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과 병동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날이라고 별 다른건 없다
5시 30분 체혈을 시작으로 7시 몸무게 측정, 7시 15분 아침 식사.
체혈하고 좀 자기는 했는데, 잔 건지 아닌지 모르는 병원에서만 자는 그런 잠.
아침에 갑자기 8시 10분까지 투석실로 가라고 한다.
아침 먹는 둥 마는 둥, 금방 내려가기는 했는데 다행히도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지난 번 갑작스럽게 몸무게가 늘어서 건 체중 맞추느라 힘들었는데, 다행이다.
정신없이 내려갔고 지금까지 병원에서 만나 간호샘 중 가장 친절한 분을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오늘이 수술 전 마지막 투석 (영원히 안 하기를 바라며) 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일 혈장교환, 외과병동 이동하고
목요일 첫 수술이라고 하니, 오늘이 마지막 투석이었다.
수술 전 마지막 투석.
마지막 인공신장실 간호샘은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었다.
병원에서 이런 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올해 5월부터 투석을 시작했으니 오늘 11월 중순까지 6개월하고 2주,
일주일 월수금 3회 기준으로 약 80회 하고 이식 예정인 것이다.
투석은 힘들다. 몸은 그런대로 버티는데,
회사에 있어야 할 시간에 병원에 누워 있는 시간이 힘들다.
사람들을 만나고 하루의 긴장을 풀어야 할 시간에 병원이라니.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지 못해 힘들다.
회사에서 병원까지 병원에서 투석, 다시 집으로 이 시간은 대략 5시간 소요된다.
그나마 회사와 집이 멀지 않고 차량 이동 기준이다.
하루에 5시간 일주일면 15시간의 기회비용을 상실하는 것이고,
심리적인 상실감 까지 고려하면 이는 어떤 비용으로도 설명이 안되는 인상 최대의 낭비인 것이다.
난 그래도 매우 좋은 케이스였다.
유연근무제로 아침 일찍 출근하여 오후 4시경 퇴근이 가능했고
투석 중에도 기본 2시간은 일하고 책 읽으며 나름대로 의미있게 보내려는 노력을 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나는 이식을 전제로 쇄골 카테터가 있어 양팔이 자유로웠다.
대부분 환자분들은 동정맥루, 굵어진 동맥으로 외관상 좋지 않은 분들도 많이 봤다.
쇄골카테터 방식은 샤워가 불편한 점을 제외하고 외관상 흉터가 거의 없는 장점이 있다.
매번 좋은 것은 아니었다.
삽입 후 2일만에 카테터가 막혀 다시 삽입했고 8월 중순에도 막혀 응급실로 와서 재 삽입했다. 3회 실시.
무엇보다 이식 바로 2일 전이지 않는가.
7시 1층에 내려가 가슴과 얼굴 x ray 찍고 올라오니 할게 많아졌다.
가래 3통 뱉어서 통에 넣어 드리고, 소변검사 통 받고, 코로나 유사하게 코에 면봉 넣어서 검사하고
소변통 주더니 앞으로 소변량도 적으라고 한다. 대변검사 통도 받고 내일도 가래 침 검사하란다.
멸균증류수 5통 수령. 원래 10통 1 set 인데 5통만 올라왔다고.
지금부터 멸균증류수를 마시라는데, 벌써?
근데 내일 외과 가야하는데 지금 이걸 왜 주는거지?
그리고, 10시간 금식이라고. 저녁에 갑자기 이러면 당황스러운데. 예고도 없이 훅 훅 들어오네.
제이티니스타틴시럽 4ml가 처방되었다.
(항진균 작용을 나타냄으로써 곰팡이균(진균)에 의한 각종 감염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
이거 마시고 헥사메딘액으로 가글하라고. 이거 코로나 걸렸을 때 줬던 것 같은데. 가글.
그리고 10시간 금식. 단 10시에 먹는 면역억제제는 먹어야 한다고. 셀셉트 1알이 늘었다.
20시에 마시고, 10시간 공복 유지하고 내일 아침 6시에 채혈하기로.
오늘은 업무 연락이 좀 왔다.
대부분은 내가 뭐라고 해줘야 본인들의 마음이 편해질 것 같은 그런 일 들이었다.
전화 통화를 하고 한참 이야기를 들어주고 알겠다는 답변 정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정리한다고 정리하고 왔는데도 일이라는 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안된다.
매일 똑같은 프로세스, 변수가 없다면 굳이 조직에 이런 많은 인력과 기능이 필요 없겠지.
증류수로 이를 닦고 증류수로 면역억제제를 넘겼다. 공복 3시간 30분 경과.
이상하지. 잘 나오던 소변이 소변량을 측정해야 하는 수고가 생기니까 화장실이 급하지가 않네.
마지막 일정 혈압 측정, 128 / 95
매일 매일 피 검사 나가는데 그 결과를 병원 앱을 통해 매일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는 결국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패턴을 볼 수 있는지 여부인데, 쉽지 않다.
항목이 영문, 약자로 되어 있고 단위 표시도 생소하다.
한글과 약간의 설명 그리고 매번 검사하는 항목 중 주요 항목은 패턴화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 많으면 데이터 하나 하나 엑셀로 옮겨서 관리하고 싶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었어야 하나?
또 나를 자책하게 한다. 할 수 있었으면서 안 했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