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한 대로 5시 15분 혈액을 채취하러 왔는데
어제 새로 잡은 혈관도 혈액 제공을 거부하여 결국 왼손에 주사로 혈관을 잡아 피를 뽑아 갔다.
마음이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굳이 극복하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 보자고 했는데
아침부터 일어나서 한동안 배가 불편하다. 불편하다. 배탈인지 장염인지.
새벽부터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하고 몸무게를 재니 67.2kg다. 2kg 어디로 도망간거니?
계속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전전하다 아침도 못먹고 주치의가 온 9시 경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한이 있는지 걱정하듯 물어보고 그런 건 아니라고 했더니 안도하고 지사제 처방만 해줬다.
약이 오고 있다고 간호사가 이야기 한다.
주치의는 배를 몇 번 눌러보더니 괜찮을 것 같다고 일정대로 진행하자고 한다.
배가 아팠던 관계로 예정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헌혈실로 내려왔고
10분 준비 시간 후 혈장교환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SK사의 알부민 11통, 2통이 걸려있고 9통이 대기 중이다.
화요일 베드 옆 베드를 배정 받았는데,
노트북을 보더니 일해야 하냐고 묻길래 뭐 일 좀 하고 인터넷 좀 보려고 한다
말씀을 드렸더니 배도 아프신 것 같은데 누워서 푹 쉬라고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베드는 오래되서 수동이란다. 올려주기 귀찮았던 거야.
힘들지는 않고 다행히도 배도 아프지 않다. 혹시나 몰라 하나 더 챙긴 포타겔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혈장교환을 잘 하고 잘 걸어서 왔고,
와이프님께서 시간에 맞춰 소고기 죽을 가져다 주셔서 맛있게 다 먹었다.
좀 힘이 나야할 텐데, 좀 자고 나면 괜찮을까?
벌써부터 힘이 부치면 안되는데 걱정된다.
일시 저혈압 판정이 났다.
지금까지 고혈압으로 이런 저런 병의 원인이 아니었나 의심하고 있는데 세상에 저혈압이라니.
70 / 40까지 떨어졌고 바로 수액이 투입되고 다리를 올리고 한참을 베드에 누워 있었다.
90 / 70까지 회복하고 주치의가 와서 한 걱정하고 갔다.
나도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고 컨디션이 좋아졌다.
저녁으로 나온 정체 모르는 국, 고기 완자, 갈치조림, 사과 뭐 이렇게 다 먹고자 노력했다.
먹어야 한다.
영양사 선생이 왔다 갔다.
저염식으로 잘 나오고 있으니 잘 먹으라고 한다.
먹을 만 한지 물어보는데 병원 밥은 의무감으로 먹는 거라 답변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넘겼다.
우유와 두유 등 주의식품이 적힌 종이를 주고 갔는데 마실 것은 물 밖에 없다.
솔직히 그간 종이에 적힌 주의식품을 많이 먹기는 했다. 반성해도 늦은 걸.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읽고 있다.
이 분 책은 여러 권 있지만 그 중 한권 만 잘 읽어도 된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훌륭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
한달 사이에 높은 혈압과 낮은 혈압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10.25일 리툭시맙 투여를 위해 입원했을 때는 혈압이 높았고
지금은 산책도 하지 말고 누워 있으라고 할 정도로 혈압이 낮다. 이게 뭔가.
혈압을 올리는 방법은 생각 보다 쉽다. 내가 잘 알지.
다만 이 시점에서 실행을 못할 뿐이지.
오늘 남은 일정은 22시 면역억제제 투여 정도인 것 같다.
매 순간 집이 그립지만 정말 간절할 때는 씻을 때이다.
집에서 하는 샤워가 얼마나 호사였는지 안락했는지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
이것도 지금이니까 샤워라도 할 수 있지 17일 이후에는 꿈도 못 꿀 텐데 정도의 위로를 하며.
오늘 마지막 일정인 면역억제제 투여한다. 지금 정확하게 2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