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우주였다.
가슴이 뭉클해서 글이 써지지 않아 한참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왜 이렇게 울컥한 줄 모르겠다.
네가 태어나던 날, 언니 그러니까 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진통이 심해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형부 (네 아빠)가 출장 중이라 급하게 와 달라는 연락이었어.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갔지만 언니는 분만실 이동 후였고, 초조한 마음으로 문 밖을 서성이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오더라.
속싸개로 꽁꽁 싸맨 너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한참 망설이다, 너를 품에 안았는데 자꾸 눈물이 나는 거야,
너를 안고 있으니 온 우주에 너와 나 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태어난 지 몇 시간밖에 안 되는 새 생명을 안고, 마네킹처럼 굳어서 꼼짝도 못 했지만, 그날의 기억은 사는 내내 잊을 수 없었단다. 너는 그렇게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어.
사흘 동안 이모는 네 옆에서 함께 생활했어. 엄마 건강이 좋지 않았거든, 그때 이모 감정이 많이 복잡했던 것 같아 아무리 출장 중이지만 오지 않은 형부, 아무말 없이 너에게 젖을 물리는 언니, 그리고 소중한 너,
너를 보고 또 보고 이모는 너의 작은 움직임을 놓칠세라 포대기 안에 있는 너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단다.
11월 1일 오늘 너의 결혼식인데 이모는 며칠 전부터 감정이 들쑥날쑥, 가슴이 뭉클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어쩌면 이모는 너를 피하고 싶었는지 몰라, 네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지 않았는지 몰라, 비겁하게 느껴지겠지만, 도망치고 싶었다. 지긋한 가난에서 이모가 바로 서야 너에게 언니에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했는데,
이모의 오만함으로 많이 늦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나의 우주였던 너는 훌쩍 커버렸고, 네가 견뎌야 했던 현실은 오롯이 네 몫이 되어버렸다. 인생이 징글징글 미워도 살아지고, 지긋지긋하게 싫어도 살아지더라.
가끔 울어도 된단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가족이 있는데 혼자인 듯 느껴지는 외로움, 공허함, 입을 꾹 담을 수밖에 없었던 네 맘을 이모는 아는데 보듬어 주지 못했다. 여전히 나에게 소중한 아이야, 이제는 어른이 되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데, 미안함에 너를 제대로 볼 용기가 없구나.
아침에 편지 몇 자 꾹꾹 눌러쓰고 너를 보러 간다.
- 다음 편은 조카 결혼식 이야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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