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반절을 살았으면 먹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따박따박 떠오를 법도 한데 나이가 들면서 더 움츠려 몸을 사린다. 20대 싱그러울 나이 한우물만 파면서 직장 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 도전과 열정으로 다른 일도 했다면 경험치가 쌓였을까 가끔 아쉬움이 남는다. 늘 안정적인 길을 가는 걸 좋아해 적금같이 살고 싶었다. 결혼 후 삶은 정기예금 삶이랑은 조금 거리가 멀었고 카드명세서만큼 막아내는 삶을 살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 팔자 고쳐 보겠다고 작가를 꿈꿨다. 평생 브런치는 먹는 걸로 알고 지낸 내 인생에 글로 소득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평소 읽지 않던 내가 팔자에도 없는 글쓰기를 하며 쏟아내는 말은 문학소녀와 거리가 멀었고 단순한 어휘가 꾹꾹 모여서 아이들이 쓰는 그림일기의 소박함을 담았다.
한편씩 쓰다 보니 수다스러운 나와 글이 만나 쿵 짝을 이뤘다. 잘 쓰고 싶어서 책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좋아졌다. 어린아이처럼 하고 싶은 것은 왜 그리도 많아졌는지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건드려봤다. 어렸을 때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았으면 팔자 고쳤을 텐데 후회보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인생 반바퀴는 좀 잘 굴러가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긴다.
사람이 일 년 만에 이렇게 변할 수도 있을까 정말 작년보다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불경기로 빨간불이 켜졌는데 마음은 얼음처럼 얼어붙지 않고 가끔 머리끝까지 웃음이 번진다. 번잡스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잊거나 글을 썼다. 마음이 또렷해지니 글에도 악함이 묻어나지 않았다. 슬픈 일은 빨리 털어버리고 새로운 깨끗한 물을 가득 채우고 싶어 더 열심히 글로 마음을 밀어냈던 게 도움이 되었다.
거. 짓. 말.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썼기에 이렇게 따뜻하게 변한 것이 아니다.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글쓰기 친구들과 아플 때 위로해 주고 힘들 때 격려해 주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 내가 웃으며 숨 쉬고 있다. 끈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나에게 새벽수영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일어나기 싫은 날도 많았지만 나를 지켜봐 주고 대단하다고 엄지 척 올려주는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에 내가 있다. 누군가 나의 모습을 보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한다면 나 역시도 무한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좋. 은. 사. 람. 들.
서로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고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다 보니 나에게도 그 차례가 돌아오기도 했다. 그 기운은 돌고 돌아 서로에게 다시 돌아갔다. 가까운 가족보다 때론 큰 힘을 발휘해 주고 사소한 것에 웃어주는 어린아이처럼 무해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감. 사. 합. 니. 다.
보이지도 만난 적도 없는 저를 위해 귀한 댓글을 달아주고 따뜻한 말을 남겨주신 독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갓 지은 따뜻한 밥처럼 꼭꼭 씹어 먹고 영양분이 되어 하루를 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가. 끔. 은. 끝. 내. 주. 게. 행. 복. 하. 다.
내가 쓴 아무것도 아닌 글에 사랑을 받아보니 가끔은 끝내주게 행복하다. 행복수레는 그렇게 달그락달그락 달려 100편이라는 글이 완성되었다. 앞으로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모르지만 무거운 이 수레를 평생도록 끌고 갈 것이다.
그동안 100편을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평생 끝나지 않을 응원도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