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가우탐 바이드-
장기적인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 학습이다.
-찰리 멍거-
사실 단순한 공식에 따르면, 거의 확실히 점점 더 현명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다 해도 그 공식은 실천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이 공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많은 각고의 노력, 인내, 규율, 그리고 집중이 필요한데, 그 공식이란 바로 “읽는 것, 그리고 많이 읽는 것”이다.
평생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연구하고, 그들의 투자를 답습하여 성공한 인도의 투자자 가우탐 바이드는 투자에서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식은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버핏과 멍거의 생각과 일치한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앉아서, 읽고, 생각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찰리 멍거 역시 자신의 파트너인 버핏의 성공 비결을 읽는 습관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500페이지 정도를 매일 읽는다고 알려졌다. 일반인이 하루 500페이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버핏 역시 처음부터 500페이지를 읽었던 것은 아니다.
500페이지를 읽을 수 있게된 비결이 이 글의 핵심 주제다.
인간에게 정보란 다음 세가지의 단계를 거친다.
1. 정보의 정확성
2. 언제든 그런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
3. 필요할 때 그 정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읽는 양이 늘어날수록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는 많아진다. 하지만 많이 읽기만 한다고 모든 정보가 지식으로 습득되지는 않는다. 100페이지를 읽는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정보는 10페이지 분량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보가 지속적으로 쌓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즉 같은 정보를 여러 번 접할수록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정보가 지식이 되는 단계다.
우리의 뇌는 환경 변화에 반응하고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우리 뇌는 평생동안 발달된다. 뉴런이 각각 많이 연결될수록 그 뉴런끼리 연결된 신경회로가 더욱 강화된다. 뇌는 쓸수록 강해진다. 반대로 쓰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것이 뇌 가소성이다. 즉 우리가 책을 통해 어떤 정보를 습득하면 뉴런이 형성되고, 이 뉴런이 더 많이 연결될 수록 강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처음 외국어 공부를 하는 학생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눈에 띄고, 귀에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워런 버핏이 하루에 500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다.
그 다음 단계는 지식이 지혜가 되는 단계다. 알고 있는 것과 적절하게 지식을 사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앞서 말한 정보의 세가지 단계 중 3단계에 속한다. 필요할 때 그 정보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우리가 대부분 책을 읽다가 포기하는 것은 책을 읽는 효과가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필립 피셔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자신의 투자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직 우리는 1단계, 즉 정보의 단계에서 멈추고 만다.
저자는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철학인 평생학습에 주목한다. 지식도 복리다. 초반에는 티가 나지 않지만 지식이 쌓이면 복리 효과가 더해져 지혜가 된다. 뇌 가소성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평생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읽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읽기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사실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행동으로 옮기더라도 얼마가지 않아서 포기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읽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지만, 읽는다고 해서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포기하게 만든다.
읽는 것뿐 아니라 노력과 성공도 마찬가지다. 모든 노력에 대한 결과는 선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10을 노력했을 때 10이라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 복리는 투자에만 있지 않다. 어떤 노력에도 복리는 숨어있다. 단기간 열심히 운동한다고 근육질 몸을 바로 가질 수 없다.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다. 하지만 어떤 구간을 넘어섰을 때 변화는 비선형의 모습으로 급격하게 찾아온다. 복리효과처럼 말이다.
나의 직업은 전업 투자자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업투자자 보다 “전업 독서가”다.
나는 전업 투자자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보다 독서로 보낸다. 내가 하루에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4~5시간정도 된다면 주식 투자로 보내는 시간은 한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주식 투자로 보내는 시간 역시 실제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투자에 관련된 것을 읽는 시간이다. 나는 실제로 매매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버는 소득의 대부분은 투자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나의 직업은 백수가 아니라면 전업 투자자로 부르는 것이 맞다.
나는 읽는 것이 좋아서 일찍 은퇴를 했다. 운이 좋게도 투자를 통해서 은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따지자면 은퇴 기반을 마련해서 마음껏 읽게 될 수 있었던 것보다, 읽었기 때문에 은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나는 투자를 책으로 배웠다. 시장에서의 경험도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 거의 대부분의 투자를 책으로 배웠다. 투자관련도서로만 배운 것도 아니다. 투자, 경제, 사회, 문학, 철학, 역사, 과학, 생명 등등 모든 것에서 투자를 배웠다. 오늘 소개한 가우탐 바이드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서로 다른 주제들 사이에도 어떤 공통된 맥락이 있다는 것을 갑자기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책도 가장 최고는 아니다. 보통은 여러 책들이 하나로 결합되어 커다란 비선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구절에 내게 엄청난 위로와 내가 가는 길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나는 언제부터 어떤 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그 내용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을 느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이 투자의 스승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더 많은 분야의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켠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내가 지금 투자를 업으로 삼고 있는데 너무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을까?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겉핥기만 하고 있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전혀 쓸데없는 내용을 억지로 연결하면서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모든 불안함이 가셨다. 내가 느꼈던 것들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고, 그것이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글재주가 없어 그동안 읽은 것들은 메모형식으로만 적었다. 이제 그것들을 하나하나 글로 써볼 생각이다.
내가 책을 보며 느꼈던 것들은 대부분 투자자의 입장에서 느낀 것들이다. 아마 앞으로 이어질 많은 내용도 투자와 관련 없는 분야의 책이라도 투자자의 입장에서 느낀 점들을 적게 될 것이다.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가우탐 바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