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입원 3일차
웃기고들 있네

by 분당주민

새벽 5시에 혈액 2통 추정 (주사기에 받고 통으로 이동) 채취한 후부터는

잠을 잔 건지 어떤 생각을 하고 누워 있던 건지 모르겠는데

확실히 몸은 잠을 자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김없이 7시가 되고 몸무게를 측정하고 옆 자리 아저씨(다행히도 오전에 퇴원, 누가 올지는 모르겠지만)의

뉴스가 병실의 쩌렁 쩌렁 울리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이불을 정리하고 앉았다.


식전 약은 도착해 있고, 이불을 정리하고

노트북을 열고 처음 접한 오늘의 말은 “웃기고들 있네” 였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웃기려고


7시 10분 지났을까 저염식 아침식사가 나왔다.

미국역, 제육을 못해줘 미안한지 어릴 적 호프집 스타일의 소야볶음 스타일의 고기,

오직 물로만 데친 고사리의 본연의 맛, 매일 마주하는 물김치가 차려졌다.


어제 와이프님과도 이야기했지만 이곳은 밥을 많이 준다. 진짜 많이 준다.

마치 내가 힘들어서 반공기만 먹었다고 생각해도 집에서는 한 공기 였을 만한 양이다.


약은 먹던 약에 4알 스테로이드가 추가되어 아침 약이 구성되었다.

교대한 간호사 선생님에 혈압(120/84)과 체온(36.1)을 측정하면서

오늘 투석 등의 일정을 문의 드렸고,

통상 1시에서 1시 30분에 내려 보내라고 연락 받는 것을 고려할 때

2시 정도 예측된다는 아주 구체적이고 친절할 설명을 들었다.

병원 입원 3일만에 가장 만족스러운 답변이었다.


9시22분 주치의가 다녀갔다.

친절하고 설명도 직관적으로 잘 해주신다.


어제 저녁부터 처방된 5알 (2종 3종) 면역억제제에 대해 문의드렸다.

지금부터 면역억제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혈장교환술을 시행하며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를

감소시키고 공여자의 몸에 맞춰가기 위한 것으로 혈장교환이 필요 없었다면 미리 처방이 없었을 것이나

지금 혈장교환 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처방하고 있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4회로 안내 받고 입원했는데 5번 한다고 한다.

4회에서 피검사를 통해 1회 정도 줄 수 있다는 희망은 포기해야한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살짝 왔다 간다.

원래는 4회가 맞기는 한데 전문의가 5번 시행해서 확실하게 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하니,

잘 수행해야지. 이제 4번 남은거네.


오른팔에 있던 병원과 나의 몸의 창구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제거 되었다.

하루에도 2~3차례 혈액 채취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바늘을 찌르기 보다

이제 더 이상 살릴 필요 없는 왼쪽 팔에 새로운 혈관을 잡기로 했고,

병원 내 혈관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간호샘이 호출 되었다고 한다. 대기 중.


10시에 면역억제제 처방에 앞서 채혈하고 채혈 후 면역억제제를 먹을 예정이다.

이제 평생 오전 10시 저녁 10시에 이 약을 먹어야 한다.


시간이 변경될 것 같다. 투약시간.

혈관잡는 귀신은 병원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오지 않고 있고

나의 투약시간도 1시간 늦어지고 있다.

첫 날 머리 속에 “병원은 개인의 시간을 존중하고 않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그럴 것이다”의 말을

상기하며 대기 중이다.


오늘 점심은 병원 밥 대신 퀴즈노스에서 점심 set를 먹기로 마음 먹은건 어제 저녁이었다.

병원 내부 산책 길에 퀴즈노스 매장에서 점심 set 판매하는 배너를 한참 보고 있다가 결정했다.

병원 내 식당에서는 환자가 앉아서 식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포장 후 야외에서 먹기 가장 좋을 것 같다.

주말에 비 예보가 있고 11월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가 내리고 나면 야외에서 먹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

오늘이 왠지 마지막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좀 우울감을 줄 것 같아 22년도 마지막으로 수정


11시 41분 간호본부에서 온 혈관 잡는 귀신은 아프지만

귀신같이 한번에 혈관 잡고 바로 사라졌다.

1시간 41분을 기다리고 1분만의 간단한 처치가 끝났고 이제 5알 면역억제제 복용한다.

(프로그랍 캡슐 1mg*3, 셀셉트 250mg *2)면역억제제 복용 2일차


11시 48분 전문의와 주치의가 같이 방문해서 몸살기운 없는지,

혈장교환 어제 잘했는지 정도 짧게 확인하고 잘 받으세요

그리고 할 말 없는 사람들의 특징같은 한번 웃고 퇴장했다.


점심을 먹고 햇살이라도 좀 받아 비타민 D 생성에 기여하고자

햇살 좋은 벤치에 앉아 불편한 편의점 2을 다 읽을 무렵인

오후 1시50분에 2시까지 3층 투석실로 이동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10분 동안 다시 11층 병동에 복귀하고 노트북을 챙기고

얼마 남지 않은 불편한 편의점 2을 읽고

바로 이어 읽을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라마리인들을 챙겨 거의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앞에 중증 환자가 한번에 몰려 무려 1시간이나 베드에 누워 대기를 타야 했다. 허리 아파.

짜증이 날 만한 시간이 되면 간호사가 얼굴 한번 비추고

사과를 반복하고 중증 환자로 인한 양해를 구하는데

내가 기다리는 것 말고는 어떤걸 할 수 없으니,

돈을 내고도 “을”의 입장이 반복되어야 하는 병원생활 패턴을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이게 다 내가 아파서 그런거라고 자책하면 바로 우울증이 올 것 같아

지금 이 순간을 현명하게 넘기는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2시 50분 지나서야 투석 준비가 간호사의 빠른 손놀림으로 3시 이전에 시작은 했고,

2시에 도착했고 기다림이 오래되어 오늘은 3시간 30분만 하자는 협상을 제안해 보았으나

지난 월요일도 3시간 30분을 했고

이식 앞두고 성실히 받을 생각을 하라는 이야기를 던지고 시간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앞으로도 쓸데 없는 이야기 꺼내지도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신장내과 의사가 투석 중 찾아왔다.

10.2일 입원할 때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으나 허용 범위 내에서 검출되어 입원했고

11.5일 입원 전 검사에서는 판정이 불가 그러니까 나왔는지 안나왔는지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소견이었다.


걱정이 되었는지, 이식 후에 이브실드 주사를 추전하려고 왔다고 한다.

잠깐의 설명을 듣기는 했는데 맞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안서서 의사소견을 물어봤더니

쌍 따봉까지 날리면 이식환자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그럼 맞아야지.

단 한국식약처의 사용 승인이 필요하여 신청은 해봐야 한다고.

(아스트라제네카사 제품이고 코로나 걸리기 이전에 주입하는 예방용 의약품이고 국내에는 면역저하 환자를 위해 2만회 분이 수입)


저녁 10시에 면역억제제 투여. 용량이 조정되었다. (프로그랍 3mg에서 2.5mg, 셀셉트는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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