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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로 염색한 딸!

아픈 만큼 성장한다.

by 바스락

시선을 사로잡는 빨간색 머리

흔들리는 눈동자

서글픈 눈과 삐죽 튀어나온 입이 '엄마, 나 무서워'를 외치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일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염색하겠다며, 다소 억지스럽게 우기는 딸에게 학기 중이니 참으라고 했다.

엄마 말보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했던 딸은 미용실로 향했다.


원했던 머리 색깔은 검은색인데, 빛을 받으면 붉은색이 어렴풋이 보이는 스타일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그냥 빨간 머리가 됐다.




퇴근 후 도착한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안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흥분 한 남편 목소리와 떨리는 딸의 목소리가 뒤섞여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거실에 나가보니 남편은 운동 가방을 챙겨 말 시키지 말라는 듯 나가버렸고, 딸은 식탁 의자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었다. 빨간 물통을 뒤집어썼는지 머리부터 얼굴까지 빨간 물이 흘러 내리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 모습에 흠칫 놀랐지만 애써 태연하게 염색하러 가자는 말만 했다.


내 손을 꼭 잡고 깍지 낀 딸의 손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초조하고 불안하고 아픈 네 마음이 상처로 얼룩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용실로 향했다.


저녁 8시가 가까워진 시간 몇 군데의 미용실을 찾았지만 이미 영업 종료 시각이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엄마, 어떡하냐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을 것 같은 네 손을 끌고 염색약을 사러 갔다.


집에 돌아와 염색하는 데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오는 한숨, 두피며, 목 뒷덜미까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 도대체 학생인 걸 알면서, 탈색할 거면 최소한 연락은 줬어야지'


아이의 머리카락을 들춰 올릴 때마다 속상한 마음에 투덜거렸다.

"엄마, 근데 아빠는 내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왜 화부터 내는 거야?"

"왜 그랬을까, 충격이지 뭐, 내 딸이 빨간 머리를 하고 왔네, 그냥 그 생각에 앞뒤 아무것도 안 보였던 거야"


심하게 상한 두피에 염색약을 발라서 쓰리고 아프다는 딸은 30분의 고통을 참고 임시로 빨간색을 커버하기

위해 발랐던 염색약 덕분에 화려한 빨간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급한 불을 끄고 등교는 가능했지만, 처음 받은 상처에 연고가 필요해 보였다.





상처의 모습은 다양하다. 상처가 상처로 남지 않도록 다독이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아빠는 놀라서, 어쩌면 배신감에,

딸은 놀래서 어쩌면 서러움에,

상처받고 마음을 닫는다.

말의 독기는 어떤 칼날보다 날카롭고 차갑다.

저 및 바닥 골짜기까지 쩍쩍 갈라진 틈 사이로 분노와 슬픔이 교차한다.


상처가 고스란히 가슴을 후벼팠을 시간

너의 선택과 판단에 대한 좌절,

아빠의 성난 모습과 날카로운 말이 이리저리 너의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


선택에 따르는 책임,

비싼 공부 했다고 하니, 눈물 한가득 머금고 미소 짓는 너는 따뜻한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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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빠의 표현이 잘못된 사랑의 표현임을 엄마도 알고 있어.

아빠는 자신의 가치관과 삶 안에서 너를 지키고 아끼는 방식으로 강함을 강조했고, 본인의 날 선 표현으로 상처도 받지만, 잘못을 알게 해주는 방법이라 생각한단다.


부모도 매번 실수와 후회를 반복한다.

아빠는, 타인이 너의 겉모습만 보고 너를 단정 짓는 게 싫었다고 했다. 한 번의 인식으로 겪지 말아야 할 시련을 겪는 게 싫다고 했어. 아빠는 학교에서 의사 표현 잘하고 잔다르크처럼 앞장서서 불의에 맞서는 너를 많이 걱정하셔, 상처받을까 봐,


엄마는 그런 너를 지지해, 물론 너의 의지와 무관하게 상처도 받을 수 있지만, 그것도 잘 이겨낼 거라 믿기에, 너의 선택을 지지하지만, 빨간 머리는 좀 낯설다. 아빠 말처럼 학교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돼서 그래도 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너는 중학교 2학년 아직은 독한 염색약을 바르지 않고 진한 염색을 하지 않아도 사랑스럽단다.



자기 정체성이 크게 발현되는 시기이고, 욕구와 충동이 왕성할 때지만, 이번에 경험했지? 모든 선택은 네 몫의 결과가 있고, 의지와 무관하게 결과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으며, 그래서 얇은 충동에 너무 사로잡히면 안 된다는 사실.


며칠 전 그 사건 이후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감정#표현#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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