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 면접평가표에도
미션, 비전, 밸류가?

회사의 비전, 미션, 밸류 수립과 전파 방법

by 리유


인사팀에 오고 나서 개안을 한 것인가.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주 선명하게. 그건 바로 회사의 비전, 미션, 밸류.

회의실에 액자가 있긴 했는데 그 안에 비전이 적혀있었구나. 다이어리 앞에도 있네. 어랏, 노트북 바탕화면에도. 도대체 왜, 지난 일 년간 단 한 번도 알아채지 못했을까.


한 대리님이 하신 말씀이 주문을 건 걸까.

'우리 회사의 미션, 비전, 가치, 전략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해요.
인사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더더욱이요.'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그토록 강조한 미션, 비전, 가치가 무엇인지.

우선, 각 단어들의 뜻부터 파악하자. 미션은 임무인가. 미션임파서블에 나왔던 거랑 다른 뜻인가. 비전은 미래, 꿈, 이런 건가. 하.

답답한 마음을 안고 인터넷 검색창에 단어들을 넣어본다.

꽤나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다. 중요하긴 한가보다. 간략하게 메모해 보자.


Mission: "Why" 왜 존재하는가?, 세상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것인가?

Vision: "What" 무엇이 될 것인가?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Value: "How" 어떻게 사업을 할 것인가? 기업 구성원의 행동과 판단의 우선순위가 되는 원칙과 기준은?


들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22개 사업군에서 12년간 조사, 일관성 있게 Value를 추구하는 회사들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4배 더 높은 성장을 했고, 주식가격은 12배 더 높았다. 반대로, 저성과를 내는 회사들은 개인의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연계되지 못해 몰입도가 낮으며, 궁극적으로 이익, 성장률도 저조하게 나타났다."



이력서 쓰고 면접 준비할 때 들여다보던, 내용들이 이토록 중요한 것이었다니. 회사 홈페이지마다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는 이유가 있었구나.



갑자기 슬쩍 부끄러워졌다. 신입사원 연수기간에 회사의 미션, 비전, 밸류를 알려주는 교육을 받았었다. 강의와 이러닝까지, 참 열심히는 들었지만 도대체가 뭔 말인 지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남지도 않았던 것. 당시의 정보들은 내 머리를 퉁 치고 그냥 튕겨져 나가 버린 듯하다.

처음 듣는 개념이기도 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솔직히 회사가 너무 어렵게 만든 건 아닌가.라고 핑계를. 흠흠.


다시 인터넷 창을 열어 유명 회사의 사례를 검색해 본다.


'구글'

미션(Why): “To organize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e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비전(What): “To provide access to the world’s information in one click.”

밸류(How): Focus on the user, and all else will follow. It’s best to do one thing really, really well. Fast is better than slow.


'아마존'

미션(Why): “To be Earth’s most customer-centric company, where customers can find and discover anything they might want to buy online.”

비전(What): “To be Earth’s best employer and Earth’s safest place to work.”

밸류(How): Customer Obsession, Ownership, Invent & Simplify, Learn & Be Curious, Deliver Results...


딱 와닿는다. 회사가 왜 존재하고, 무엇이 되고자 하는지, 그래서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까지. 우리 회사도 이렇게 단번에 이해되게, 심금을 울리게 만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나저나 이 세 가지는 어떻게 정한 걸까? 이리저리 검색을 해 봐도 각기 다른 말들 뿐이다.

척척박사 한 대리님께 물어보자.





“대리님, 저….”

“오! 김 주임님, 무슨 일 있어요?”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한 가지'의 'ㅎ' 발음만 내었을 뿐인데 모니터에서 시선을 얼른 돌려 내 쪽으로 보신다. 반짝이는 두 눈을 보니 '드디어 먼저 물어보러 왔구나.' 세상 반가워하는 눈치다.


나는 들고 있던 회사 다이어리 앞부분을 펼쳐 손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저... 여기에 미션, 비전, 밸류… 가 있잖아요. 이건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해서요.”


옳다구나 하는 표정이다. 입가에 잔뜩 미소를 지으며 신나게 답할 시동을 건다.


“오호. 네, 아주 좋은 질문이에요. 직원 의견 조사에도 우리의 밸류가 녹아 있는데,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알고 가면 최고죠. 역시, 설명을 해주려고 했는데 먼저 이렇게 물어보니 반가운데요?

뭐부터 얘기를 해야 할까... 어떻게 수립하는 지와, 그리고 인사에서의 역할은 무엇인지까지 알려드리면 좋겠네요! 몇 년 전에 우리 회사에서 비전, 밸류를 새롭게 정의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그걸 맡았어서..."

"와, 대리님은 이런 일들까지 맡으셨어요?"


"아, 하하. 뭐, 기획 파트이다 보니까 이리저리 깍두기로 하게 된 거지 뭐."


쑥스러우신지 두툼한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씀하신다.


"사실은, CEO가 뚝딱뚝딱 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요. 특히 스타트업 기업은 창립자가 목표한 방향대로 직원들과 함께 사업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니까요. 그리고, 요즘은 꼭 미션, 비전, 밸류라는 용어로 구분해서 표현하지 않기도 해요. 대신, 왜 존재하는가, 무엇이 될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꼭 유지키죠."

"네..."


"우리처럼 사업이 다양하고 이해관계자가 많은 큰 기업의 경우에는, 임원, 팀장, 팀원들까지 수립 과정에 참여하기도 해요. 워크숍이나 설문조사 등을 통해서요. 지난번 우리 회사가 미션, 비전, 밸류를 재정비할 때 선택했던 방식인데요. 이 내용들이 지금도 유효한가, 만약 변경한다면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가에 대해 치열하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죠. 당시, 임원, 팀장급들은 워크숍에, 부서원은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방식이었어요. 거기서 도출된 키워드들을 빈도수, 중요도, 주요 문장들을 참고하여 최고 경영진들이 확정하는 단계를 거쳤어요."

"아, 네. 그럼 대리님이 이 워크숍과 설문조사를 준비, 진행하셨던 거예요?"


"맞아요. 전략팀에서 맡기도 하는데, 예전부터 관련된 어젠다를 인사에서 진행해 왔어서... 아무튼, 그때 결과 정리하고 보고하는 역할까지 맡았었네요. 하하."




능력자셨어. 이런 중대한 일까지 하시다니. 앞에 앉아 계신 대리님에게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의욕이 올라온다. 들은 내용들을 열심히 메모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하나 더 떠올랐다.

‘그럼, 정해진 내용을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알리지? 인사에서 하는 역할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동시에 대리님이 말을 잇는다.


“자, 미션, 비전, 밸류가 정해졌으면, 인사에서 할 일이 본격적으로 많아집니다. 단계별로 설명해 볼게요.”


빈 A4 용지를 꺼내시더니 펜으로 단어 하나를 적는다. '전파'.

아, 궁금했던 내용이다. 독심술을 갖고 계신 건가.


“첫 번째, 내, 외부에 알리기. 인트라넷은 물론이고 사내 게시판,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과 직원들에게 공유합니다. 아, 그전에 디자인팀에서 홍보물을 제작해주고요. 세부적으로는, 화면보호기, 다이어리나 캘린더 같은 각종 인쇄 서식물에도 반영합니다. 필요에 따라 리플릿을 만들기도 해요.

그 외에, 사내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뽑기 이벤트에서 밸류 키워드가 나오면 경품을 주거나 비전 문장의 빈칸 채우기 퀴즈 같은 것들이요.”

“와.. 그런 것까지 하는 줄 몰랐어요.”


“하하, 어떨 땐 이벤트 업체가 된 듯한 느낌도 든다니까요.

그다음 두 번째, 교육을 통한 전파인데요. 앞서 설명한 활동들은 정해진 내용을 전달, 홍보하는 방식이라면, 교육은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워크숍 형태로 구상해요. 실제 일을 할 때의 수많은 의사결정이나 행동들의 기준인 만큼, 일상 속에서 체화되도록 하는 거죠. 우리는 인원수가 많아서 리더만 교육을 받았어요. 대신, 그분들이 본인 부서 팀원들에게 전파교육을 하게 했고요. 즉, 리더는 미션, 비전, 밸류에 대해 스스로 익히는 과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그 과정을 교육시키는 방법도 훈련받은 거죠.”

“와, 리더의 역할이 엄청 중요했겠네요.”


“그렇죠. 회사에서는 리더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배우고 또 가르치게 하면서 제대로 된 학습효과를 보게 한 면도 있어요. 그만큼 내용과 형태에도 정말 많은 공을 들였었어요. 리더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발표하게 하는 워크숍 형태였는데요. 어떤 질문들이었더라...

나와 우리 조직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Value를 우리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개인 업무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조직을 운영할 때는? 의사결정을 할 때는? 그리고 이 밸류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나는, 그리고 우리 부서원들은…

등등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떠올려보니 내가 팀장이었어도 정말 힘들었겠다 싶네요. 하하.”


속으로 생각했다. 그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도 보통이 아니었겠다… 당시 이 모든 걸 프로젝트 리더로서 역할을 하셨다고 하는데, 힘들진 않았나. 가만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당시를 회고하며 더 생기가 도는 듯하다. 신나게 달리셨었던 듯.




“전파하는 것 말고도 중요한 게 있는데요. 실제 조직 곳곳에 스며들어 실행하게 하려면 인사제도에 연계시켜서 굴러가게 해야 하거든요. 지난주 인사 프로세스 설명했던 내용 복습 했죠?”

“앗, 넵. 그럼요. 하하. 이렇게 요약도 해놓았습니닷!”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으나 들고 있던 다이어리의 중간을 펼치며 의기양양하게 답한다.


“좋아요. 그때 얘기한 인사 업무들 구석구석에 당시 수립한 내용들이 적용되어있어요. 예를 들면...

아! 주임님 입사면접 볼 때 면접관 앞에 서류들이 쫙 펼쳐져 있고, 거기에 뭔가 적고 체크하는 거 봤죠?”

“네, 실시간 평가가 기록되는 것 같아서 살벌하더라고요. 으.”


“하하. 그렇긴 하죠. 그 종이가 면접 평가표였는데요.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의 보유 정도, 실천 가능성 등을 체크하게 되어 있어요. 물론, 역량 항목도 있는데, 이 역량 또한 핵심가치를 녹여냈기 때문에 Value를 함께 평가한다고 보면 됩니다.

채용 면접 외에, 승진자 추천서나 면접, 그리고 다면평가에도 각 직책에 부합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두고 있는지,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게 합니다. 그 외에, 전사 수상 부서 선정 시에도 고려하고요.”


점점 커지는 동공을 보며 웃으며 말을 잇는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 활용되고 있죠? 직원 의견 조사 문항 설계할 때도, 그리고 조직문화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할 때도 적용한답니다.”

"와.. 생각보다 정말 많은 곳에 자리 잡고 있네요."


"맞아요. 그 외에도 잘 생각해 봐요. 마케팅 부서에서 외부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내용을 잘 보면 비전, 미션, 밸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P&G, 나이키, 애플 등과 같은 유명한 회사들의 제품과 광고를 떠올려봐요. 녹아들어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 이 모든 것에서 우선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일관성’ 이랍니다. 이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경영진들도, 우리도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 거예요. 그 정도로 동일한 목적과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행동해야 진정한 미션, 비전, 밸류가 실행되는 거거든요.”




정밀 그랬다. 이 회사의 모든 것들은 미션, 비전, 밸류라는 큰 지붕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앞으로 일을 하면서 꽤 자주, 아니, 항상 떠올릴 것 같다. 우리 회사의 비전, 미션에 부합하는 행동들인가. 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실행할 때 밸류에 맞추어하고 있는가.


회의실 액자에 붙어 있는 문장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각 단어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인사 담당자가 되었으니 더 친해져 보자.







워크숍에서 하는 질문들을 정리해 봅니다.


사명

우리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회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고객에게 무슨 좋은 일을 해주고 있습니까?

우리 회사가 사라진다면 고객은 무엇을 잃어버리게 됩니까?


비전

3년 후 또는 5년 후 우리 회사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까?

그때 고객이나 시장, 언론이 우리를 바라보는 모습은 어떠합니까?

그때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우리 조직원 전체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그때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핵심가치

우리는 어떤 가치를 소중히 생각합니까?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일하는 방식은 무엇입니까?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신입사원을 뽑을 때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가치관은 무엇입니까?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7화6. 이곳은 HR인가 IT인가