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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만족도가
그리도 중한 것이었던가

직원만족도 조사의 목적, 프로세스, 활용

by 리유


어느덧 인사(HR)라는 세계에 발을 내디딘 지도 2주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의 사수인 한 대리님으로부터 인사의 조직, 프로세스, 시스템, 그리고 회사의 미션, 비전, 가치까지 찬찬히, 친절히 가르침을 받았다. 중간중간 건네주시는 보고서, 작성자료 등도 요리조리 뜯어보는 중이었다. 뭔 말인지 잘 이해되진 않았지만.


"김 주임님, 이제 일 좀 해 볼까요?"


한 대리님이다. 아, 드디어 시작인가 보다. 내심 기다리던 나의 업무.


"한 달 뒤에 우리 파트에서 직원 만족도 조사를 시작하는데 A부터 Z까지 모든 절차를 주임님과 같이 할 거예요. 그래야 다음번엔 주임님이 주도적으로 맡을 수 있지. 일 년 동안 혼자 다 했더니 이골이 나네. 하하."


엇, 벌써부터 손을 놓으려는 속셈이신가.


"그전에 이 업무를 왜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지 등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주려고 하는데 미팅룸에서 좀 볼까요?"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상 위에 놓인 노트와 펜을 잽싸게 집어 들었다. 대리님도 준비해 뒀던 꽤 두꺼워 보이는 몇 가지의 자료들을 손에 들고 미팅룸으로 향했다.




"직원 만족도 조사, 주임님도 참여해 봤죠?"

"아... 네!"


하긴 했다.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약 서른 개의 객관식에 답하는 것 아니었나. 주관식이 있었나, 없었나. 가물가물 하다. 사실, 일의 우선순위에 밀려서, 즉,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대부분 '그렇다, 매우 그렇다'에 체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주임님은 직원 만족도 조사를 왜 한다고 생각해요?"

"음... 만족도를 체크해서 직원들이 회사를 더 오래 잘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하하. 어떻게 보면 그게 딱 맞는 말이네요."


너무 가볍게 답한 듯하여 덧붙여 본다.


"인사에서 운영하는 제도나 프로그램들의 방향성을 점검하려는 이유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도요. 직원들이 만족하면서 즐겁게 일해야 성과도 더 잘 나오니까요."


"오, 맞아요. 이제 제법 인사 담당자 같은데요?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와 생각을 확인해서, 인사나 경영 방향에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커요. 세부적으로는 서로 얼마나 신뢰하고 존중하는 문화라고 생각하는지, 상사의 지원이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만족도, 회사에서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점검하죠.

'종업원이 행복하면 기업의 이윤도 올라갈 수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 의견이 숫자로 증명된 조사도 있었어요. 투자수익률 기준으로, 만족도 100위 기업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투자자 선정 100위 기업, S&P500대 기업 순이었어요. 그 정도로 직원이 회사와 본인의 일에 대해 얼마나 높은 만족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죠."


놀랐다. 요즘 핫한 S&P500대 기업보다 직원 만족도 100위 기업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았다니.


"신기하죠? 그 정도로 중요한 업무를 우리가 하고 있는 겁니다. 자, 그럼 프로세스를 볼게요.

전체 프로세스는 1월에 정기조사를 먼저 진행하고요. 결과를 바탕으로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활동 계획을 수립합니다. 전사적으로는 인사 관련 프로젝트가 되겠고요. 부문별로는 부서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조직문화 활동들이 해당돼요. 이후에 그 계획에 맞춰 쭉 실행과 리뷰를 하고요. 7월에 다시 한번 중간점검 조사, 11월에 프로젝트와 활동들의 최종 리뷰로 마무리돼요."


"그럼 이 결과들이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볼게요."

"넵. 대리님. 사실은 그게 더 궁금했어요. 우리 직원들 한 명, 한 명이 답한 결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전 부서에 있을 때 내 응답 하나가 얼마나 영향을 주겠어. 하고 가볍게 넘기기도 했거든요."


"아, 이런 솔직한 의견 너무 좋아요. 실제 인사팀에만 몸담고 있다 보면 우리가 운영하는 제도에 대해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거든요. 우리가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거고. 주임님 얘기 들으니, 직원 분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어떤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더 잘 인지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겠어요."


너무 가감 없이 의견을 전한 듯하여 민망함과 죄송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잘 들어봐요. 주임님. 만족도 결과는 사실 인사제도나 교육, 활동들에 굉장히 폭넓게 영향을 주고 있어요. 얼마 전에 진행한 업무 단순화 캠페인이나 영업직 교육, 그리고 급여인상까지."

"와... 몰랐어요."


"이렇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도록 프로세스가 마련되어 있어요. 이 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라 인사 프로젝트를 수립하거든요. 상사의 동기부여나 지원 문항에서 전체적으로 낮은 만족도가 나오면 리더십 교육을 기획하거나, 상사 평가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도 하죠. 성장의 기회가 낮다고 평가되면 경력개발 제도를 더 강화시키고요."

"네..."


"그 외에, 각 부서별 최고 수장인 임원들의 KPI 에도 소속 직원들의 만족도 조사 점수를 반영합니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이 조사 결과가 낮게 나오면 감점이 되는 거죠. 부서별로 직원들이 즐겁게 재미있게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둔 셈이에요."

"아, 저기 인사부문 벽에 걸려 있는 활동 계획이 그럼..."


"맞아요. 아마 주임님이 있던 마케팅 부문에도 있었을 걸요?"

"앗, 맞네요. 자꾸 부끄러워지네요... 인사에서 하는 활동 들에 대해 너무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인사 업무를 해도 될지..."


"하하.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럴 거예요. 아무래도 실적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니까요. 인사업무는 잘하면 별 신경 안 쓰고, 잘 못하면 엄청 욕먹는 그런 직무라는 거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있어요. 하하. 저는 주임님이 이렇게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인지한 것만으로도 장족이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대리님. 앞으로 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진심이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잘하고 싶어졌다.

인사팀에 오기 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직원들에게 인사제도와 활동들의 중요성을 더 잘 알게 해주고 싶어졌다. 실질적인, 영향력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 졌다.




직원 만족도 조사의 목적
-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가치관과 만족도 확인,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체계와 업무 효율성.
회사에 대한 자부심 및 조직 신뢰도 평가하여 경영 및 인사 정책에 반영

평가 항목
- 회사에 대한 자부심, 기회 제공여부, 업무에 대한 만족도, 상사 등 리더십 평가, 존중과 신뢰 등

프로세스
- 1월 정기조사 → 전사&부서별 개선활동계획 수립 및 인사 프로젝트 진행 → 계획에 대한 리뷰
→ 7월 중간점검조사 → 11월 프로젝트와 활동들 최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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