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너와의 만남
소중한 너,
태어난 지 사흘 된 너를 안고 치과로 향했다.
뽀얀 피부에 발그레한 얼굴, 지그시 감은 눈에 세상 숨결이 스며들고,
세상 숨결이 낯선 너는 엄마 젖을 찾아 입술을 오물거렸다.
산부인과 퇴원 후 집이 아닌 치과를 향해야 했던 엄마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니, 엄마의 요동치는 심장 소리에 네가 놀랄까 봐, 숨소리조차 깊게 삼켰단다.
"젖병을 빨다 아랫니가 빠지기라도 하면 식도로 넘어가 질식 우려가 있습니다."
어린 너를 차가운 치과 침대에 눕혀 입안을 살피던 치과 선생님 말씀에 엄마, 아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단다.
신생아 2,000~3,000명 중 1명꼴로 태어날 때 치아를 달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 한 명이 바로 너였단다.
이을 뽑으면 출혈이 심할 수 있고, 뽑지 않으면 수유 시 이가 빠져 질식 우려가 있다는 말에 엄마 아빠는 떨리는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단다.
축복처럼 찾아온 너의 소중함을 알기에 어느 때보다 침착해야 했다. 아직 색깔 구별도 안 되는 네 눈에 두려움이 서리지 않기를, 너의 통증이 고스란히 느껴져 심장이 쪼그라들고, 온몸의 피가 발톱으로 쏠려 발이 따끔거리고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중심을 잡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며 너의 표정과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다.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검사 하던 치과 선생님은 아랫니가 생각보다 튼튼해서 발치보다는 지켜보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고,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잔뜩 움츠리고 있는 너를 재빠르게 끌어안았다.
미안함, 부족한 엄마 때문이라는 생각에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어,
너와의 특별한 만남, 처음 느껴본 소중함, 배냇웃음에 녹아내리는 마음, 초조함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고,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던 어느 날, 투명하게 달고 있던 아랫니 두 개가 기적처럼 쏙 빠져나왔어,
믿음, 너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동그란 눈으로 바라보는 말간 눈, 오물거리는 입, 사랑스러운 미소, 엄마 인생에 가장 큰 축복 그게 바로 너였어.
엄마 삶이 사랑이란 감정으로 채워져 가고 있었어.
엄마는, 엄마가 너에게 사랑을 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너를 키우면서 엄마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온몸으로 받았단다. 울다가도 엄마 품에서 새근거리던 너는 그저 사랑이었어.
엄마, 하늘에 별이 너무 많아?
별아, 세상에서 진짜 별은 너 하나야!
어릴 적 밤하늘을 볼 때면 매번 별에 관해 이야기 했는데, 그때 엄마가 너한테 했던 "진짜 별은 너야" 그 말을 기억하고 가끔 이렇게 묻는다.
엄마, 세상에 진짜 별은 아직도 나 하나야? 그럼 당연하지!
태어날 때부터 아랫니를 달고 태어난 특별한 아이야,
엄마가 요즘 입이 많이 근질거렸는데, 나름의 묵언수행 잘하고 있지?
엄마는, 시간에 민감한 사람인데, 요즘 우리 딸은 자고 먹고 자고 먹고 또 자고 먹고, 물론 잘 먹고 잘 자야지, 처음 며칠은 그런 너를 보면서 무척 불안했어. 친구들은 학원에, 학습지에 저만치 뛰어 도망가는데, 그러든 말든 전혀 관심 없는 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더니 초조함은 엄마 몫이 되더라.
그렇게 한 달, 조용히 너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
살 어음 같다던 너의 감정이 단단해지기를, '엄마는 진짜 나를 모르네' 너의 그 한마디가 무슨 의미였을까,
너를 볼 때면 그 말이 떠올라 쉽게 너의 행동과 생각을 단정 짓지 않으려 한다.
솜털 같은 너를 안고 치과로 향했던 절박한 심정이 믿음으로 이어졌던 그 순간처럼 엄마는 너를 믿기로 했다. 갑자기 '꿈'이 생겼다는 네 말에 엄마가 가장 먼저 했던 말 생각나?
"될 거야"
엄마가 새벽독서를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의무와 권리에 관해 이야기하며, 서로 간질거리는 미소를 건네고 있다. 딸 알지? 알아 알아~
매일 툭 던지는 엄마 말에 후렴으로 이어가는 너,
말이 익숙해지고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습관처럼 이야기하자!
넌 정말 특별한 단 하나의 별이야~
의무와 권리 (의무부터 실천하고 권리를 말하자)
가야할 곳 먼저, 가고 싶은 곳 나중
먹어야 할 것 먼저, 먹고 싶은 것 나중
봐야할 곳 먼저, 보고 싶은 곳 나중
해야할 말 먼저, 하고 싶은 말 나중
들어야 할 말 먼저, 듣고 싶은 말 나중
읽어야 할 책 먼저, 읽고 싶은 책 나중
잡아야 할 것 먼저, 잡고 싶은 것 나중
배워야 할 것 먼저, 배우고 싶은 것 나중
써야할 것 먼저, 쓰고 싶은 것 나중
줘야 할 것 먼저, 주고 싶은 것 나중
이해할 것 먼저, 이해시키고 싶은 것 나중
<엄마의 유산> 일곱번째 편지, 원리 _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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