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입원 7일차
병원도 일요일은 일요일이네

by 분당주민

왼팔에 자리 잡았던 주사를 제거했다.

이게 4일 정도 쓰는 것 같다. 근데 왜 새벽 4시?

왜 간호샘은 이걸 굳이 새벽 4시에 제거 했을까?


3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잠은 오지 않고 중간 중간 쪽 잠을 자는데 항상 피곤해 있다.


잠을 못자는 이유는 병원의 낯설음,

건너편 아저씨의 TV 소리 그리고 밤새 아프신 할아버지의 때문이다.


드디어 오늘 아침 7시에 우렁찬 TV 소리는 간호샘한테 제지 당했다.

간호샘도 참을만큼 참은 것 같다. 다행히 소리가 줄어 들었다.


밤새 할아버지의 아파하시는 소리를 듣고 있으며 잠이 잘 안 온다.

내가 개운하게 잠을 자지 못하고 일어나 비몽사몽 아침 일정을 시작할 때면

근데 할아버지는 완전 편안하게 잠들어 계신다. 아.. 씨.


주간에 간호샘이 할아버지에게 주간에 잠을 못자게 하는 이유가 있는 듯 하다.

너무 익숙한 듯 할아버지가 밤새 앓는 소리를 해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곳은 간호병동, 간호샘과 조무사들이 24시간 케어하는 곳이고

할아버지 보호자들은 아마 이곳이 본인들에게는 축복일 것 같다.


병원도 일요일은 일요인 것 같다.

약물 반응을 위한 채혈 1회와 처방된 약을 제 시간에 먹는 것 외에는 일정이 없다.

왠지 분주했던 병실, 병동이 일요일이라 그런지 느슨해 진 느낌이다.


오늘 아침은 흰밥, 허연 배추 국, 허연 닭찜, 나물 2종으로 구성

9시 30분 약물 반응 검사를 위한 채혈. 왼팔에서 2통.

9시 36분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완독.

병실에 나 빼고 4명 모두 약속한 듯 잠을 자고 있는 중. 저녁에나 일찍 자라니까.


10시 면역억제제 투약. 용량은 어제와 동일.


병원에 오래 있으면 안되겠지만, 오래 있으면 내가 입원 중인 내과 관련 정보가 누적되는 것 같다.

주어 들은 이야기가 많아진다.


환자 중 주치의랑 이야기 하는 걸 보니 설사 증상에 대해 항생제를 오래 쓰면

항생제에 있는 인자들이 장염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사 증상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네. 그렇구나.


병원은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지내야 하는 곳이니까.


그 주치의는 환자가 일요일인데도 출근 하셨네요 라는 짧은 질문에

우리는 주말 이런 거 없다, 나중에 애를 나면 의사 안 시킨다 그리고 의사라는 직업은

집사람과 애들만 좋은 직업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 번째는

나는 우리 애가 의사가 된다고 하면 시킨다.

의사를 할 정도의 머리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뭐라도 해 먹고 살지 않겠는가?


두 번째는

예전에 백화점에 매장에 근무한 선배가 있었는데 주말에 쉬지 못하고 월요일에 쉬는데

만날 사람도 없고 쉬는 날 하는 일이라고는 산에 갔다 사우나 가는게 전부라고 한다.

남들 일할 때 같이 일 하고 남들 쉴 때 같이 쉬는 게 가장 스트레스가 적은 직업이라는걸

이 선배랑 이야기 하면서 느꼈다.

이 곳 의사는 모르겠고, 간호샘 들을 보면서 더 더욱 느끼게 된다.

여기 간호샘이 될 정도면 대학 진학 시 여러 기회를 통해 다른 길을 선택해서

남들과의 비슷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데 기회비용 관점에서 어떨까?


점심은 집밥. 불고기와 멸치볶음 그리고 깨끗하게 세척된 김치.

김치를 못먹어서 그런가 세척된 김치도 엄청 시원하고 맛있는데, 앞으로 김치는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일까?


병실로 돌아와 입원할 때 들고 온 책 중 3번째 책을 집어 들었다.

“할 말 많은 미술관” 정시몬 저, 루브르 박물관부터 시작.

난 루브르를 2번 가봤는데, 처음은 1996년 여름 그리고 두 번째는 2018년 가을 가족여행.

봤던 작품들은 기억이 나고 왜 이 작품은 못보고 왔는지 책을 읽으면서 후회 중.


내일이나 알 수 있는데 혈장교환이 2회 남았는데

혈정교환을 화, 목, 토 투석은 월, 수, 금으로 진행했는데 목요일 수술이면 이제 월, 화, 수만

남은 건데 그래서 하루는 혈장과 투석을 같이 할 수 있다고 한다.

몸에 무리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처음 계획한 대로 혈장 4회만 했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 같은데 5회로 늘리면서 일정이 애매해 졌다.


약간의 무료 했던 일요일 하루는 그 일정이 마무리 되고 있다.


입원 후 급격하게 줄어든 소변양 때문에 걱정이 많았고 이 때문인지 아래 배 통증이 계속 되었는데

주치의는 심한 경우 소변이 아예 안나올 수도 있고 그래서 이식하려고 입원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래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지내야지. 그게 병원이니까.

다행인지 오늘 오후부터 좀 자주 가서 불편하기는 한데 소병양은 입원 전 수준인 것 같다.

배 아픈 것도 많이 좋아졌고.

소변량이 50ml 이하 환자들은 중환자실에 입원도 한다고 하는데, 병원에 있는 동안 문제 없기 바라며.


10시 면역억제제 공급이 안되고 있다.

간호샘도 안보이고. 이거 시간 지켜서 먹어야 하는거 아닌가? 8분 경과된 시점.


여전히 맞은 편 아저씨의 TV 소리는 시끄럽다.

이 소리가 끝나는 시간은 대략 11시다.


저녁 먹은 이후 책을 보다가 복면가왕 청취 소리가 너무 커서

순간 밖에 나가서 2인실 병실 비용을 확인했다. 통화도 스피커 폰으로 한다.

시시콜콜한 그의 가족 관계, 그 가족의 일상을 강제 청취하고 있다.
내 이어폰이라도 주고 싶은데 그건 또 싫고. 병원에서 목소리 높이기는 더 싫고. 아우 짜증.


좋게 그를 이해한다면 그가 귀가 먹은 사람일 수도 있다. 평소 목소리가 큰 걸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이비인후과 진료도 필요해 보인다.


11시 30분 나이트 간호샘이 와서 혈압 (117 / 82)과 체온 측정하고 오늘 일과 끝.

수요일 투석 후 급격히 낮아졌던 혈압도 주말에는 110 ~120 / 75~85 사이에서 잘 관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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