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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en Tui Dec 16. 2022

도난에 주의하세요

하찮음 귀찮음 ; 잃어버린 자동차 번호판 대처법

이 황당함과 황망함을 어찌 다 설명하랴

일을 마치고 나온 오후, 짐을 실은 후 트렁크 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켰는데 느낌이 싸하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내가 뭘 놓친 거지?


시동을 끄고 다시 뒤로 돌아가 찬찬히 살펴본다. 


이런 번호판이 없네?!


황당하지만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누가 왜 가져갔을까?

누군가가 필요해서. 


무슨 필요?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다고 무슨 큰 범죄를 상상하지는 마시라. 뉴질랜드에서는 큰 범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 무슨 범죄? 

상상해 보자면,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줄행랑 

치면 주유기 위에 달린 카메라가 찰칵찰칵 사진을 찍는다. 

그럼 차량 소유주에게 청구서가 날아오겠지. 그때 사용하기 위해서? 혹은 차량으로 소매점의 셔터를 들이받고서는 가게 안의 물건을 잔뜩 싣고선 도망친다. 그때 사용하기 위해서? 


어쨌든 죄다 좀도둑이고, 소소하고, 하찮다. 


내가 만약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향했다면, 그 와중에 경찰이 삐뽀삐뽀 하고 달려와 나에게 번호판이 왜 없냐고 묻는다면, 그럼 내가 그러겠지 


“what?!”


하지만 나의 예리한 눈썰미로 이미 눈치를 챘기에 도저히 그냥 차를 몰 수는 없었다. 

급히 주변에서 차량 번호판을 재발급받을 수 있는 곳을 구글 해보니 저쪽 언덕 너머 VTNZ에서 해결 가능하다고 하네. 도착해 재발급 신청서 양식을 작성한 후 새 번호판을 받았다. 비용은 20불 정도. 


이 하찮고 귀찮음의 연속이란. 


번호판을 받고 차량에 부착하려고 보니 번호판을 조일 나사가 보이지 않는다.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나사는 패키지에서 어디 흘린 게 아니라 아예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는군. 


와우~


그럼 어떻게 하느냐 물어보니 퉁명스러움과 친절함이 반반씩 섞인 어조로 DIY 전문점에서 구매하라며 위치를 안내해준다. 


이 하찮고 귀찮음의 연속이란. 


다행히 차량에 싣고 다니던 공구함에서 나사를 꺼내서 나름 튼튼하게 박아 넣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예 일반 드라이버로는 뺄 수 없는 특수 나사는 좀 더 가격이 나간다고 한다. 


이런 일을 당하면 경찰에 신고는 필수다. 

아무런 물질적인 피해가 없다고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내 번호판으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고를 하지 않은 나에게도 손해배상이 청구될 수도 있다.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서 착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나는 온라인으로 간략하게 신고 접수를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경찰서에서 사건 관련해서 전화를 받았다. 

이미 온라인에서 다 정리한 내용을 또다시 하나하나 물어오는 통에 살짝 짜증이 나긴 했지만.


도난 신고하고 경찰에서 연락까지 받았건만 이후에 일어난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들은 바도 없고, 기대하는 바도 없다. 경찰은 항상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이런 사소한 범죄는 특별히 인력을 투입할 여력도 의지도 없는 게 뉴질랜드의 현실이다. 다만 나는 내 의무를 다할 뿐이다. 


만약에 당장 번호판을 교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경찰에 신고한 내용만으로도 면책사유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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