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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푸른색 May 22. 2023

월요일 아침 스타벅스로 달려가는 이유

월요일에 마시는 모닝커피의 특별함



비로소  등교를 끝냈다.

소리 질러~

금토일을 보내며 돌밥돌밥 돌아서면 밥을 달라는 병아리들과 적당한 전투까지 섞인 자매 둘을 말리다 보면 방전되는 에너지.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월요일 아침.

내 몸 가득 커피를 수혈하러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호록 넘기면 이제야 휴~하고 숨을 돌린다.

유독 맛있는 월요일 아침의 첫 커피.

나는 이 커피가 주는 여유를 사랑한다.




아이들을 보낸 흔적을 적당히 개수대에 밀어 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페로 간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다. 마치 좀비 같은 몽롱한 상태로 커피를 향해 자석처럼 카페로 빨려 들어갔다. 어떤 워킹맘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는데 워킹맘들도 주말 전쟁을 치르고 출근한 월요일 아침의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며 커피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두었더라.

나도 역시 그렇다.




휴대전화와 책 한 권만 달랑 들고  집 근처 스타벅스로 간다.

왜냐면 이렇게 일찍 여는 곳이 스벅뿐이다.

스벅은 두 군데가 있는데 최근에 생긴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서 원래 있던 스벅이 상대적으로 한가하다. 아주 조용할 경우에는 2층 좌석에는 한두 명 정도.

스벅 커피는 비싸지만 주말을 지난 나에게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커피를 주문한다. 책도 읽고 글도 쓸 거니깐 일종의 투자라고 합리화하면서. (9시의 요정이신 글쓰기 선생님은 글을 쓰면서 커피와 커피머신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는데 왜 그런지 알 것 같은 아침이다.)




카페에 들어서자 가득한 커피 향이 나를 한결 차분하게 만들었다. 걸어오면서 사이렌오더로 미리 주문해 둔 커피를 받아 든다. 따뜻한 커피잔이 나의 몸을 데우는 걸 느끼며 카페 2층으로 올라가 창밖이 보이는 적당한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잔과 휴대전화 그리고 책을 올려두고 그냥 잠시 쉰다. 셋 모두 다 당장 시작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먼저 손이 가는 건 커피다. 긴장이 탁! 하고 풀리는 순간이다. 이내 정적을 즐긴다. 잠시 일상의 부침에서 자유로워진다.

두 아이를 시간에 맞춰 보내기 위해 종종거렸던 나는 잠시 넣어두고 세상에 둘도 없는 솔로라고 생각해 본다. 이 여유로운 월요일 아침 시간을 사수하기 위한 약간의 장치이다. 책도 조금 읽으면서 휴대전화도 슬쩍 본다. 지금은 휴식 시간이니 너무 나 자신을 몰아세우지 말자 다짐하면서 커피와 책과 흘러나오는 적당히 좋은 음악사이에 살짝 들떠 있다.




엄마라는 직업여성은 쉼이 필요하다.

나 스스로 찾아서 지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휴게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보내고 나면 꼭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집보다는 밖으로 바로 나오는 게 도움이 되었다. 집에 있으면 계속해서 집안일을 하게 되니깐 이게 지금 쉬는 건지 안 쉬는 건지 도통 모르겠고 어중간한 피로도만 올라간다.

나를 위한 온전한 쉼을 가지고 나면 비로소 마음의 여유가 살짝 생긴다. 이 작은 여유로 하교하고 돌아오는 아이와 남편에게 활짝 웃어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마시는 이 커피는 그냥 커피다.

누가 마셔도 똑같은 맛의 커피.


월요일 아침의 커피는 유독 여유의 맛이 난다.

나는 지금 여유를 마시는 중이다.


혼자라는 여유를.





사진출처_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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