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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ui Dec 16. 2022

낚시가 재미없어요

잡기는 많이 잡았어요

오늘의 날씨, 확인

날씨가 좋다. 바람도 이 정도면 적당한 정도. 


배를 타고 낚시를 가기에는 최상의 날씨가 아닐 수 없다. 바닷바람이 약간 쌀쌀하게 느껴질 것 같으니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옷은 필수로 챙겨가야겠다. 


낚시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손맛이라고들 하는데 잘 모르겠다. 

낚싯줄에 매달려 물 밖으로 나온 생선의 미끈한 감촉이 싫다. 많이 만진 것 같지도 않은데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비린내도 싫다. 배낚시를 나가면 가끔이지만 출렁이는 파도에 멀미가 나기도 한다. 



낚시는 좋아하지 않지만 먹는 건 좋아한다. 

횟감 중에서 맛이 좋은 도미의 신선하고도 쫄깃한 식감을 좋아한다. 포를 떠서 달궈진 팬에 버터를 녹이고 지글거리는 고소함 위에서 소테로 요리한 것도 좋아한다. 살을 잘 발라내고 남은 뼈를 잘 우려내서 매운탕을 끓이면 그것도 맛이 좋다. 


뉴질랜드는 사면이 바다라서 어종도 많고 여러 해산물이 풍부할 것 같지만 막상 어시장 fish market에 가보면 의외로 작은 규모에 실망하게 된다. 아마도 키위가 한국의 수산물 시장이나 부산, 목포의 어시장에 가보면 그 어마어마한 규모와 다양한 어종,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열기에 깜짝 놀랄 것이다. 


배를 타고 배낚시를 나가면 주로 노리는 어종이 정해져 있다. 스내퍼 snapper라고 부르는 돔, 혹은 도미를 낚는 것이 낚싯배의 목표가 된다. 얼마나 좋은 포인트로 배를 몰고 가느냐는, 그곳에서 얼마나 쉽게 그리고 많은 도미를 낚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믿을만한 선장을 찾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이 배만 벌써 3번째 이용한다. 선장님 최고. 


오클랜드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카와카와 만 Kawakawa Bay에서 출발하는 낚싯배를 탔다. 30분 정도 배를 몰아 굴 양식하는 곳 근처에서 배를 정박한다. 코로만델 반도 Coromandel Peninsula 지척에 있는 듯 가까이 보인다. 


선장의 안내에 따라 낚싯대를 던진다. 미끼는 오징어, 전갱이 등. 선장이 배를 한 바퀴 돌며 다들 잘하고 있는지 확인 후에 밑밥을 뿌릴 준비를 한다. 그 밑밥을 뿌리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선장을 불러댄다. 힘차게 돌리는 릴 끝에 저 깊은 수면 아래 노닐다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도미가 여러 마리다. 


굴 양식장 바로 옆에 자리를 잡는다


아하, 여기가 포인트 구만. 


한 자리에서 도대체 얼마나 잡았는지 일일이 셀 수 조차 없다. 아직 어려 크기가 안 되는 녀석들은 온전히 풀려나지만 대부분은 충분한 크다. 월척이네, 월척 이란 말들이 들려온다.


잡은 물고기는 배 위에서 손질할 수 없다. 

수산물을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이 이런 배가 들어올 때쯤이면 미리 대기하고 있다가 잡은 물고기의 수량과 크기를 일일이 확인한다. 손질된 생선은 원래의 크기를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무조건 크기 미달로 판단해서 벌금을 매긴다. 



어종에 따라 1인당 잡을 수 있는 개체 수가 정해져 있다. 도미의 경우는 1인당 7마리. 2년 전에 나갔던 배낚시에서는 1인당 마릿수를 채우지 못하고 겨우 한두 마리만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꽉 채워 잡아 왔다. 같이 낚싯배를 탄 사람 중에 어떤 이는 몇 마리만, 어떤 이는 아예 가져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내가 가져가겠습니다, 땡큐. 


생선을 아이스박스에 담고 오클랜드로 돌아왔다. 집에서 손질하면 여러모로 번거롭다. 그래서 어물전이랄까, 수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에 손질을 맡겼다. 1마리당 1불. 총 70불을 지불하고 먹기 좋게 포를 떠 달라고 요청했다. 손질이 끝난 머리와 뼈도 일부 받았다. 


손질된 도미를 튀김, 구이, 매운탕, 회로 먹었다. 


요리로 회로 먹는 것은 참 즐거운데, 낚시는 여전히 나에게는 재미없는 놀이다. 

언젠가는 취미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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