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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서
컨설턴트 수준의 리포트를?

직원만족도 조사의 실무들

by 리유


"여기까지! 직원 만족도 조사의 목적과 절차, 활용범위까지 알아봤는데요. 이제 본격적으로 업무에 대해 설명을 해 볼게요. 주임님이 실제 하게 될 일들이니 잘 들어야 합니다."

"넵!"


대리님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도 수첩의 다음 페이지를 넘겨 '업무'라고 제목을 적어 넣었다.




"전체적으로 준비, 진행, 결과정리, 후속업무 이렇게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요. 가장 먼저 '준비'. 설문조사를 하려면 어떤 업무를 해야 할까요?"

"음... 질문을 정하고, 누구에게 조사를 요청할지 생각하고... 요?. 그런데 직원 만족도 조사는 매년 같은 문항으로 진행돼... 지 않나요...?"


자신 없었다. 진지하게 임한 적이 없었기 때문. 끄응.


"하하. 일단, 문항과 대상자를 정하는 것, 중요한 두 가지를 잘 짚었어요. 그리고 직원 만족도 조사 문항이 다 비슷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매년 항목과 문항을 추가할지 혹은 제외하거나 보완할지에 대해 리뷰합니다. CEO나 경영진 피드백을 받기도 하죠. 회사 입장에서 직원 의견을 청취하고 싶은 영역을 반영하고, 반대로 더 이상 무의미한 질문의 경우 삭제하고요. 주관식도 마찬가지고요."

"네..."


"대상자 관련하여, Demographic이라고 들어봤죠? 단순하게 누구의 의견을 들을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그룹으로 나누어 결과를 보고 싶은 지가 더 중요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팀장들과 팀원들의 만족도, 영업직과 지원직의 만족도가 다 다를 테고 그 결과에 따라 계층 별 제도나 교육 등을 달리 기획할 때도 종종 있거든요. 그런데 주의 사항은, 이 구분을 너무 작은 단위로 쪼개면 익명이 보장되지 않게 된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부문이 60명 정도이고 팀장이 8명이면 팀장그룹을 구분해도 되는데, 부문원이 10명이고 팀장이 1명인 곳은 개인의 응답결과가 드러나 버리게 되는 거죠."

"아, 정말 그렇겠네요!"


"그리고, 이제 작업 단계인데요. 시스템 세팅!"


으. 또 시스템인가. 인사시스템도 겨우 익혔는데, 또! 긴장감이 높아졌다.


"우리는 직원수가 2만여 명이 넘으니, 이 조사를 수기로 할 수도 없고, 외부의 설문조사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기능적으로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거기에 대상자와 문항을 세팅하면 돼요. 제일 신경 써야 하는 건 대상자. 즉 Demographic data를 잘 구분해서 넣는 거예요. 우리는 부문별 결과를 구분해야 하니 조직도를 오류 없이 반영해야 합니다. 방법은 다음에 시스템을 보면서 자세히 설명해 드릴게요. 아마 여러 번 해 봐야 실수가 없을 겁니다."


"그다음에, 이제 준비를 다 했으면, 뭘 해야 할까요?"


그냥, 진행하면 되는 거 아닌가. 잘 모르겠다. 음.이라는 소리만 내며 눈을 좌우로 굴리니 대리님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잇는다.


"직원들에게 안내를 해야죠."

"아, 맞네요."


"직원들이 이 만족도 조사에 대해 불신을 갖기도 해요. 도대체 왜 하는지, 뭘 캐내려고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거죠. 그래서 조사의 목적을 설명하고, 또 익명이 보장된다는 우리의 순수한 의도를 잘 전해야 해요. 그래서 포스터 컨셉을 매번 바꾸기도 한답니다. 좀 재미있고 심플하게 하는 편이에요."


본 적이 있다. 그냥 빈칸 여러 개에 체크박스 하나만 그려져 있는 그림. 누군가가 그 그림에 빵꾸를 뻥 뚫어 놓기도 했던. 그걸 본 한 대리님은 얼마나 속상했을 까.


"그리고, 직원들에게 알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각 사업장의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사전 안내를 합니다. 규모가 큰 만큼 그분들의 협조 없이는 홍보나 운영이 쉽지 않거든요. 직원들에게 안내되고 조사가 운영되는 시점, 그리고 각 단계별 인사 담당자들의 역할까지, 상세히 공유합니다. 또 중요한 게 있어요."

"아.. 음... 전혀..."


"하하, 바로 예산을 잡는 거예요. 우리 인사부서는 돈을 '쓰는' 부서예요. 그래서 무슨 일을 하든 돈이 들어가는 업무에 대해 예산을 잡고, 승인을 받죠. 보통 홍보물 제작비, 그리고 만족도 조사의 문항이 많이 바뀔 때 직원 설명용 영상제작비 등이 소요돼요."

"네, 잘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진행을 해야겠죠? 이 진행 단계에서는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크게 할 일은 없어요. 설문조사 응답을 잘못했다고 시스템에 반영된 결과를 돌려줄 수 있냐는 문의에 답해주는 정도죠. 매우 그렇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를 거꾸로 알고 체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하하."

"그런 분들 꼭 계시죠. 하하."


"그리고, 회사 상황에 따라 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기도 해요. 특정 질문에 대해 각 계층별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별도의 질문문항을 만들어서 의견을 청취하는 거예요. 이 또한 익명을 철저히 보장해 주고요. 다수의 직원의견 결과에 이 계층의 응답을 참고해서 인사제도를 수립하기도 합니다."

"와, 몰랐어요. FGI까지 진행하는지에 대해선요."


대리님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마지막 단계, 결과 정리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작업이 제일 고되었어요. 우리가 컨설턴트도 아닌데 그에 준하는 결과를 기대하고들 계셔서..."

"앗, 어떤..."


"직원들이 응답한 결과를 정리해서 리포트화 하는 거예요. CEO 보고용 요약리포트, 그리고 상세 리포트 두 가지 버전으로요. 응답률부터 시작해서, 사전준비 할 때 세팅해 둔 Demographic data 별로 분석하는 거예요. 부문 별로도요. 한 해의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약 3개년 간 어떤 추이가 있었는지도 함께 분석합니다.

인사 담당자가 의미 있는 지표를 먼저 뽑아내기도 하고 경영진이 보고자 하는 수치를 먼저 요청하면 그에 맞춰 분석할 때도 있어요. 주관식 결과는 가능하면 그대로 정리해서 경영진에 공유합니다. 직원들의 가장 솔직한 의견을 볼 수 있는 데이터이기도 하거든요. 자 이거 봐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약 삼십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였다. 여태껏 봐온 파워포인트 자료 중에 제일 많은 종류의 그래프가 여기저기 정갈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걸 대리님이 작성... 하신 거예요?"


대리님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렇죠.'라고 담백하게 답하셨다.

'이제, 주임님이 작성하셔야 합니다.'라는 미안한 듯한 대답과 함께.


"주임님, 다 할 수 있어요. 처음에만 좀 어렵지, 하다 보면 재미까지 있어요. 리포트 만드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니 걱정하지 말고요."

".... 네..."


"하하. 큰일이네. 같이 할 테니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아셨죠? 이제 후속업무에 대해서도 알려 드릴게요."


다시 허리를 쫙 펴고 들을 준비를 했다.


"결과는 경영진 보고 외에도 부문별로도 공유합니다. 각 부문에서는 조사 결과를 보고 개선계획을 수립하거든요. 그 계획을 취합하고, 진행현황을 리뷰해요. 이걸 그냥 두는 게 아니라, 우수부서를 선정, 시상, 홍보까지 하면서 활성화 활동을 우리가 함께하게 돼요."

"네..."


"여기까지가 직원만족도 조사의 전체 프로세스예요. 이 모든 과정들이 일 년 내내 이뤄지고요. 아마 주임님 업무 중 50% 를 차지한다고 보면 됩니다. 전체 조직을 알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만족도 조사와 KPI를 연계시키면서 회사의 목표도 함께 리뷰할 기회도 갖게 될 거예요. 아마, 소통하는 계층이 많아지니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높일 수 있을 거고, 무엇보다 엑셀이나 PPT 보고서 작성 능력은 아마 인사 부문에서 최고가 될 겁니다. 내가 확신할게요."




들을수록 어깨가 쪼그라들었다. 시스템 세팅에 리포트 작성 부분이 특히.

까짓 거 하면 될 거다 생각했지만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도 대리님의 마지막 말에 괜한 욕심이 생겼다.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그런 일들이라니. 나의 능력치가 올라갈 수 있는 업무들이라니.


그때는 정말 몰랐다.

내가 우리 부문의 엑달(엑셀의 달인)이 될 줄은,

내가 우리 부문의 대표 보고서를 작성하게 될 줄은.

내가 경영진들 앞에서 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를 프레젠테이션 하게 될 줄은.


한 대리님의 말들이 모두 사실이 될 줄은.




사전준비
- 항목, 문항 리뷰 (추가/제외/보완 문항), CEO&경영진 피드백
- Demographic 구분
- 시스템 세팅
- 홍보준비 (포스터, 안내문, 리플릿 등)
- 인사 담당자 커뮤니케이션
- 예산 확정

진행
- 시스템 활용, 대상자 오류, 응답 정정
- FGI (Focus Group Interview)

결과
- 리포트 제작
- 부문 별 결과 공유

후속과정
- 부문별 활동계획 수립, 진행현황 확인, 우수부서 선정/시상/홍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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