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로소로 Feb 19. 2024

생각하라. 그 무엇이든

그땐 몰랐다. 어딘가 소속되어 반복되고 일 같지도 않은 것을 처리하는 평범한 일상도 행복에 속하는지 지겨움에 끝나기 만을 바랐다. 육아와 일을 하지만 나 홀로는 괴롭다. 소속되고 싶다는 열망은 있지만 소속되는 두려움도 같이 따라온다. 배 불러서 하는 소리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두 아이들은 누가 돌 볼 것이며 밥은 또 어떻게 해결하나 말하면 다 그렇게 산단다.



1월 으쌰 으쌰는 어디로 가고 번민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다. 운동도 글쓰기도 놓아버리고 죄책감에 책 읽는 게 전부였다. 그로로 에 식물에세이까지 시들하고 올해 그로로에서 제안받고 싶다는 포부는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뭐라도 해야 제안을 받을 텐데 의지가 돈이라면 일 년 정기권으로 사고 싶다.




우스갯소리로 노력은 하지 않지만 목에 거는 사원증이 가지고 싶다. 반짝거리는 투명플라스틱 케이스에 소속과 이름이 쓰여있는 사원증이 탐났다. 여러 번 그런 말을 내뱉고 다니다 보니 얻어걸렸다. 은연중에 그로로 에 제안을 받을 거라는 말 하고 다녔는데 이벤트 당첨이 되었다. 식물 나눔 행사 참여자로 선택되었고 나눔과 더불어 그로로 궁금한 사항과 제안하기 시간도 마련되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작두를 타야 하나 싶을 정도로 머릿속에 생각하는 일들이 시간차를 두고 이루어지는 신묘한 일들이 생겼다. 솔직한 마음으로 식물 나눔보다 그로로 기획자 틔움을 만든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로로는 당최 어떤 취지로 생긴 걸까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어서 이참에 속 시원하게 듣고 싶었다.



오랜만에 강남외출은 설레기도 하고 번잡한 그곳에 갈 생각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일찍 서둘렀지만 서울을 음미할 시간은 존재하지 않고 커피 한잔 휘리릭 마시고 행사장소로 들어갔다. 쭈뼛쭈뼛 들어간 행사장은 새롭고 설렌다. 모르는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참 쑥스러울 법도 한데 나 홀로 생활에 젖어 있다 보니 오히려 이런 자리가 좋다.




배치도에 따라 자리에 다가서다 깜짝 놀랐다. 그토록 걸고 싶었던 사원증이 이런 모습일까 이벤트지만 섬세한 준비에 실로 놀랐다. 간이명패 이름스티커까지 4시간 소속감을 안겨준 그로로에 눈물이 울컥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준비한 식물도 이사 가서 사랑받고 식집사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싶어 어루만지고 죽지 말고 잘 자라다오 속마음을 전달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도 좋았고 나눔이라는 것은 언제나 옳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선물은 상대방의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도록 식물을 분배했고 준비한 식집사에게 감사의 마음도 남길 수 있도록 준비한 모습에서 그로로가 더 궁금했다.



마지막에 질문과 제안 시간에 궁금했던 그로로는 도대체 왜 글을 쓰면 돈을 주고 무료 식물키트를 나눠주나 엘지 틔운을 한대라도 더 팔아서 이윤을 창출해야지 정말 궁금하다는 질문에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기계는 엘지에서 알아서 팔고 그로로라는 공간은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함께 놀이터 공간처럼 즐기러 오셨으면 한다고 했다. 기업에서 운영하며 식물 주제로 이야기하고 놀 수 있는 커뮤티는 전무하다. 이 공간 특징은 실패 글이 참 많다. 성공이 대부분인 시대에 실패를 당당하게 말하고 응원받고 잘 크고 있는 모습에 칭찬해 주는 무해한 공간 초록이 움트는 곳에 스며들면 나올 길이 없다.



내 꿈이 이루어지길



2월 힘겨움에 휘청이는 엄마 사람에게 작은 이벤트와 소로소로라는 이름을 콕 불러준 그대여 앞으로 더 흥하자. 미약한 씨앗이 발아해 꽃을 틔우듯 나 또한 그런 날을 기다려 본다. 생각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이전 10화 해방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