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입원 6일차
두려움 극복하기

by 분당주민

어색한 병원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 된 것 같은데

긴 여정 중 이제 겨우 발 한걸음 딛은 건데

아직도 두렵고 앞으로의 시간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직도 온전하게 내 힘과 의지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만 치료가 불가한 현실이 원망스럽다.


17일 수술 전까지 3번의 혈장교환과 2번의 투석이 남아있다.

배가 좀 아픈 상황, 병원에서 보기에는 별 거 아닌걸로 생각하는 듯,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담당도 주치의도 걱정하는 건 감기, 코로나 정도 인 것 같다.

담당은 계속 “낭패”라는 말을 한다. 감기 걸리면 낭패다, 몸살 오면 낭패다.

바로 옆 동에 환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격리병동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그래서 더 민감한 가 보다.


5시 30분 혈장을 위해 많은 혈액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토요일 입원 6일차 일정이 시작되었다.

나이트 간호사는 왼팔에 잡은 혈관을 선호하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고. 확실히 오른팔에 혈관을 잡아 새로운 혈액을 채취하는 취향이다.


아침 식사 전까지 좀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사실 어제 밤도 끙끙 앓는 건너편 할아버지,

금수저 드라마를 마치 옆에서 보듯 볼륨 따위 신경 안쓰는 맞은편 아저씨,

그냥 불편한 잠자리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첫날 못자고 다음 날 좀 자고 셋 째날 못자고 넷 째날 좀 자고 뭐 대략 이런 사이클로 돌아가는 것 같다.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보다

7시 10분에 몸무게 측정하러 왔고

바로 이어서 건너편 아저씨의 쩌렁 쩌렁 TV소리와 함께 아침이 제공되었다.

오늘 아침은 흰밥, 숭늉, 김 (반가웠다), 간장 (무척 반가웠다), 오이무침, 무채와 생선조림.


7시 40분 간호사 교대시간이다.

출입증(사원증)에 포켓몬 스티커를 잔뜩 붙인 간호사가 오늘 주간이다.

이 분은 10.25일 입원했을 때 혈관을 잘 못 잡고 퇴근 했던 분인데

그 다음 간호사가 잡은 혈관을 보더니 누가 이렇게 혈관 잡았는지 물어보는데 내가 이름을 알 리가 있나.

수간호사 지시로 좀 연륜 있어 보이는 간호사가 투입되어 혈관 다시 잡으면서

누가 잡았는지 또 물어보길래 포켓몬 스티커가 생각나서 출입증에 포켓몬 스티커를 잔뜩 붙인

간호사라고 했는데 누군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걱정했는데 간호샘 혼난 건 같지는 않다.


혈장 전 페니라민주사가 처방되었다. 다 맞고 내려가란다.

(알러지유발 물질의 작용을 차단하여 각종 알러지 증상을 개선하는 약)


9시 10분 헌혈실로 내려왔고 오늘은 알부민이 아닌 실제 혈장으로 교환한다고 한다. 신선동결혈장.

오늘도 3시간 정도 예상된다. 오늘 혈장교환 3회차.

약 10분 남은 시점, 부작용은 크게 없고 약간의 가려움과 손가락 저림이 있었는데 심할 정도는 아니었고.

간호사가 심하게 가려우면 아까 맞은 알러지 증상 개선 주사 넣어 준다고 하는데 일단은 끝까지 안맞고 있다.

뭐 처방 받을 만큼 심한 건 아니니까.

되도록이면 참을 수 있으면 몸으로 버텨보려고 하는데 미련한 짓일까?


점심은 달달한 카스테라, 웰케어 구수한 맛 (진짜 구수한 맛만 있다)으로.

가볍게 먹고 책 좀 읽다가 낮잠 좀 자야겠다.

이놈의 구수한 맛 안 흔들고 마셨다가 마지막에 폭탄 맞았다.

이 영양보조음료 더 싫어졌다.


아까 잠깐 11층 병동 화장실이 닫혀 있어 10층 병동으로 갔는데 그곳은 보호자 상주하는 곳인 듯.

화장실 앞 로비 공간이 작게 있는데 거기에 간병인 아줌마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는데

내가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니고, 왜들 거기서 큰 소리로 환자를 흉을 보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좀 조용히 이야기 하던지, 어디 조용한데 가서 하던지.


점심 간단하게 먹고 피검사. 5통.


3시 20분 간호사 교대 시간이다.

혈압부터 측정. 123 / 82, 투석 후 과하게 뛰던 맥박도 안정 수준.

배 아픈 것만 제외하면 컨디션이 나쁘지는 않다.


20도의 온도가 2022년 마지막일 것 같아 책을 들고 나갔는데 비가 온다.

비 소식이 있는건 알았는데 마음 먹고 나갔는데 서운한 마음을 안고 병실로 복귀했다.

병실에 너무 오래 있으면 안될 것 같은데.

창가 자리면 좀 나았을 텐데.

양쪽 앞 커튼이 답답하다.

코로나로 휴게공간도 마땅하지 않다.


병원에 오는 환자 중 어떤 사람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한 불행한 경험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간 본인을 괴롭히던 병을 알아내어 치료 후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같이 소중한 사람의 도움을 얻어 새로운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예기치 않은 사고는 불행이나 그게 아니라면 지난 과거의 생활을 반성하고 생각을 긍정적을 갖고,

이곳이 싫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일상으로 가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수긍하고 극복하고.


지금은 두려움, 미안한 마음,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 보다는

건강하게 일상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저녁먹고 (저녁은 흰밥, 호박 허연국, 고기조림, 나물, 계란찜, 사과 반쪽)

소화도 시킬 겸 40분 2km 걷고 들어왔다. 운동이라기 보다는 소화 시키는 정도.


저녁 10시 면역억제제 먹고 오늘 공식 일정은 끝났다.

밖에 비가 많이 온다. 22년 가을비는 이제 초겨울을 재촉할 것이고 22년도 이제 마지막으로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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