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숨소리만큼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활기찬 목소리와 서로를 격려하는 눈빛까지 낯설지만, 왠지 흐뭇하다. 젊음의 다른 공간에 놓여 있는 기분이다. 저들의 젊은 시간이 분명 나에게도 있었을 텐데, 지나온 시간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전혀 다른 세상에서 젊음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남편의 배드민턴 대회 출전. 몇 년 전 큰 부상으로 한동안 배드민턴 대회는 나가지 않았던 남편이 대전에 와서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일반인 A조에 속하는 남편은 아침부터 꽤 긴장한 모습이다.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 대회에 남편은 혼복과 남복에 출전 예정이다. 몇 년 만에 대회에 출전하는 남편 응원차 어젯밤 늦게 대전에 내려왔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대회 준비하고 있는 남편. 썬크림은 눈이 시려서 안 바른다는 남편을 위해 며칠 전 새로 구입한 썬크림을 챙겨 왔다. 어차피 대회 나가면 땀을 많이 흘려서 발라도 소용없다는 남편에게 굳이 썬크림을 발라주고 덩달아 나도 꼼꼼하게 썬크림을 바르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여보 얼굴이 너무 따가워" "얼굴이 땅기고 따갑고, 썬크림 괜히 발랐어."
"괜찮아, 처음이라 그래 근데 로션은 따로 안 발랐어" 남편 얼굴을 만져보니 거칠고 딱딱한 것이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 로션 안 발랐어, 그래서 따갑지 않을까, 난 하나도 안 따가운데"
며칠 후 내동댕이쳐진 택배 박스를 정리하는데, 썬크림이 들어 있는 박스다. 급하게 대전 가느라 썬크림 하나만 꺼내서 챙겨갔던 기억이 났다. 정리를 하려고 박스를 열어보니 내가 챙겨갔던 썬크림 용기와 다른 크기와 모양의 용기들이 잔뜩 들어있다. 뭔가 싸하다.
뭐야, 분명 썬크림이라고 쓰여있는데 왜 모양이 다르지 그럼 내가 챙겨간 건 뭐였지? 부랴부랴 박스 안을 살펴보니 대전에 챙겨갔던 썬크림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살펴보니그것은 "클렌징폼" 아뿔싸,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서비스로 들어있던 클렌징폼을 썬크림이라고 바르고 다닌 거야!!)
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썬크림 바르고 다니고 있어"
"여보, 근데 나랑 안 맞나 봐 얼굴이 다 벗겨지고 따가워서 못 바르겠어, 당신한테 미안한데 안 바를래"
"어, 그래 잘했어, 바르지 마"
"왜, 제품 이상한 거지?"
"응,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한번 읽어봐"
"뭐야, 이거 클렌징폼이잖아" "우와 나 또 마루타 된 거야"
"어이가 없네, 당신 진짜"
"깔깔깔" 나는 참고 있던 웃음이 터졌고, 남편은 어이없다며 전화기 너머로 내 이름만 외쳐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