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2" 책을 접은 건 12시경,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불편한 오른 팔을 신경 쓰다 시간은 흘러갔고
결국 새벽 5시 26분 (30분도 아니고 왜 26분 이었을까?) 채혈 하러 온 간호사의 조용한 목소리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한 건지 바로 일어났다.
이 시간, 이 시간 이전에 일어난 건 여름 새벽 골프 외에는 일상에서 거의 없는데.
어제 잡아 놓은 병원과 나의 창구 역할을 하는 주사바늘이 제 역할을 못해 주사를 넣어다 뺏다를 반복하더니
이건 그냥 약을 주입하는데만 쓰겠다는 말과 함께 다른 곳에 주사를 통해 5통의 피를 채취해 갔다.
이 혈액검사에 따라 오늘 있을 혈장교환술의 방식을 결정한다고 한다.
다녀오면 같은 양의 혈액을 채취한다고 한다.
마치 소를 잡고 고기의 상태를 보고 육회의 양념을 어떻게 무칠지 결정 하겠다는 건가?
빠르면 11시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오후에 갑자기 불러서 어디로 내려가라고 할 것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래도 11시까지는 시간을 계획적으로 쓸 수 있다는 확인을 받아 잠깐 만족스러웠다.
7시가 되니 분주해 진다.
몸무게 측정하고 마스크 안쓴 사람들에게 차가운 경고를 날린다. 이상하다.
여기 입원 환자들 한번도 마스크 쓴걸 본 적이 없는데.
7시 16분에 정확히 아침 식사가 배달되었다.
어제 저녁 못먹은 밥이라 내심 기대했는데
매번 먹던 그 재료 본연의 맛만 있는 저염식. 흰밥, 콩나물국, 정체모를 잡채와 딱딱한 묵, 마늘 쫑, 배추의 아삭함이 그대로 살아있는 달큰한 물김치 그리고 메인으로 단 맛만 있는 닭고기 간장 조림이 제공 되었고
10분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먹어야 산다는 본능에 이끌려 먹기는 했는데, 살짝 우울했다.
7시부터 아저씨들의 소리 테러가 시작된다는 걸 알았다.
자리 한켠에 붙어 있는 불편 및 고충절차 처리 안내문에 집중이 된다.
식사 후 커피를 사러 지하 1층 팔라죠로 향했다.
오전 10시까지 2,500원하는 아메리카노를 사기 위해서 부지런히 내려갔다.
출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커피 사는 사람이 많은걸 지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많으면 어떻하지 하면 가는 길을 재촉한 건
환자복을 입고 어디에 오래 서있는게 좀 불편해서 그리고
지난 번 스타벅스에서 환자복을 입고 착석이 불가하다는 싸늘한 말을 들은 이후 부터
환자복을 입고 어디에 가는게 불편함이 생겨난 현상이다.
간호병동에 입원 중인데, 나름 보호자 없이 상주간호사의 케어를 받으며 편하게 지낼 수 있다.
간혹 간호사와 조무사 분들에게 무리하고 지속적인 케어를 요구하는 아저씨들이 있어 인상을 찌푸리게 되기는 한데,
입원비를 조금 더 지급하고 입원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고 이런 방식의 입원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지금은 아마도 상주 간호사 분들의 교대시간으로 추정된다.
이 시간에는 새로운 분이 와서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혈압, 체온 측정하고 무심한 안부를 묻고 퇴장한다.
8시 50분에 혈장교환에 관한 동의서와 아주 간략한 설명, 설명보다 긴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하고
서명을 받아 갔다.
간혹 본인의 피를 보고 놀라고 심할 경우 실신도 한다는데 투석하는 환자들에게는 늘상 있는 일이라
수혈을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수혈을 할 경우 병원에서 아무리 나에게 맞춰진 혈액을 제공함에도
타인의 혈액인만큼 알러지 반응이 있을 수 있고 수혈을 하게 되면 추위를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몇시에 간다는 이야기는 끝내 없다.
밖에 날씨가 좋다는 간호선생들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안 그래도 아침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들으면서 중간 날씨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최고 온도 20도라 22년도의 마지막 날씨 선물일 것 같아
몇년 전 아이들 어릴 때 음식을 들고 자주 걸어 나갔던 중앙공원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점심 먹고 병원 외부로 한바퀴 산보 예정.
이제는 뭐 익숙해서 이곳의 일방적 통보는 더 이상 불쾌하지 않은 수준이기는 하나
아무리 빨라도 11시, 아마도 오후에 혈장교환 할 것 같다고 하더니
9시 35분에 갑자기 내려가라고 하니 당황스럽다.
나름 화장실 갈 시간, 책 읽을 시간, 약간의 업무를 봐주는 시간 등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번 어제 했던 다짐을 다시 꺼내어 본다.
병원은 나의 시간을 한번 더 존중해 준 적이 없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뭐 그래도 이른 오전에 한 것은 나쁜 결과는 아니다.
오후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고 더 이상 병원의 깜짝 이벤트가 없는 것을 확인한 것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혈장을 뺀 만큼 (노란색 혈장이 비닐 팩에 쌓이고 있음) SK사의 알부민이 주입되고 있다.
250ml 2통이 미친 속도로 기계에 쏟아지고 있고 통돌이 같이 생긴 원심분리의 역할 정도로 느껴지는 기계는
열심히 혈장과 알부민을 교환하고 있다.
30분 지난 시점에서 별다른 부작용은 없다. 좀 써늘한 감이 있기는 한데
춥다고 느낄 수준은 아직까지는 아니다.
1시간 지난 시간부터 약간의 한기를 느껴 몸 보호 차원에서 챙겨온 후드를 입었다.
간호사 선생이 추우면 보온 가능하다고 하는데 1시간 더 버텨보기로 했다.
3번째 알부민이 걸렸다.
한통은 끝났고 그만큼 분리된 혈장도 꽤 많이 양이 보이기 시작한다.
1시간 30분이 지난 시점에서는 간호사 선생이 베드에 히터를 켜주셨고
발이 좀 시려운 것 빼고는 포근하게 잘 수행하고 있고 이제 4통 째 주입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몇 통을 넣는건지 물어볼까 마지막에 내가 세어 볼까 고민 중
250ml * 11ea 본인의 혈장양을 계산하여 투입한다고 합니다.
잘 끝난 것 같아요. 아직까지 별 다른 증세는 없고 병실까지 걸어갈 수 있는 상태여서 다행입니다.
지금까지 헌혈실이었습니다.
다행히 걸어서 병실까지 왔고, 차가운 점심이어서 약간 인상을 쓰기는 했는데 그
래도 먹을 만한 무채, 육개장 양념이 잠깐 발을 담구고 간 국이 있어 아침보다 나았다.
잠깐 간호사와 혈액 채취를 하고 먹을지 먹고 할지 가벼운 협상을 벌이다 우선 기분 나쁜 것부터 하기로
상주간호사 분께서 담당 선생님 오셨다 가셨는지 물어보고
나도 궁금하던 차에 5시 20분경에 한 명을 달고 오셨다.
뭐 차트라도 보고 온 것 같은데 나도 별 할 말이 없었고 마스크 쓰고 있고 감기 조심하라,
감기 걸리면 낭패다 그리고 코로나 휴우증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퇴장하셨습니다.
회사에서 한 때 일 한 시간만큼 비용을 계산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방금 왔다간 교수의 상담료가 얼마인지 좀 궁금해 졌다.
병실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어제 입원하고 알림소리, 휴대폰의 작은 소리에도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오늘 싹 그 마음이 사라졌다.
나도 마음 편하게 에어팟 없이 그래도 조용하게 스피커를 쓰고 있다.
요즘 에어팟 너무 자주 사용해서 귀도 아팠는데 잘됐다.
이 시간 20시 26분이고 키움과 SSG의 코리안시리즈 6차전이 열리고 있다.
이게 참 다행인 것이 모든 입원 환자들이 같이 중계방송을 보고 있어 지난 아침, 점심에 다른 채널이 혼합된
혼란스러운 소음은 아직까지는 없다.
집사람이 김밥을 정성스럽게 싸와서 입원 후 가장 맛있는 밥을 먹어서 잠시 행복했고
1동 2층과 2동 사이를 2km 남짓 걷고 이제 병실에서 저녁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다.
9시 30분 개운하지 못한 샤워를 하고 새 마스크를 꺼내고 로션도 꼼꼼하게,
집에 있었으면 지금 이 시간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거나 책을 넘기고 있었을텐데
소중했던 일상이 잠깐 그리웠다.
이제 2일 지났고 아니 벌써 2일이라고 생각하면 좋은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방금 새로운 처방이 내려왔다. 스테로이드 4알 (쓰다),
그리고 매일 오전 10시와 저녁 10시에 면역억제제가 처방된다고 한다.
스테로이드는 예전 신장내과에서 처방받아 먹어 봤다.
부작용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나는 복용 중에는 잘 몰랐는데
나중에 골반 뼈에 무균괴사가 와서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무균괴사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사람과 독주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잘 발병한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내가 소주, 중국 독주를 즐겨 마신 탓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스테로이드를 처방한 당시 주치의가 아주 쿨하게 스테로이드 처방 때문 같다고
앞으로 스테로이드는 안쓴다고 했다.
내가 만난 의사 중 스스로 쉽게 인정한 첫 사례여서 신선했다.
근데 당시에 술을 딱 끊었더니 바로 좋아지기는 했고 지금은 정형외과를 1년에 한번 외래만 다니고 있다.
면역억제제는 처음이다.
방금 받았는데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고 약을 건네 받으면서 가습기 제지 당했다.
저녁 10시에 정확하게 복용하라고.
그리고 Left Arm Save는 더 이상 없는 걸로. 오른 팔이 너무 혹사 당했는데 이제 좀 왼팔도 좀 나눠가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