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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로소로 Nov 28. 2023

마흔, 자기 얼굴에 책임질 나이


어릴 적 참 까칠했다. 둥글둥글하게 살 법도 한데 뭐가 그리 뾰족한지 말하고 나서 후회할 말들을 그리도 쏟아부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고 낯빛이 달아오른다. 우리 가족 누구도 이렇게까지 쌀쌀맞지 않는데 왜 그랬을까 마르고 힘이 없어서 체력이 달려서 짜증이 많았나 가끔은 그렇게 둘러 말하기도 한다. 




첫째를 낳고 참 웃을 일이 많았다. 정말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둘째는 날 닮은 딸을 낳아 더 행복을 줄 거라 기대를 하고 낳았다. 여름아이는 내 기대와 달리 장군 같은 외모에 저녁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쉼 없이 울었다. 100일의 기적은 없고 그렇게 8개월까지 울어 다른 집은 해가 지면 아이가 잠든 그 시각이 어여쁘다 했지만 반대로 해가지는 두려움이 밀려왔고 가끔 17층 베란다 창문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가 말하길 그때 가끔 안부 전화하면 항상 화가 차올라있는 사람 같았다고 했다. 그 시절 내 상태를 이야기하며 친구에게 근데 모유수유 하면 사람 된다는데 어떻게 변함이 없을까 투덜거렸더니 그나마 모유수유를 했기 때문에 지금 이상태라며 우스갯소리를 해줘서 한참을 웃었다. 



육아에 지친 얼굴은 싱그러움이 사라지고 웃음끼 빠진 얼굴이 고착되어 갔다. 그때 남편 직업상 새벽에 출근해서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쯤에 들어오면 매일 삼식을 차리고 이유식까지 만드는 일상에 반복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그때 사용했던 핸드폰 사진첩엔 아이들 사진은 많은데 나와 남편의 사진은 일 년에 한 장 있을까 말까 했던 거 같다. 씻으러 들어간 욕실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3초 이상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무표정과 굳어버린 얼굴 근육이 나 조차도 낯설어 외면했다.



몇 년 후 카페를 차리면서 머리에 염색도 하고 마스크는 쓰고 있지만 웃으려고 노력을 했다. 손님에게 다정한 말을 먼저 건네면서 인상도 조금씩 달라졌다. 너 좋아 보인다는 말을 하며 친구들이 제일 먼저 표정을 알아봐 주었다. 그런가? 나 똑같아라고 말은 했지만 거울 속 내 모습은 달라있었다. 삼십 대 후반이 다다를수록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어른들 말이 조금 이해가 되었고 머릿속에 맴돌았다. 



삶이 어찌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사람 사는 거 다 비슷비슷하고 일희일비한 것을 어두운 일들은 잊어보려 애쓰고 행복할 때는 더 많이 웃었다. 덕분에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은 생겼지만 인상을 쓰고 있을 때 생긴 이마 주름은 하나에서 멈췄다. 



일 년 전부터 알게 된 글쓰기 모임 사람들은 나의 뾰족함을 모른다고 했다. 다정한 사람이라 치켜세워주니 몸들 바를 몰라 칭찬이 과하다 싶지만 좋아서 빙그레 웃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주말에 브런치 프로젝트를 함께한 작가들을 만나며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사진 속 그녀는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며 마흔 이후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노력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느껴졌다. 




슬초브런치클럽 작가 모임



소로소로 작가님 그거 알아요? 처음이랑 지금이랑 표정이 많이 달라요. 

그래요? 난 그대로인데 그런데 저는 지금이 살면서 제일 행복해요.
사실 달라진 거 하나도 없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고 좋을까요. 하고 싶은 것도 생기고 실패하면 
다른 거 도전하자 용기도 생겼어요. 마음이 달라지니까 표정이 달라졌나 봐요. 

와 작가님 찐이다. 지금처럼 천천히 나가요. 그럼 그게 행복이야. 



나를 위해 웃다 보니,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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