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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스락 Jun 19. 2024

배짱이 부부의 고민  

즐거웠으니 됐다. 

가난은 가난으로 상속되어야 하는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행복은 그저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살지만 때때로 우리는 금전의 무게 앞에서 주저앉고 만다. 집주인의 전화가 달갑지 않은 건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보금자리 꽤 오래 행복하게 살아왔다. 1층이라 좋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공간 앞마당이 있어 더 좋았다.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봄에 상추, 고추, 가지를 심어두면 꽤 오래 신선한 채소를 공수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부부의 소망이었다. 어느덧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고 한고비 넘기려나 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상황이라 전셋값을 올리면서 매달 정해진 월세도 요구한 상황이다.


남편 이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정작 나는 외면하려 했다. 남편은 집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신호초 본인은 집은 사고 싶지 않다며 생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가슴 떨리게 심장이 반응할 때 즐겨야지 다리 떨려서 가고 싶은데, 갈 수 없으면 다 소용없다던 남편. 비록 모은 돈은 없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살아왔으니 반박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현실 앞에서 잠시 배짱이 부부였던 우리의 지난날을 생각해 본다.

재테크에 관심 없고 무지했던 내가 별 도움이 되지 않음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흥청망청 살아왔던 것 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통장을 펼쳐보니 모은 돈이 없다. 웃픈 현실 앞에서 서로 말이 없다. 팍팍한 현실 앞에서 남편은 욕심을 내어 보려 한다. 이제는 집을 사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남편. 집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이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 도움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곧바로 아이가 태어났기에 삶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워낙 생활력이 강한 남편, 워낙 일을 좋아했던 나. 우리에게 찾아온 천사들 우리의 자산은 두 녀석 잘 키우면 되는 거라고 그렇게 지내왔지만, 이제는 우리 부부만의 앞가림이 필요한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팍팍한 현실에서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 남편의 보편적 생각 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가난의 실체가 두려운 건가, 허리띠 졸라가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싫은 건가, 내 집을 장만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이 없다. 그걸 아는 남편은 요즘 매일 고민한다.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청약을 노려야 하고, 지역은 어디, 청약을 위한 점수는 이미 1순위를 넘어섰기에 당첨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계약금, 중도금, 잔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결혼 15년 차 우리 부부의 현실은 배짱이 부부의 삶처럼 허탈하다.


그러나, 굳이 집을 사야겠다면 "선청 후고"로 진행해 보자고 남편에게 나의 의사를 던졌다. (선 청약 후 고민)


룰루랄라 남편 얼굴이 고민으로 채워지는 하루가 그리 달갑지 않지만, 우리의 삶이 변해야 또 다른 노력과 결실이 찾아올 거라 믿기에 적절한 고민과 타협은 찬성한다.


앞으로 펼쳐진 그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남편의 주름을 응원하고 재테크에 관심 없던 나도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려고 한다. 


어둠이 짙게 깔린 후 찾아오는 아침이 훨씬 밝다고 했던가, 우리에 또 따른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힘든 여정을 함께 하기로 한다. 늦은 시작을 응원해 여보야!



한 줄 요약 : 배짱이 부부는 오늘도 고기를 먹습니다. 허리띠 졸라맬 그날을 기다리며



#청약#부부#내집#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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