안 나던 차사고가 나버렸다. 그것도 한쪽이 100퍼센트 과실이다. 예전에 남편이 "차사고에서는 보통 한쪽이 과실을 다 가져가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통은 조금이더라도 양쪽이 나눠 갖지."라고 아주 잘 아는 사람처럼 말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주행중일 때였다. 지난 주일 빙판길에 브레이크가 들지 않아 신호대기 중이던 차 두대를 뒤에서 시원하게 밀어드렸다. 그렇다, 100퍼센트 과실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였다. 꼬박 20년을 꽉 채워 탄 차를 드디어 떠나보내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차를 탄지 1년이 막 지난 시점이다. 우리 차의 범퍼는 위로 밀려 올라갔는데 앞 차인 테슬라는 살짝 흠이 났을 뿐이다. 이 와중에 남편은 테슬라의 튼튼함에 감탄했다. 다행인 건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는 것이고, 안다행인 건 앞차와 그 앞차에 모두 아이들이 타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맨 앞차엔 4세 즈음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자고 있다가 놀라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미안하다 아가야 흑.


엄청 세게 박은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살짝은 아니라서 조수석에 앉았던 내 몸도 앞으로 조금 튕겼다가 돌아왔는데 그날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고 목부터 허리까지 저릿했다. 내가 이 정도면 앞 차 분들은 어느 정도이려나. 나도 병원을 가봐야 할 거 같은데, 문제는 엘리베이터 교체공사 중이라는 점이다. 아들은 배드민턴 대회 후 발을 쓰지 말랬고 나는 목부터 허리가 저릿한데 13층을 오르내려야 하며, 차는 견인해 가서 일주일 정도 걸린단다. 감기몸살이라도 걸린 것 마냥 몸이 안 좋아 13층을 내려갈 기운부터 내야 했다. 그런데다 내 생일을 기념하여 이번주에 2박 3일 글램핑장 예약을 해놨었다.


3일 연속 글을 쓰고 중간중간 그림을 그리려는 의욕으로 불타오르던 내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이틀 동안을 그저 전기장판 위에 등을 지지며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야심 차게 시작한 한 달 글쓰기는 또 이렇게 되는 건가. 아니 내가 뭘 꾸준히 하려고만 하면 온 우주의 기운이 나를 방해한다. 아무래도 내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뭐만 하려고만 하면 이렇게 꼭 방해를 해 쌌나. 내가 뭔가 일을 낼 사람인거지. 학창 시절 시험기간만 되면 몸이 아팠고 몸살을 앓았다.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시험을 잘 볼 자신은 없고, 근데 잘 보고는 싶고, 끙끙 앓다가 아파버린 거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런 걸까? 물론 사고를 일부러 낸 것이 아니다만.


아, 여기까지 쓰느라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또 허리가 아프다. 심한 건 아닌데 저리다. 남들은 참고 그냥 해내는 걸까? 2박 여행은 우여곡절 끝에 다음 주로 변경됐다. 내 생일 선물로 혼자만의 1박을 누리고 싶었는데 개 풀 뜯어먹는 소리였나. 이틀 누워있다가 삼일째 일어나 계단을 내려갔다. 물리치료를 받고 나니 역시 돈이 좋구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기침처럼 드드드드 해주는 거랑 드르륵 거리며 근육을 풀어주니 한결 몸이 이완되고 편안해졌다. 하지만 차가 없으니 작은놈 데리고 추위에 버스 타고 걸어서 학원을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고 그러느라 또 13층을 오르고 내리고 반복을 하느라 허리가 저릿저릿하다. 아니 난 왜 다 학원버스 없는 곳에 보낸 거냐고요.


집에 돌아와 상남자스타일로 냉장고를 열고 분다버그를 꺼낸다. 분다버그 핑크자몽맛은 눈으로 한 번, 입으로 한 번 행복해진다. 온 세상이 분다버그 핑크자몽 색깔이면 얼마나 예쁠까? 꿀꺽꿀꺽 들이킨 후 병을 들어 바라본다. 아, 이 몽롱한 색감과 탄산의 맛이여. 아들이 쳐다본다. 비싸서 아껴먹어야 되는데 애가 자꾸 눈독을 들인다. 아무래도 냉장고 구석 어디 매 잘 숨겨놔야겠다. 온 세상이 분다버그였으면, 내일은 이 내용으로 글을 써봐야겠다. 이렇게 아무 생각이나 지껄이다 꽂히는 걸 바로 시작해야 작심삼일계의 대모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야 너도 할 수 있어. 내일은 분다버그 핑크자몽을 그린 그림과 글로 찾아옵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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