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포의 반란, 그 짜릿함

아들과 함께 꾸는 꿈

by 바스락

중학생 딸, 초등학생 아들 남매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부족한 엄마를 많이 사랑해 주는 아이들 덕분에 매일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화나고, 짜증 나고, 사랑스럽고, 얄밉고, 예쁜 아이들 성장통을 함께 느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꾸 커가는 아이들 모습이 아쉬워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편지를 씁니다.



25년 10월 29일


아들에게,


갈등과 후회 사이에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생애 처음 운동에 매료되어 배드민턴 대회 출전을 하기로 했다.

3주 전 넘어져서 다친 다리로 2주 동안 운동도 하지 못했고, 파트너와 합도 맞추지 못했다.

상처는 세균에 대한 방어적 태세로 매일 새로운 노란 염증을 토해내고 있었다.


혼합복식(남녀), 여복(여여) 파트너가 대회 출전을 취소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미안함이 커져만 갔다.

야속하게도 상처는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고, 염증은 번식하는 거 마냥 양이 늘어났다.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세포들의 발작, 그 짜릿함으로 무모하게 시작 된 도전.


도전이 없는 삶은 활력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 나는 자극의 연기가 여기저기서 피어오르고 있고, 정신도 육체도 제대로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다.


사는 내내 없던 욕심이 일시에 다발적으로 샘솟고 있으니, 이것도 문제다.


mother-8727806_1280.jpg


아들!

너를 통해 시작한 운동으로 엄마는 건강을 되찾았단다.

엄마, 왜 맨날 아파? 언젠가 우리 아들이 매일 피곤해하는 엄마를 보고 그렇게 물었지.


엄마는 회사에서 남들보다 더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후배들이 업무로 고전하면 해결해 줘야 했고, 다른 팀 일이지만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단다. 그래서 퇴근 후엔 거의 탈진 상태였고, 조금의 여유라도 생기면 눕거나 자거나 그게 휴식이라 생각했단다.


그래서 너희가 어릴 때 신나게 놀아주거나 자상하게 보살핀 기억보다 짜증 냈던 기억이 많아.


"엄마 피곤하니까, 조금만 있다가 놀아줄 게, 엄마 아프니까, 누나랑 놀고 있어"


습관처럼 엄마가 했던 말이야, 마지못해 놀아 주는 날은 흥미보다는 지치고 힘들어했던 엄마 모습 기억나지?


엄마가 심하게 아픈 후에 깨달았어. 웃는 엄마보다 찡그린 엄마 모습만 기억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더라. 그때부터 찌든 삶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방법을 몰랐어.


무모하게 너와 운동을 시작했던 그 마음도 대책 없는 도전 정신의 발동이었어. 엄마의 자기 계발은 매번 업무와 연관되어 있었는데 처음으로 너와 엄마에게 집중된 선택이었어.


기억하지, 어색한 몸놀림과 뻣뻣한 표정으로 멍하니 체육관에 서 있던 엄마 모습. 이제는 제법 익숙한 스텝으로 셔틀콕을 "톡톡" 맞추면서 게임을 하기도 하잖아.


올해 5월 영등포구 대회에 출전하면서 엄마가 생각보다 강심장이란 걸 알게 되었단다. 첫 출전이었는데, 긴장보다는 설렜고 열기와 열정이 느껴지던 생동감이 좋았단다. 물론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맛봤지만, 배드민턴 운동 경력이 많다고 다 출전하는 건 아니잖아. 시작한 지 6개월 된 사람이 대회 출전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반신반의로 응원하거나 대회 출전이 너무 이르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엄마 선택에 후회는 없었단다.


ai-generated-8986210_1280.jpg
ai-generated-8439382_1280.jpg


그리고 10월 26일 가을 영등포구 대회 엄마는 한 번의 출전 경험으로, 경력 8년 차인 파트너를 리드했단다.

실력은 엄마보다 월등하지만, 경기 운영과 정신력에 있어서는 엄마가 위에 있었으니, 환상의 팀워크였단다.


엄마는 다리가 불편했기에 움직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네트 앞에서 공격을 차단했고, 파트너는 공격과 수비 공수 전환을 완벽하게 했단다.


덕분에 우리 팀은 준우승했고, 힘들 거라는 우려의 시선을 말끔히 거뒀단다. 엄마가 다쳤다는 이유로, 파트너와 연습을 못 했다는 이유로 포기했다면 값진 경험은 하지 못했을 거야,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동안 해왔던 꾸준한 연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생각해.


아들아,

너도 알잖아, 엄마가 얼마나 운동 신경이 없는지 처음 시작했을 때 은근히 엄마 자존심 상하게 구박했던 거 기억나지? 그때 엄마가 꼭 이기고 싶은 맞수는 아들 '너'였어.


매일 체육관에서 하는 엄마 잔소리 이제 지겹지 않니?

배우는 태도, 장난기 많은 너에게 매일 하는 잔소리는 못 해도 남들보다 늦어도 괜찮으니 배우는 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즉 스포츠 매너를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난기 많은 네 모습에 불끈거리며 잔소리하고 있지,


엄마가 천천히 태도에 관해 설명하고 알려줘야 했는데, 너의 돌발 행동을 보면 화내고 짜증부터 냈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너에 대한 이해보다는 체육관 사람들의 시선을 더 중시했던 행동이었어.


너는 화내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고 어쩌면 너와 내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화내고 짜증 내기를 반복하면서 서로의 신뢰보다는 이해만을 원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엄마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단다. 엄마가 참 속이 좁았다. 앞으로는 너의 행동에 대해 이해부터 하려고 해.



아들아,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아들이 "팡팡" 치는 셔틀콕을 제대로 맞추지도 못해서 싫증 내고 엄마랑 같이 운동하기 싫어했잖아. 지금은 어때? 엄마 제법 잘하지?


운동 감각이 뛰어난 너를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노력과 반복으로 보낸 그 시간이 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었잖아, 엄마의 다음 목표는 아들과 모자 대회에 출전하는 거야 우리 꽤 잘 어울리는 파트너가 될 것 같지 않니? 어제 체육관에서 엄마한테 장난치는 모습이 사랑스럽더라, 그 감정에 엄마도 놀랐단다.


"엄마, 어떻게 준우승했어?"

"이렇게, 아 그랬구나, 그래서 이겼구나"

장난기 가득한 말투와 행동이 엄마를 향한 애정이란 걸 느꼈단다.


아들, 엄마가 운동 시작하고 밝아지고 많이 웃는다고 했지, 다 네 덕이야 너로 인해 엄마는 용기를 얻었고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엄마의 의지가 엄마를 성장시키면서 운동을 좋아하는 네 마음까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세포들의 반란, 그 짜릿함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대회#운동#희열#아들#편지#배드민턴#출전#마음가짐#태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